공무원노조 건설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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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무원 단결권의 전사(前史)

공무원단결권 조항은 1953년에 제정된 노동법에 나와있다. 당시 노동조합법 제6조는 '근로자는 자유로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또는 이에 가입할 수 있다. 단 현역군인, 군속, 경찰관리, 형무관리와 소방관리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노동쟁의조정법 제5조 1항은 '근로자 또는 사용자는 노동쟁의가 발생하였을 때 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단, 단순한 노무에 종사하는 이외의 공무원은 예외로 한다'고 규정했다. 즉, 당시 현역군인, 군속, 경찰관리, 형무관리와 소방관리를 제외한 나머지 공무원들에게는 전쟁이라는 긴급상황에서도 법적으로는 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가 주어졌던 것이다. 이는 현재의 공무원단결권 조항보다 ILO조약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조약에 더 근접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법상의 이러한 권리는 5·16 군사쿠데타를 겪으면서 부정된다. 5·16 쿠데타 직후 박정희 군사정권은 종래의 '공무원은 정치운동에 참여하지 못하며, 공무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을 '노동운동 기타 공무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로 개정했다. 이후 1963년 국가공무원법을 다시 개정했는데, 그 결과 현업공무원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의 노동3권을 박탈하는 법적 근거가 된 국가공무원법 제66조가 만들어졌고, 그것이 유신체제와 5공화국을 거치면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 국면에서 1989년 임시국회는 여야 만장일치로 공무원의 단결권을 회복하는 노동법 개정을 결의하였으나, 노태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었다. 당시 조항은 '6급 이하의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고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 다만 현역군인, 경찰공무원, 교정공무원, 소방공무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노조법개정안 제8조1항)'고 규정했다. 이후 공무원의 노동권 문제는 답보상태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가 1997년 12월 23일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이하 노개위)가 제2차 노사개혁방안에서 공무원 단결권 보장방안을 제22차 전체회의에서 의결함으로써 공무원 노동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혔다. 당시 노개위 안은 이듬해인 1998년 2월 6일 노사정위원회 합의안이 되었으며, 이에 따라 그 해 2월 24일 '공무원직장협의회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에 근거해 공무원은 1999년 1월부터 직장협의회가 설치될 수 있었으며, 6급 이하 공무원이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2.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성장

1999년 1월 이후 설립되기 시작한 공무원직장협의회는 공무원노조로 가는 중간단계이다. 직장협의회가 공무원 결사체의 최종 형태가 아니라 점은 1998년 2월 노사정위원회 합의내용에도 나와있다. 그러나 정부는 노사정 합의 정신과 직장협의회법 제정 취지를 무시하는 시행령을 만들어 직장협의회가 공무원노조로 이행하는데 필요한 활동들을 금지함으로써 공무원노조 건설을 가로막고 있다.

1999년 1월부터 직장협의회의 설립은 가능했지만 이러한 법적·행정적 제한들 때문에 실제 설립된 직장협의회는 많지 않았다. 1999년 6월 15개의 직장협의회가 모여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대표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한 번에 그치지 않았고, 전국을 돌며 1달에 1회씩 열렸으며, 이후 100여 개의 직장협의회가 여기에 참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11차례 열린 간담회로 자신감을 얻은 직장협의회 대표자들은 2000년 2월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발전연구회'(이하 전공연)를 설립했다. 직장협의회 대표로 구성된 전공연은 12명의 공동대표를 선출하고, 공무원연금법 개악저지 공동대책위원회 활동 및 노사정위원회에서 공무원노조 설립 허용 건의 등의 공동사업을 전개했다. 이후 전공연에 가입한 직장협의회 수가 130여개로 증가하면서 법에서 허용하는 조직체계로는 공무원노조로 이행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조직체계 변경에 대해 문제의식이 대두되었다. 

그 결과 2000년 10월 전공연 이사회에서 전공연 규정개정 소위원회 구성을 결정하고, 12인 공동대표를 제외한 광역 및 직능단위의 위원 10인이 3개월 동안의 논의 끝에 새로운 규정안을 만들었다.

전공연은 새 규정을 통과하기 위해 2001년 2월 3일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직장협의회 대표 132명 중 (5명 위임을 포함해) 총 84명이 참석한 이 총회에서 새 규약이 통과되어, 전공연은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이하 전공련)'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새 규약에 따라 전공련은 3월 24일 제1차 대의원대회를 열어 대의원 138명 중 1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차봉천 국회사무처공직협 대표를 위원장에, 임진규 과학기술부공직협 대표를 수석부위원장에 선출하였다(4월 중순 현재, 전공련에는 87개의 직장협의회가 가입해 있다).
 
그러나 전공연(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발전연구회)에 속했던 모든 직장협의회가 2월 3일 총회결정에 따른 것은 아니다. 일부 공동대표들을 중심으로 3월 7일 전공연 명의로 전공련 불참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전공연의 원래 설립목적을 지향하며, 전회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하고,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공무원들의 복지향상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무원직장협의회 조직은 둘로 나눠졌으며, 현재 따로 활동하고 있다.

3. '결사의 자유·단결권'을 부정하는 정부

정부는 전공련을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연합체를 결성하기 전부터 탄압을 해왔다. 지난 2월 3일 발전연구회 시절 조직전환을 위한 총회를 개최할 때, 정부는 각종 공문을 통해 총회에 참석하는 직장협의회 대표의 경우 징계 및 사법처리 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3월 7일에는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전공련을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이들 지도부가 공무원법과 직장협의회법 등을 위반했다며 사법처리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3월 24일 전공련이 대의원대회를 개최하자 경찰은 3월 24일 오전 대의원들에게 출두명령을 내렸다. 대의원들은 불응했고, 서울대 측의 단전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대회를 강행했다. 결국 대의원대회가 성사되고, 전공련 결성이 공식화되자 행정자치부는 서울지검에 공문을 보내 전공련 관계자 12명을 관계법규에 따라 조치할 것을 요구했고, 이들에 대한 소환장을 4월 11일에 발부했다. 그리고 4월 17일 2차 소환장이 발부된 상태다. 

전공련이 지난 1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로부터 공무원직장협의회 관련 입법권 침해여부에 대해 얻은 의견에 따르면, 공무원직장협의회법 시행령의 연합단체 결성금지 조항은 헌법 75조(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의 위임입법의 한계를 어겼으며, 결사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여전히 전공련에 관련된 공무원을 사법처리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4. 올해 공무원노조 만든다

현재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설립된 곳은 200여 곳이지만,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직장협의회 대부분은 전공련에 가입해 있다. 전공련이 추정한 바로는 현재 직장협의회를 구성하여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직장단위는 300개 정도인데, 이 중에 100여개 단위에서 직장협의회가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87개가 전공련 소속이다. 전공련은 현행 공무원직장협의회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여기에 구애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연합체를 건설하고 공무원노조 설립을 시작한다는 입장이다(이에 반해 전공연은 실정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공무원노조로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전공련은 올 안으로 공무원노조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공무원노조 결성을 금지하고 있는 노동조합법 개정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공련은 5월 7일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변 등과 함께 '공직사회개혁과 공무원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무원노조 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PSI(국제공공노련), ILO(국제노동기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과의 연대활동을 통해 정부에 국제적인 압력을 가하는 캠페인도 전개할 예정이다. 

1991년 12월 9일, 우리나라는 ILO헌장을 준수할 것을 선언하면서 ILO에 가입하여 회원국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ILO 기본조약인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의 보호에 관한 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으며,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단결권과 교섭권을 보장한 제151호 '공공부문에 있어서의 단결권 보호와 고용조건결정절차에 관한 조약' 역시 비준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두 조약의 비준이 공무원노조 건설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말끔마다 내뱉는 '인권과 민주주의' 나라 중에 두 조약을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 공무원노조 건설운동이 한국 정부의 ILO헌장 제87호와 제151호 비준을 촉구하는 캠페인으로 이어질 필요성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공무원노조 건설운동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 

* 관련 사이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 
www.gongmuwon.or.kr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발전연구회(전공연) www.akg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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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노동권 보장 미국 일본 사례

국제노동기구(ILO) 175개 회원국 중 공무원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대만뿐이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만이 공무원노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전의 한국정부가 벤치마킹을 해왔던 일본이나, 김대중 정부가 따라가고 싶어 안달인 미국조차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공무원의 노동권을 상당정도 보장하고 있다. 여기서는 군인노조조차 인정하는 북유럽 사례가 아닌 일본과 미국 사례를 간단히 소개한다. 

일본은 헌법 제28조에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나 우리나라의 경우와 달리 공무원의 노동3권을 제한하는 헌법규정은 없다. 비현업 국가공무원 중 경찰직원, 해상보안청직원, 감옥직원, 입국경비원과 방위청직원, 그리고 비현업 지방공무원 중 경찰직원, 소방직원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은 단결권을 보장받는다. 단체교섭권의 경우, 비현업 지방공무원은 단결권을 인정받지만 단체협약 체결권은 없으며, 단지 서면협정의 체결권만을 갖는다. 이들과 함께 비현업 국가공무원 및 특별직(재판소직원, 국회직원, 방위청직원)도 단체협약 체결권이 없다. 물론 모든 공무원에게 쟁의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일본 공무원의 노동기본권도 상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 공무원노동자는 파업권 회복을 목표로 ILO 조약 제151호인 '공공부문에서의 단결권 보호 및 고용조건 결정절차에 관한 조약' 비준 캠페인과 국내법 개정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공무원은 연방공무원과 지방공무원으로 나뉘는데, 연방공무원에게는 1978년 공무원개혁법을 적용하며, 지방공무원에게는 각주의 개별적인 공공노사관계법을 적용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에 의거 모든 공무원에게 단결권을 보장하며,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은 연방 또는 주정부의 판단에 따라 보장한다. 연방정부 공무원의 단체교섭권은 보장되나, 임금, 기타 복지성 급여, 인사제도 개편과 정치활동은 교섭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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