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누구를 위한 자우구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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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을 만들어 7월부터 경제자유구역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경제자유구역법이 입법화되기 이전부터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의 저지를 위해 노력하였으나 국회에서 전격 통과되었으며, 다시 경제자유구역법 폐기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투쟁에 나서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자본의 꽃놀이패

정 부는 외자유치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동북아경제 중심국가라는 장밋빛 희망을 반복하여 말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신대 송주명 교수는 5월29일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러한 정부의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는데,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제조업 자본은 상대적 과소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미 선진국의 노동집약산업, 표준적 생산산업의 해외진출은 종료(ASEAN, 중국)됐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고기술 산업의 한국 재입지 가능성의 여부이다. 그러나 외국 고기술 산업의 재입지 여부는 첫째 현지 제조업의 기술수준(이는 현지 제조산업의 역동적 산업구조 고도화가 전제되어야 함), 둘째 시장규모(NAFTA나 EU와 같은 확대된 선진국 시장), 셋째 경제 지리적 위치(주변 인접지역의 고기술 제품시장 혹은 산업간, 산업내 국제분업의 가능성) 등 외국 다국적 기업의 전략적 판단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따라서 투자수용 희망국의 정책적 특혜를 비롯한 유인요소는 투자 수용국이 갖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분명해야만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될 뿐이다.

이때 향후 우후죽순처럼 신청될 ‘경제자유구역’들이 다국적 기업에 ‘최대의 특혜와 절대적 자유’를 부여하겠다고 해도 실제로 얼마만큼 그리고 어떤 점에서 다국적 기업에게 큰 매력이 있을 지는 냉정히 판단해 보아야 한다. 다국적 기업의 일반적인 전략적 행동을 고려할 때, 한국 경제자유지역의 경제 가치 혹은 매력은 지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제조업 고기술 공정·산업이 아니더라도,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가 특별히 한국에 들어올 이유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경제관료들의 예측과는 정반대로 필요한 자본은 유입되지 않은 채, 경제자유구역은 투기성 금융자본의 경유지나 국내 제조산업의 도피처 정도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속 빈 강정과 마찬가지로 경제자유구역은 허상의 존재가 될 것이며, 도리어 건전한 국민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제조산업을 공동화시키고 노동자, 민중, 시민에게 관료적 정책실패의 비용을 전가시키는 수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주장과 달리 경제자유구역 계획은 고기술 외국자본을 유치하여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고용구조를 확대하는데 기여하기보다는, 국내산업구조를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이데올로기 재생산의 실체적, 상징적 근거지의 의미만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신 자유주의적 재편을 위한 이데올로기 재생산의 근거지란 의미만 가지더라도 자본에게는 대성공이 아닌가. 속된 말로 꽃놀이패가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이 법의 내용이나 현재 상황을 보면 상징적 근거지를 넘어서 이미 전국화 내지 전면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 법이 통과되고 며칠 뒤인 11월18일 교육인적자원부는 이제 경제자유구역법도 통과되었으므로 외국인학교의 국내학력 인정, 설립기준과 절차 완화, 외국인학교 입학자격 완화 등 그동안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오던 것들을 담아 ‘국제교육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하였다는 발표를 하였다. 이 법은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법이다.

노동권 침해하는 경제자유구역

이 법이 적용되는 대상인 외국인투자기업이란 외국인이 1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을 말하는데, 이미 국내 주요기업 주식의 상당 지분을 외국인이 지니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주요 기업은 필요에 따라서는 펀드를 이용하여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들어서 경제자유구역의 정책방향이 애초 금융중심지에서 첨단산업중심과 국내기업 우선유치로 바뀌었고, 경제자유구역의 지정을 비롯한 정책결정을 하는 경제자유구역위원회가 재경부 주도아래 놓이게 되었다(재경부장관이 위원장이고 각 부처장관 13명이 당연직 위원이며 재경부장관이 위촉하는 위촉위원 10명으로 구성된다.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게 되어 있어 사실상 재경부 장관이 결정하면 그대로 통과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 과학기술부에서 추진중인 ‘지방과학기술진흥에관한법률(안)’에 따르면 과학연구단지에도 경제자유구역에 준하는 지원을 하도록 하여 유사경제특구가 계속 생기고 있는 상황이며, 이미 지난해부터 각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앞다투어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노동권을 비롯한 침해요소들의 전국 확대 가능성과 국내기업 적용 확대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재경부 관계자가 “파견 전면허용 부분도 전국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지만, (현재는 반발이 심해) 일단 특구로 한정했다”며 오히려 아쉬움을 감추질 못했다고 하니 그들이 가진 의도가 무엇인지는 명백해 보인다.

경제자유구역법은 월차휴가를 없애고 주휴와 생리휴가를 무급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견근로도 전문직종에 한하여 사실상 기간의 제한 없이 전면 허용하고 있다. 전문직종으로 제한하였다고 하나 그 자체가 포괄적이고 전문직종 여부의 결정을 재경부장관의 영향력이 큰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서 하므로 사실상 직종 제한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파 견이 무엇인가. 판례에 따르면 사용자 없는 노동자가 파견노동자다. 노동조합을 만들면 파견계약은 해지되기 일쑤이며,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가 없다(파견업체가 사용자라고 하나 중간착취자에 불과한 파견업체가 교섭상대방으로 의미가 없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언제든지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고, 노동법의 사용자 책임을 면할 수도 있어 노동조합 걱정 없는 게 파견 아닌가.
이 법은 장애인과 고령자의 의무고용을 정하고 있는 법의 적용도 배제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기업의 ‘노동자는 노동쟁의에 관한 관계법률상의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여 산업평화를 유지하도록’ 하는 규정을 둠으로써 사소한 절차상의 문제까지 꼬투리를 삼아 공권력 투입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노동권을 침해하는 조항들은 경제자유구역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와 그 밖의 노동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기 때문에 평등권에 위반되며 헌법상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이다.

환경권, 교육권, 공공의료도 문제

경 제자유구역법은 노동권뿐만 아니라 환경권, 교육권, 의료의 공공성을 침해하고, 조세징수권을 포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막대한 자금이 국민 혈세로 지원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34개의 환경관련법안이 무력화되고 환경개선부담금 등 각종 환경관련부담금이 감면되어 환경파괴가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외국학교법인이 경제자유구역 안에 초중등 및 대학(원)의 설립을 허용하고 내국인 입학까지 허용하고 있다. 초중등 교육기관이 외국학교법인에 개방되는 것은 공교육 체계에 심각한 위협을 주며, 특히 내국인 입학허용은 외자유치와는 무관한 것으로 사립학교법의 개정 시도가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자 이 법안에 슬그머니 추가시킨 것에 불과하다. 외국교육기관은 일부 부유층이 이용하는 ‘귀족학교’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의료에 있어서도 사실상 의료개방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외국인 전용의료기관과 약국에 대하여 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건강보험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고,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결국 매우 취약한 상태인 공공의료체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또한 재정경제부에서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른 후속조치로 마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보면 소득세·법인세·취득세·등록세·재산세·종합토지세는 3년간 100% 면제, 2년간 50% 감면, 관세는 수입자본재에 대해 3년간 면제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사실상 조세징수권을 포기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조세감면과 관련하여 정부 안에서조차 그에 따른 경제 효과를 분석하지도 않고 법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있는 것을 보면, 경제자유구역 정책이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국제 기준도 위반

나아가 경제자유구역법의 각 내용들은 유엔 사회권 규약에도 반한다. 한국 정부는 1990년 이 규약을 비준하였으므로 정책을 수립하거나 법을 입안할 때 이러한 의무이행원칙을 따라야 한다. 사회권 규약 일반논평3과 마스트리히트 가이드라인에서 규정된 국가 의무의 이행원칙은 ‘후퇴조치금지, 차별금지, 최소 핵심의무의 즉각적인 이행, 가용자원의 우선적인 활용, 제3자 규제 의무’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이 법은 국가가 마스트리히트 가이드라인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회권에 부합하지 않는 제3자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자, 사회권을 침해하는 기업을 적극 규제하지 않는” 것이어서 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권 규약 제6조 노동의 권리, 제7조 공정하고 유리한 노동조건의 권리에도 반하는 법률이다.

한편 ‘OECD의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은 “환경, 건강, 안전, 노동, 조세, 재정상 인센티브 또는 기타 현안과 관련된 법규 또는 규제적 기본틀에서 의도하고 있지 않은 면제를 모색하거나 받는 것을 삼갈 것(2장 5조)”을 주문하고 있으나, 이 법은 외국기업들이 노동, 환경 등의 법규의 완화를 모색하거나 요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면제해주는” 것으로 위 가이드라인에도 반하는 법률이다.

경제자유구역은 전국 문제

경 제자유구역법의 문제는 당장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는 지역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이자 우리 전체의 문제이다. 그동안 각 분야에서 개악을 시도하였으나 저항에 부딪히자 외자유치라는 그럴듯한 취지를 내건 이 법에 각 분야의 개악 내용들을 모두 포함시킨 것으로 의도가 매우 불순한 법률이다.

결국 오랜 노력과 희생으로 만든 노동, 환경, 교육, 장애인, 의료 각 분야의 주요한 법률들이 기업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 무력화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은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인권 침해, 각종 진보적인 가치들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위헌적인 법률로써 당연히 효력이 없고 즉각 폐기되어야 하지만, 결국 그 몫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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