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하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의 노동정책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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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일자리대응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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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취임한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사실 뿐 아니라, 향후 미국의 경제, 사회, 노동정책 그리고 대외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정부의 교체를 이끌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 국내에서 의료보험과 노동정책의 변화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예견되고 있다. 민주당이 행정부와 의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부시 정부 아래서 민주당이 발의했던 법안과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 지지했던 법안들이 처리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새롭게 임명된 노동부 장관과 연방노동관계위원회 위원장은 향후 근로자보호, 노동조합의 조직 활동과 단체교섭에 관한 정부 정책에서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는 연방노동관계법의 부당노동행위와 교섭대표절차를 관할하는 독립된 행정위원회로서, 노동조합의 조직 활동과 단체교섭에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조직이다. 새로운 위원장인 리브먼(Wilma B. Liebman)은 연방알선조정국(FMCS)에서 부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중재절차, 대체분쟁해결제도, 국제업무 등을 담당했다. 그 이전에는 미국 화물운송노조와 일부 건설관련 노조에서 12년간 노동 변호사로 활동했다. 또한 리브먼 위원장은 단체교섭에서 노동조합의 활동을 다소 확대하는 법안의 강력한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 2008년 6월30일 미국의 시민단체인 NCL(National Consumers League)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윌마 리브먼 연방노동관계위원장. ▷ NCL ]

‘노동 변호사’ 출신의 연방노동관계위원회 위원장

현재 오바마 정부의 노동정책은 대체에너지산업 육성, 사회기반시설 개선사업과 의료산업에서 ‘좋고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 또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란 대체로 근로자의 지식에 기반하며 고부가가치와 높은 생산성을 전제로 하여, 그에 연계된 적정한 임금수준과 안정된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일부 학자들은 대규모 공공투자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미국의 노동정책과 노사관계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의 하나로서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통해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대등한 교섭력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위기하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인식은 대통령 취임 이후에 사회기반 시설 개선 사업과 관련하여 채택된 2개의 행정명령에 반영되어 있다. 첫 번째 행정명령은 연방정부 발주 사업과 관련하여, 연방정부의 재원이 사업장의 노동조합 조직 활동을 방해하는 데 쓰이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두 번째 행정명령은 연방정부 발주 사업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촉진하고, 미조직 근로자에 대한 직업훈련과 일자리 보장을 실시하며, 안전하게 예산 범위 내에서 공사를 완료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단체협약을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이 명령은 기존에 있던 내용이었지만 부시 대통령이 철회했던 것인데. 이를 다시 부활시킨 것이다. 

조직률 하락과 양극화 확대, 어떻게 제어할까

미국은 194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는 생산성과 임금이 대체로 연계하여 상승했다. 그러나 1980년대 노동조합 조직률이 하락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생산성은 증가했지만 일반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980년대 내내 하락했다. 1979년 노동인구의 약 25%였던 노동조합 조직률은 1990년에는 16%로 하락했으며, 2007년에는 7.4%까지 떨어졌다.

1980년과 2005년 사이에 생산성은 70% 이상 상승했지만, 일반근로자의 임금은 평균 약 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나친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져서 현재 미국의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실질가치 기준으로 2003년과 2007년 사이에 최고경영자의 임금이 45%, 중간관리자 임금이 15% 상승한 반면, 일반근로자의 임금은 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3년 기준 미국 내 15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평균 임금은 일반근로자의 300배였고 2007년에는 500배가 넘었다.

그런 반면 1980년대 이후에 미국 최저임금의 실질가치는 30%까지 폭락했다. 공정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임금은 1996년 시간당 4.25달러에서 4.75달러로 인상되었다. 그리고 1997년에 5.15달러로 인상된 이래 2007년에 와서야 시간당 5.85달러로 인상되었다. 이후에는 속도가 조금 빨라져 2007년 개정에서는 2009년까지 매년 0.7달러씩 최저임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2008년에 최저임금은 시간당 6.55달러였고, 2009년 7월에는 7.25달러로 인상될 예정이다. 

한편, 지금 미국 연방의회에는 부시 정부 아래서 민주당이 발의했거나 상원의원 시절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한 근로조건 보호에 관한 중요한 법안들이 통과를 기다리며 계류 중에 있다. 그러한 법안들 중 일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근로자 휴가에 관한 법률 개정을 들 수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자녀, 배우자 및 부모의 간병을 위하여 근로자가 청구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1년에 7일의 유급 질병휴가를 부여해야만 한다. 또한 이 개정안은 단시간근로자와 신규 채용자에 대해서도 비례적으로 유급 질병휴가를 부여하도록 정했다.

고용관계에서 차별금지 사유와 구제수단의 확대

제출된 법안들이 준비하고 있는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행 공정근로기준법상 남녀동일임금 원칙 아래서는 기존에 고용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근로자만이 사업장의 임금격차에 대해 임금차별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제출된 법안은 구직자도 해당 사업장의 임금격차에 대한 임금차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임금격차가 직무관련성과 사업상 필요가 있다는 것은 사용자가 입증해야 한다. 또한 차별적 임금격차를 주장하는 구직자는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현행 시민권법은 고용관계에서 차별금지 사유로 인종, 피부색, 성별, 출신국적, 종교, 장애를 열거하고 있다. 또한 노동법에서는 40세 이상 근로자를 채용, 근로조건, 승진 및 직업훈련, 연금제도에 있어서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연령차별금지법이 있다. 그런데 현재 의회에 제출된 개정안은 이와 같은 사유 이외에 성적지향도 차별금지 사유로 추가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 더해 법률이 금지하는 사유로 인해서 차별적 임금을 받은 근로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은 각 임금지급일부터 180일에서 300일 이내라는 제척기간을 폐지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한 지 며칠 되지 않은 2009년 1월29일에 곧바로 그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률은 또한 시민권법상 구제절차에 제한받지 않고 근로자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에 대한  배상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조 조직률 상승 억제해온 연방노동관계법의 개정

미국 연방노동관계법은 1935년 제정된 이래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에 관해 규율하고 있다. 이 법률의 특징은 근로자들의 자주적 단결체로서 노동조합이 아니라, 단체교섭의 대표이며 ‘단체협약의 체결권자’ 지위를 획득한 노동조합에 대해서만 규율한다는 것이다. 즉, 연방노동관계법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자신의 조합원만을 대표하여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교섭 단위를 정하고 그에 속한 근로자 다수결의 지지로 (노조가) 교섭대표로 선출된 이후, 교섭 단위 소속 모든 근로자를 대표하여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노동조합의 조직화 과정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노동조합은 대표하고자 하는 사업장 또는 직종단위를 정하고, 그에 속한 근로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조직 활동을 전개한다. 둘째, 이를 통해서 30% 이상 근로자의 지지를 확보하면 노동조합은 사용자에게 자신을 교섭대표로 승인할 것을 요구하거나, 연방노동관계위원회에 선거를 신청한다. 셋째, 사용자가 승인 요구를 받아들여서 단체교섭을 실시하거나 연방노동관계위원회가 주관하는 선거에서 승리하여 인증을 받으면, 노동조합은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위를 최종적으로 확보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조직화 과정에는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사용자가 개입할 여지도 많다. 때문에 이는 현실적으로 미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아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또한 사용자는 교섭대표 선거 과정에서도 근로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자신을 교섭대표로 인정한다고 표시한 근로자들의 수권카드(노조에게 교섭권한을 위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카드)를 50% 이상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교섭대표 선거에서는 이것이 역전돼 노동조합이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노동조합으로부터 교섭대표 승인을 요구받을 경우 사용자는 연방노동관계위원회에 선거를 신청할 수 있다. 노동조합이 교섭 단위 소속 근로자 100%의 수권카드를 확보하여 교섭체결을 요구하더라도 우선은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교섭대표 선거 실시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에서 노동조합 활동 보장 강화

그런데 이러한 제도적 틀을 변화시키는 흐름이 오바마 정부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노동조합 조직 활동에 있어서, 수권카드에 대해 교섭대표인증 효력을 부여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어 있는 것이다(노동자자유선택법).

이는 사용자들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법안이기도 하다. 그 핵심내용은, 조직화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교섭 단위에 속한 근로자 과반 이상이 서명한 수권카드를 확보했다면, 연방노동관계위원회가 교섭대표 선거 실시 없이도 곧바로 교섭대표로서 ‘인증’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교섭대표인 노동조합에 대해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교섭대표로 인증된 노동조합은 10일 이내에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실시를 요구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이를 거부하는 것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는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이 법안의 또 다른 주요 내용은 처음으로 교섭대표가 된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 첫 번째 단체협약 체결을 ‘중재절차’로 규율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사용자들은 단체교섭에는 계속 임하면서도 단체협약 체결을 지연시키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교섭대표가 처음 인증된 이후 1년 내에 단체협약이 체결되는 비율이 10% 미만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법안은 교섭대표로 인증된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90일 이내에 첫 번째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당사자 일방은 연방알선조정국(FMCS)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방알선조정국의 조정안 결정 이후 30일 이내에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2년 기간으로 노사당사자를 구속하는 중재결정이 있게 된다. 또한 이 개정 법안은 노동조합 조직 활동과 첫 번째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과정에서 사용자가 법률을 위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다른 부당노동행위를 한 경우의 처벌을 강화했다.

이 법안은 미국의 노동조합 총연맹인 AFL-CIO가 오랫동안 입법을 위해 노력해온 것이며,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이었던 2007년 당시에 법안의 공동발의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2008년 대통령 후보 당시에는 노동조합 관계자를 상대로 한 연설에서 이 법안을 법률로 제정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또한 많은 미국 노동관련 학자들이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2009년 3월10일 현재 최종안이 양원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이다.


[ 2008년 11월 미국 대선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후보. 오른쪽 뒤에 AFL-CIO의 존 스위니 위원장이 보인다. ▷ wordpress.com ]

MB와 전혀 다른 오바마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철학”

이렇게 오바마 정부 아래서 준비되고 있는 법제도적 변화들이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지, 또 그것이 경제위기하에서 미국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비정규직 사용의 확대와 법정최저임금의 실질적 인하 등을 초래할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이명박 정부와 비교되는 것은 분명하다. 오바마 정부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명박 정부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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