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한파 속 ‘따뜻한 연대’ 만들어낸 KB국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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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와 이웃에게 내민 손이 아름답습니다.” 
“구조조정 위기 속 비정규직 껴안은 빛나는 연대……”
 

앞 문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이 금융노조 KB국민지부를 격려하기 위해 전달한 격려패의 첫 문장이고, 뒤의 문구는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의 기사제목이다. 모두 비정규직의 조직화 성과를 이뤄낸 KB국민지부의 자긍심을 표현해주는 데 손색이 없다. KB국민은행지부는 따뜻한 연대와 나눔의 실천 속에서 5천여 무기계약직들의 조합 가입을 결정했다.  


[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 11월 27일 조합원 총투표에서 87.6%의 찬성률로 무기계약직의 지부가입 안건을 가결시켰다. 11월28일 개표모습  ▷ KB국민은행지부 ] 

5천여 무기계약직들에게 문을 연 KB국민지부 

여기에 이르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난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은행권 비정규직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텔러, 사무(본점지원업무), 경비, 콜센타 직무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국민은행의 경우도 1999년 6월 기준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약 25%였지만 2005년도에는 45.66%에 달했고, 제1금융권 전체적으로는 4만여 명에 이르렀다. 임금격차는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정규직 대비 30~40%에 머물렀다. 

이런 와중에 비정규직 문제는 2007년 8월 ‘기간제법’의 시행과 함께 급물살을 탔다. 기간제법 중 ‘차별시정조항’이 있었고, 은행권 비정규직의 대표적 형태이며 은행업 특성상 정규직과 동일-유사업무를 실행하고 있는 텔러업무가 그 차별시정 조항에 저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것이다. 비정규직 관련법 시행 이후 실제로 고용상태 변화 방향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①외주화, ②계약해지 후 단기고용계약으로 대체, ③무기계약화, ④하위직제화, ⑤온전한 정규직화 등이었다. 

한편, 각 은행들 역시 비정규직 고용형태에 변화를 꾀하게 되었다. 이는 노사합의를 통해 분리직군제도 도입, 하위직제 신설, 무기계약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이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엇갈리고 있다. 

KB국민지부도 은행권의 이런 흐름에 즈음하여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전략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고용안정, 임금, 복지, 조합가입 등 비정규직 차별요소 중 보다 중요하고 해결 가능한 순서대로 역량을 집중해왔다. 우선 고용안정을 위해 2007년 10월18일, 노사합의를 통해 2008년 1월1일부터 3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노동자 5,000여명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했고, 3년 미만자들도 순차적으로 전환키로 합의했다. 물론 은행 경영진은 분리직군제도 도입 등을 더 선호했지만, 노조는 그것이 ‘차별의 고착화’라는 평가를 고려하여 교섭력을 바탕으로 추후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는 ‘무기계약’화로 집중한 것이다. 


[ 12월 1일 'KB국민은행 무기계약직 노동조합가입 찬반투표 가결 기자회견" 모습  ▷ 한국노총 ]

비정규직 차별개선과 조직화를 위한 4단계 전략 

고용안정에 대한 큰 방향성이 잡히면서 곧바로 ‘복리후생제도 동등 적용’에 집중했다. 복지제도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자금 지원 및 사택 등 주택자금지원 등을 포함하여, 또한 텔러의 대부분이 여성인 현실을 감안해 출산·육아 휴가·휴직제도 등을 동일적용토록 했다. 이렇게 거의 모든 복리후생제도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동일 적용되면서 급속한 조직통합력이 발휘되었고, 최종 목표인 ‘비정규직의 온전한 정규직화’의 조건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다만 임금부문은 규모의 방대함 때문에 쉽지 않았는데, 어쨌든 노사합의를 통해 일단 정규직의 70% 수준까지 상향토록 했다. 

KB국민지부는 2008년 연초부터 비정규직의 조직화에 직접 나섰다. 그리고 이번 조합원 총회를 통해 그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은행권 비정규직 조직화 방향과 관련, △사업장별 비정규직 독자노조, △산별노조 특별지부 편재, △지부 직가입 및 별도분회 운영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방안들 중에서 KB국민지부는 ‘비정규직 차별철폐’라는 취지에 맞게 ‘지부 직가입 및 통합분회 운영’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추진했다. 

비정규직 조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정규직 조합원들이 갖고 있는, 이른바 ‘파이분배론’이나 ‘정규직 고용조정의 안전판으로서 비정규직’이라는 인식이었다. 이에 대해서 KB국민지부는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즉, 대의원대회에서 지부운영규정을 개정해 조합원 범위를 확대하거나 노사교섭을 통해 단체효력이 비정규직에게까지 확장토록 하는 등의 부분적인 방식이 아니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사용자측과 보수언론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극복하고 ‘정규직 조합원 각각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한편, 이렇게 전략을 결정했지만 조합원 총회 개최 시기와 관련 고민이 적지 않았다. 심각해진 경제위기로 인해 향후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정세와, 정부에 휘둘리는 사측에 의해 2008년 금융산별 공동단체협상 및 지부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져 이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KB국민지부는 오히려 “조직통합력에 의한 단결과 연대만이 구조조정을 저지할 수 있고, 강화된 단체행동권의 위력이 오히려 전체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높이고 이른바 ‘총분배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공세적으로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이에 지부 집행부의 진정성을 신뢰한 1만 5천여 조합원들이 호응하여 87.6%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무기계약직의 조합가입’을 가결한 것이다. 

경제위기의 한파, 연대와 나눔으로 뚫자!

조합원 총회 결과에 따라 무기계약직 5,006명이 조합가입을 전원 신청할 경우 현행 14,569명인 조합원은 19,575명으로 대폭 확대된다. 또한 무기계약직으로 아직 전환되지 않은 나머지 3,177명 기간제 계약인력 직원들도 3년 도래 시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자동 전환되므로, 내년 상반기에 2,312 명이 추가로 가입하게 되면 조합원 총원은 약 21,887 명으로 확대된다. 이로써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4단계 전략 중 7부 능선인 3단계를 넘어선 것이다.

한편, KB국민은행 노사는 2008년 임단협 교섭을 12월 중에 개최할 예정이다. 여기서 노동조합은 무기계약직의 온전한 정규직화를 이뤄내기 위해, 현행 4직급(L1~L4)으로 구성된 직급체계에, 새로운 직급(L0)을 신설하여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인사보수 체계를 운용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하고 있다. ‘온전한 정규직화’라는 4단계 전략 달성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지부의 비정규직 조합가입 조합원 총회 실시와 조직화 성과는 한국노총은 물론 국내 전체 노동계에 신선한 충격과 귀감을 주는 사례이다. 또한 2010년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제기될 수 있는 조직안정화 문제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에서도 모범적인 역할 모델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에 불어 닥친 경제위기의 파장이 얼마나 깊고 클지 모르는 암울한 환경 속에서도, KB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이 향후 불어 닥칠 구조조정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맞서 노동자 연대와 나눔을 실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지만 비정규직 조직화와 차별개선을 위한 KB국민은행지부의 노력과 성과를 계기로, 1,400만 노동자가 ‘연대와 나눔’을 통해 강력한 힘을 모으고 새로운 희망을 열어가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정부와 사용자들도 어려운 경제위기를 빌미로 비정규직의 남용과 확대 등 상황을 개악보다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 및 나누기’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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