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노동자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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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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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표적인 비정규직, 건설노동자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임금 및 노동조건, 불안정한 고용지위에 대한 논란과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1998년 이후 지속된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양과 질 모두에서 한국의 노동체제를 동요시킬 만큼 비약적인 규모가 되었다. 비정규직의 규모는 1990년대 초반에 40% 정도였던 것이 불과 10년이 안 되는 사이에 급속도로 증가하여 2000년 12월 현재 53%에 달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비용 합리성의 이름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이 너무나 합리적인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어느새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규정하는 노동체제로 바뀌게 된 데에는 전체적으로는 한국 사회의 ‘보수주의 정치의 지배’와 ‘진보정치의 빈곤’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산업역군과 비정규직의 대명사로 되어 왔던 건설노동자들이 일용(daily worker)이라는 가장 불안한 고용형태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아 왔던 것도 한국의 노동체제가 가진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을 맡으면서 동시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주자로 상징되는 건설노동자는 2000년대를 맞이한 현 시점에도 여전히 가장 천대받는 노동자로 남아 있다. 이 점은 같은 육체노동자이면서 상대적으로 좋은 대접을 받는 금속노동자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건설노동자도 금속노동자만큼 숙련이 필요하고 업무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직무 특성과 관련해서는 양자간의 차별이 존재할 이유는 거의 없다. 단지 금속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로 채용되고, 건설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한다는 차이가 커다란 차별을 낳은 것이다. 외국의 노동조합운동을 보면, 생산직 노동운동의 중심 축은 금속노조와 건설노조이고, 건설 ‘일용’노동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건설노동자 문제해결이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건설산업의 노동체제가 비정상적인 형식을 띠다 보니, 그 내용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건설노동자의 기본적인 임금 및 노동조건뿐만 아니라 건설업의 산업구조 및 고용, 직업훈련 등의 문제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못한 형편이다. 심지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실태와 생활실태에 대한 실증적인 조사연구 작업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 글에서는 2000년 11월에 대전지역 건설노동자 실태조사를 근거로 하여, 건설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 그리고 전체적인 노동시장 상황의 문제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개선방향에 대해 검토하려고 한다.         

2. 건설노동자의 노동실태

이번 조사는 2000년 11월부터 12월까지 대전지역 건설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조사된 건설노동자의 수는 전체 985명이었다. 건설현장별로 보면 관급공사 현장이 58.9%로 가장 많았고, 민간공사현장은 15.3%, 거주지(방문조사)는 21.9%, 노조사무실 방문자는 3.9%로 상대적으로 관급공사 현장의 건설노동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노동자 범주별로 보면 십장이 5.4%, 기능공이 60.6%, 조공이 10.8%, 보통인부(잡부)가 20.7%를 차지하였다.

조사 내용은 건설노동자의 전반적인 노동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고용구조·임금 및 노동조건·노동시간·복지·직업훈련 등으로, 초점은 건설노동자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인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근로조건 등이 건설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으며, 그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하는 점이다.  

1) 고용

건설노동자는 현장의 특성상 추운 겨울에는 일을 할 수 없다. 대전 지역에서도 건설노동자의 1년간 평균 실업기간은 3.9개월이었고, 일자리가 많다고 할 수 있는 9월~11월간의 월평균 노동일수도 21.5일로 제한되어 있어서 지속적인 고용보장 또는 실업기간 동안의 실업보험 지급 등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보장의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공공직업소개소의 역할은 매우 작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건설노동자(50.9%)나 십장(29.9%)을 통해 일자리를 얻는 경우가 80% 이상 된다. 공공직업소개소를 통해서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는 2.0%에 불과하여, 용역업체를 통하는 경우는 5.8%이다(그림 1 참고). 용역업체를 통하는 경우에는 수수료 등 임금중간착취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용역업체를 없어지거나 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반면, 건설노동자는 구직활성화 방안에서는 인맥을 통한 구직보다는 공공조직에 의한 구직체계가 잡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림 2 참고). ‘인맥을 통해’가 17.3%에 불과한 반면, ‘고용안정센터 활성화’는 43.2%, ‘노조기능 확충’은 35.4%로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즉 공공기관 취업알선망에 대한 노동자의 요구는 높지만, 노동부와 정부의 이에 대한 실질적인 체계 마련이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임금 및 노동조건

대전 지역 건설노동자의 평균 일당은 65,475원이고, 임금수준은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십장은 83,897원, 기능공은 72,735원, 조공은 54,476원, 보통인부(잡부)는 48,647원이다. 이 일당을 월 단위로 계산하면 건설노동자가 1달에 20일 정도 일한다면 1,309,500원을 받는다. 건설노동자가 겨울에 일하지 못한다는 점도 감안한다면 낮은 임금수준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건설노동자에게는 대부분 현장에서 근로기준법에 있는 초과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등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임금착취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건설현장의 문제점 중 가장 선결되어야 할 문제로 44.2%의 노동자가 저임금을 지적하였다(그림 3 참고).    



임금 문제는 하청사장이 도주하거나, 건설현장이 사용자의 귀책사유나 악천후로 일을 못하게 된 경우에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휴업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경우로 나타나 저임금의 문제뿐 아니라 임금을 제대로 받는 문제도 중요한 사안임을 확인할 수 있다.

3) 노동시간

건설 현장의 노동시간은 다른 산업의 노동시간보다 길다. 근로기준법의 기준노동시간은 44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의 노동시간은 60~70시간이나 된다. 건설연맹이 1999년 10월과 2000년 10월에 조사한 결과, 건설현장의 노동시간은 각각 68.7시간과 69.8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설회사의 사무관리직의 노동시간은 각각 50.2시간과 51.1시간으로 나타나 ‘건설사무노동자’와 ‘건설현장노동자’간 노동시간 차이는 18시간 이상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그림 4 참고). 한편 대전지역의 경우에는 1일 평균 노동시간이 9시간 57분이었다.



건설현장의 장시간노동의 문제점을 반영하여, 근로기준법에서 우선 시행되어야 할 사항으로 42.2%의 노동자가 ‘8시간 노동제 실시’를 선택하였다(그림 5 참고).



4) 직업훈련

건설노동은 일정 정도의 숙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직업훈련을 통해 기능공을 양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직업훈련은 거의 공식적으로 행해지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건설노동자 중 84.2%의 노동자가 직업훈련을 받은 경험이 없었다. 직업훈련을 받은 경험이 없더라도 일정한 숙련을 갖추어야 건설노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기능습득 경로를 알아보았더니, ‘현장동료’가 84.1%로 가장 많았고, ‘노동부 직업훈련학교’는 2.9%, ‘업체 직업훈련’은 3.3%, ‘사설기능학원’은 3.7%로 미미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6 참고).



그런데 건설노동자의 직업 재훈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54%가 필요하다고 응답함으로써 건설노동의 직업훈련체계가 시급히 확립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직업재훈련 문제와 관련해서는 교육내용의 내실화와 현실화가 필요하며, 직업재훈련 기간동안의 생활비 보전이나 고용유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하였다.

5) 복지

건설현장에는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고용관리 책임자’를 두어 임금 및 고용관리의 핵심적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번 조사에 의하면 건설노동자의 66.9%가 해당 현장의 ‘고용관리 책임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었다. 건설노동자의 경우, ‘총공사금액 3억 4천만 이상의 공사에 1개월 이상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되어 있는데 단지 24.1%의 노동자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다른 노동자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잘 모르고 있었다(그림 7 참고).



한편 1998년에 건설노동자의 퇴직금보상을 위해 도입된 퇴직공제제도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의 단지 32.9%만이 퇴직공제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실제로 퇴직공제수첩을 발급 받은 노동자는 7.3%에 불과하였다(그림 8 참고). 즉, 건설노동자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부분적으로 도입된 제도조차도 실제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당사자인 건설노동자들에게 충분히 선전홍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정규직화’와 ‘노동시간 단축’ 

건설노동자가 부딪치고 있는 문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고용불안, 낮은 임금, 장시간노동, 열악한 복지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이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이 문제들의 핵심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건설노동자의 80% 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점이다. 고용형태가 비정규직인 ‘일용직’의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건설노동자가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 고용불안정 등의 문제를 겪는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건설노동자가 정규직이고, 건설산업의 특성상 노동자가 실업상태가 되더라도 사회복지 제도를 통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동체제가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건설 산업은 어느 사회에서나 핵심적인 산업 중의 하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도 적절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애초에 건설산업 노동체제가 기형적으로 형성되어 왔다는 점에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대표적인 희생자가 건설노동자인 것이다. 잘못 끼워진 노동체제를 어떤 방식이든 개선하지 않는다면, 우리 자녀들에게 고장난 시계를 물려주는 것처럼 ‘잘못된 시간’ 속에 미래를 머물게 버려 두는 셈이 될 것이다.    

둘째, 건설현장의 관행이 되어 버린 ‘장시간 노동’이다. 한국의 ‘긴 노동시간’은 건설산업뿐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업종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건설현장의 장시간 노동은 잔업수당도 없는 가장 봉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에는 기준노동시간이 근로기준법대로 8시간이지만, 건설현장에서는 노동법을 떠나서 기준노동시간이 최소 12시간이며 잔업 및 특근수당도 없고, 휴일도 공휴일도 없는 실정이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지 50년이 다 되어 가지만, 건설현장에는 아직 노동법 이전의 봉건적 노동체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은 단지 노동자의 노동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건설산업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더욱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비정규직과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뛰어넘기 위해서 우선 필요한 것이 200만 명이 넘는 건설노동자의 노동실태 및 생활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연구이다. 건설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러 곳에서 지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건설노동자의 노동과 삶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시행된 적은 별로 없다. 대표적인 예로 노동부의 건설산업 통계자료에는 건설회사 본사 노동자의 노동시간만이 조사되어 있을 뿐, 건설노동자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건설현장의 노동자에 대한 통계자료는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건설연맹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건설노동자의 목소리를 아직까지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 노사정이 함께 건설노동자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건설노동자에 대한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건설노동자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고, 1970년대 중동건설 붐으로 표상되듯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는 한국 사회 발전에 중요한 몫을 담당한 계층이다. 건설노동자가 수행하고 있는 역할과 사회적 위상에 맞는 사회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건설산업은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발전에 중심적 역할을 하였음에 반해, 건설노동자는 지금까지 주변부 노동자로 평가받아 온 것이다. 이런 잘못은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의 건설 산업의 미래는 양질의 건설노동자 육성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현재 전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직업훈련·고용체계는 합리적 체계로 개혁되어야 하고, 건설노동자를 위한 사회복지망도 대폭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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