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재산세 파동과 가진 자들의 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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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이제는 의원이 된 김진표 당시 부총리가 ‘한 발만 더 나가면 사회주의’라는 획기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그해 말, 그 일환으로 보유세의 일종인 재산세의 과세표준이 인상되었다. 정부는 더 이상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은 없다는 투로 호들갑을 떨었으나, 사실 그 내용을 뜯어보면 ‘사회주의’라고 칭할 만큼 무슨 혁명적인 내용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어찌 보면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내용 일색이었다. 물론 사회주의적이건 자본주의적이건 그것이 실제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미약한 개혁조차도 소위 ‘가진 자’들의 극심한 반발이 뒤따랐고, 그것은 강남구의 전격적인 재산세 40%인하로 나타났다.

10억 아파트=3억 아파트?

재산세라고 하는 것은 건물의 보유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즉,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건물 별로 세금을 내는데, 건물가격을 기준으로 0.3~7%의 세금을 매년 납부하게 된다. 문제는 건물가격 산정이 면적 기준으로 되어 있어 시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과세표준 산정은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정하는데, 시가표준액은 평방미터당 18만원을 기준으로 하여 약간의 증감과정을 거쳐 산정된다. 이는 강남에 소재하는 10억을 호가하는 아파트와 지방에 소재하는 3억을 넘지 않는 아파트가 면적만 같으면 거의 비슷한 세금을 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산세는 또한, 자동차세와 비교해봐도 문제가 많다. 1,500cc 자동차의 세금이 1년에 20만원이 넘는데, 강남 50평 아파트의 세금이 30만원 남짓했던 것이 과거의 과세관행이었다.

이러한 비상식적 세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이를 통하여 정부가 건물 소유자에 대한 일종의 과도한 특혜를 부여하여 권력을 유지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재산세 저율과세의 명분을 “재산세라고 하는 것은 가사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들이 생활비를 아껴 내는 세금이므로 이를 중과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논리로는 세금이 유지될 수 없다. 재산세가 아니라 자동차세도 마찬가지고, 소득세 등 모든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어찌 보면 고통스러운 일이다. 종합소득세 납부자의 경우에도 내년에 납부할 것을 대비하여 소득의 일정부분을 올해 저축하여야 하는 고충을 겪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종합토지세나 재산세의 현실화, 즉 보유과세 강화는 좌우를 불문하고 학자들이 모두 찬성하는 것이었다. 진보적인 학자들은 조세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학자들은 재산세 강화가 경제를 왜곡시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 이를 찬성하였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열린우리당, 과거의 민주당, 민주노동당,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의 단체들도 보유과세 강화에 모두 찬성했다.

벌어진 빈부격차, 민감해진 조세불공평

과거에는 재산세 부담의 불공평성에 그리 민감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고도성장의 결과와 혜택이 노동자층에게도 상당부분 미쳤고, 기십만원 밖에 되지 않는 재산세 문제가 쟁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급속도로 악화된 빈부격차 문제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빈부격차 완화정책의 포기로 인하여 더더욱 심화되었고, 국민들 중 상당수가 빈부격차를 가장 큰 사회문제로 인식하게 됨에 따라 세금 부담의 불공평성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특히, 강남을 비롯해 일부지역의 부동산 가격 인상이 빈부격차의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또한 그것은 교육격차의 확대로 인한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졌다. 서울대 사회과학원이 30년간 서울대 입학생에 대한 통계를 조사한 결과, 부모가 고소득직종인 경우는 저소득직종인 경우보다 최고 16배가 입학률이 높았으며, 서울이 전국평균의 1.5배인 반면, 강남 8학군 소재 학생의 서울대 입학비율은 전국 평균의 2.5배나 되었다.

남이야 죽던, 배짱 퉁기는 부자 강남구

정부가 내놓은 재산세제 개혁은 시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시가표준액 대신, 아파트와 연립주택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매년 조사하여 고시하는 ‘기준시가’에 의하여 재산세를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 기준시가는 일반적으로 시가의 80% 정도를 반영한다고 알려져 있고, 이에 따라 강남지역의 재산세부담이 최고 7배정도 인상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강남구의회와 구청장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들은 지방세법 188조 제5항이 정하는 대로 조례를 정하여 재산세 세율의 50%를 인하하려고 하였고, 서울시가 이를 반대하자 결국 세율의 40%를 인하하였다. 강남구야 어차피 재정자립도가 100%에 육박하는 ‘부자 자치구’이므로 세금을 더 거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를 단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자산가라는 강남구의 선거권자 특성 때문에 이러한 감세가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일거에 세금 부담을 7배나 늘였다면 이에 대한 반발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강남구민들은 잘못된 세제의 영향으로 지나치게 적은 세금만을 부담해왔다. 그리고, 심각한 빈부격차 해소의 유일한 합법적 방법인 조세 형평성 강화에 대한 가진 자들의 저항은, 남들이야 죽던 말던 우리는 단 1%도 포기할 수 없다는 심리의 발로이다.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1위권, 환율까지 고려한 1인당 국내총생산이 19,000달러에 육박하며, 무역규모 12위권, 외환보유고 1,200억불, 반도체와 자동차를 만드는 현대적 산업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신용불량자가 400만, 단전가구 60만, 자살률 OECD 4위라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므로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

결국 이것은 세금을 통한 복지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러한 조치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에는 한국사회는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역사를 보면, 가진 자들의 조세개혁에 대한 저항은 사회혁명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가진 자들의 저항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선택은 마찬가지로 사회혁명이거나, 또는 그야말로 극심한 빈부격차와 사회적 균열로 인한 빈번한 범죄와 살인 때문에 더 이상 밤거리에 혼자 다닐 수 없는, ‘증오에 기초한 미국식 경쟁체제’ 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상황을 시대적, 역사적 맥락에서 고려해 보면 전자보다는 오히려 후자로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소한 조세개혁조치에 대한 가진 자들의 히스테릭한 반발은 오히려 민주노동당이 주장해온 부유세의 도입 필요성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부유세 반대론자들은 기존의 세제로 해결하면 된다고 떠들면서,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면 되지 굳이 부유세라는 새로운 세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강남구 의회의 재산세 인하는 기존의 제도와 세제로는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복지를 확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보다 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을 더 거두지 않고서는 한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육, 의료, 주거, 빈부격차 등의 문제는 역사가 증명하였듯이, 조세를 통한 국가의 복지확충이 아니면 해결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미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체제를 상당부분 이루었고, 통합된 유럽의 비전에 대해서도 좌파정당들은 ‘사회적 유럽’이라고 칭하고 있다. 사실 유럽과 비교해도 소비재나 내구재의 소비는 한국이 나은 측면이 있다. 그만큼 한국의 경제는 세계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고, 상당히 잘 사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사회의 경우, 유럽나라의 국민들이 교육과 의료, 최저임금, 실업수당, 출산수당 등 열거할 수 없는 많은 영역에서 삶의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과 비교했을 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교육과 의료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소득이 조금 낮더라도 살아가는데 약간의 피곤함은 있겠지만 큰 곤란은 없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도 그런 혜택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경제력에 비추어 볼 때,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아마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경우, 현재처럼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존권을 걸고 하는 파업 중 일부분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노동자들의 겪는 생활상의 곤란 중 상당수는 교육과 의료, 주거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더욱 잘 알아야 할 세금문제

사실 노동자들은 세금문제를 잘 모른다. 세금신고도 하지 않고, 월급에서 공제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노동자들이 내는 대부분의 세금이 물건에 붙은 간접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자들은 세금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고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차이가 사실 그동안 가진 자들이 한국의 세제를 농락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 이번 강남구 사태에서도 보여주듯이, 세금문제에 대해서만은 한국의 부자들은 강력한 단결과 형제애(?)를 보여 줄지 모른다.

여기에 맞서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강력한 단결과 각성, 그리고 민주노동당 강화를 포함한 사회적 영향력의 획득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가진 자의 저항을 저지하는 것은 비단 노동자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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