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중앙의료원 장기파업,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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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중앙의료원(CMC) 노동조합이 파업이 한 달을 넘기고 있다. 엉덩이에는 땀띠가 나고 밤에는 모기에 뜯기며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잠을 청하기 수십 일. 무엇이 우리를 파업으로 몰았는가? 조합원들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월드컵 전 타결을 목표로 보건의료노조 136개 지부 중 82개지부가 동시에 조정신청을 내고 동시 총파업을 결의하였다. 우리 노조도 4월 10일부터 교섭을 시작하여 총 12차에 걸친 교섭을 하였지만, 의료원은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하였다. 파업 전야제인 5월 22일에도 의료원의 최종안은 임금안 2.6%, 단협 사항 거의가 수용불가 입장이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조차 노사간 의견 차이가 커 조정을 중지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정을 하지 못했다. 중노위에서 돌아온 의료원은 2001년에도 파업전야제에 교섭을 하지 않아 노조로 하여금 파업에 들어가게 하였기에 노동조합이 의료원 측에 전화해서 교섭은 어떻게 할거냐고 확인하였다. 논의 중이니 연락을 주겠다던 의료원은 5월 23일 새벽 5시30분 "모여 있으면 교섭 안 하겠다. 아침 7시까지 해산하지 않으면 무노동 무임금 적용하겠다. 해산 후에 교섭하겠다"고 교섭을 회피하였다. 


[ 사측은 직권중재라는 악법을 이용해 노동조합의 파업에 불법의 굴레를 씌워 탄압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농성하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 ]

사측의 직권중재제도 악용 

2002년 노동조합의 핵심 요구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인사승진제도 확립을 위한 인사위원회 노조 참여, 사학연금의 본인부담율 중 사측 부담 증가, 산별교섭 쟁취, 임금 11.3%인상이었다. 인사에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다른 지부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학연금이나 산별교섭은 사립대 공동요구였다. 임금 인상요구율도 서울의 사립대 병원 중에서 가장 소박한 수준이었다. 파업 4일차에 겨우 축소교섭이 이뤄졌고 이 자리에서 의료원은 '산별교섭에는 참여하겠으나, 인사위원회 수용불가, 사학연금 수용불가, 임금 5.5%인상'을 최종안으로 내놓았다. 게다가 조합원에게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고, 간부는 반드시 징계하겠다고 하였다. 

파업 하루 이틀 만에 타결된 다른 사립대병원의 임금 타결율이 7.3∼11.3%인 시점에서 임금 5.5%에 핵심 요구는 모두 수용불가, 무노동 무임금, 징계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측이 타결 의지가 없음을 역력히 보여주는 것이다. 성실히 교섭만 하였더라도 파업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며 이렇게 장기화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측은 직권중재라는 악법을 이용해 노동조합의 파업에 불법의 굴레를 씌워 탄압하기 시작했다. 직권중재 제도는 형식적으로는 단체행동권만을 사전 박탈하는 제도이지만, 실제는 필수공익사업장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사용자들은 단체교섭에 성실한 자세로 응하지 않는다. 사측은 노조가 불법을 감수하고서라도 파업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설사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중재재정이 사측에 유리하게 나올 것이고, 덤으로 불법파업을 빌미로 노조 와해 내지 무력화도 가능하므로 교섭에 적극 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 가톨릭이 운영하는 병원의 노사관계에서는 일반 상식을 벗어난 일이 자주 일어난다. ]

악질사업장보다 더한 노조 탄압 

월드컵 개최와 관련하여 정부와 언론이 매도하는 것과 달리 노조는 월드컵을 볼모로 하는 그 어떤 투쟁도 배치하지 않고 자제하였다. 특히, 강남성모병원 앞 메리어트 호텔에 미국 선수단 숙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파업을 전개하였다. 응급실, 중환자실, 신생아실, 분만실 등에는 정규인원을 배치하고 병동에는 최소인력을 배치하는 등 환자를 돌보며 파업을 하였다. 그러나 의료원의 노조탄압은 그 어떤 악질 사업장보다 더 심했다. 

파업 첫날부터 사측은 처벌 및 손해배상책임을 묻고 인사상, 신분상의 불이익한 처분을 받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손실을 입게 된다고 협박했다. 현재 6명에 대해 체포영장 발부, 47명에 대해 소환장 발부, 151명에 징계위원회 회부(강남성모병원 71명, 성모병원74명, 의정부성모병원 6명)를 마친 상태다. 또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 손해배상 청구하겠다. 재산 가압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심지어 가족, 친인척에까지 전화해서 재산 가압류하겠다고 협박하였다. 

파업 한달을 넘기고 있는 지금, 사측은 주동자, 적극가담자, 단순가담자로 분류하여 징계하겠다고 한다. 파업 33일차인 6월 24일에는 급기야 사복경찰 100여명, 전투경찰 300여명을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6월 25일이 지나면 달라질 것이라는 신부의 말은 파업 참가 조합원에게 무노동무임금을 완전 적용하여 최소 생계비조차 주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 1∼200만원을 임금이라고 주고 있다. 법원에서 재산 가압류를 해도 생계비를 위한 50%의 임금은 지급하건만 신부들이 운영하는 가톨릭 병원에서 노동자의 생존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가톨릭 기관의 전근대적 노사관

가톨릭중앙의료원(CMC)은 병원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대부분 가톨릭 사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노사관계에서 일반 상식을 벗어난 일이 자주 일어난다. 특히 경영진이 가진 전근대적 노사관 때문에 직권중재의 폐해가 훨씬 심하다. 또 가톨릭 기관의 봉건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행태로 인해 대등한 노사관계를 만들어가기 힘들다. 사측은 지부장에게 용서를 구하는 자술서를 요구하고, 대화와 교섭을 통한 사태 해결보다는 파업에 대해서 '불법이므로 결코 용납할 수 없고,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한다. 

파업 돌입 이후 본교섭은 한 차례도 없었다. '불법 쟁의행위 기간이므로 교섭할 수 없다', '직권중재 이후에는 직권중재안이 나왔으므로 교섭할 수 없다'며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 또한 직권중재안이 임금 총액 7.4% 나왔지만 세부 사항은 노사합의를 해야 함에도 노조와 어떤 대화도 하지 않고 6월 17일 일방적으로 2002년 임금 적용표를 만들어서 공문으로 보내오는 등 상식 이하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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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에 대한 사측의 이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다음의 사측 홍보물 내용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을 파괴하러 온 외부세력이며,투쟁과 파괴를 통해 목적만을 달성하는 선동원에 불과하다. 
●극렬 집행부와 구분되는 선량한 직원들의 복귀를 방해하고 협박하는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파업 참가자들은 2인1조가 되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사생활까지 통제하며, 화장실까지도 혼자서 갈 수 없고,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핸드폰도 서로 바꿔서 받는 등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체제이다. 
●집행부를 바른 눈으로 똑바로 보십시오. 영장발부와 처벌 소식에 여러분들을 볼모로 자신들이 살아 남기에 여념이 없다.
●직권중재는 중재안의 수락 여부가 노사 양당사자의 의사에 맡겨지는 것이 아니며, 노사는 반드시 이를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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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투입과 무노동 무임금 적용 

사랑과 화해, 평화와 인권을 이념으로 사제들이 운영하는 가톨릭기관이 노조 탄압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파업 참가 조합원들은 요즘 매일 징계위원회 저지 투쟁하러 다니느라 바쁜 일정을 보낸다. 6월 24일에는 급기야 100여명의 사복경찰과 300여명의 전투경찰이 투입되어 사복경찰은 노조 사무실을 급습하여 체포영장 발부자를 검거하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또한 6월25일이면 월급날이고 월급날이 지나면 조합원이 줄 것이라고 말했던 의료원은 여지 없이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조합원 가운데는 월급이 1만원 이하이거나 혹은 10원, 혹은 0원이 나왔고, 심지어 더 불입해야 하는 이도 있다. 조합원들은 서로 기금을 조성하여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돈을 서로 대출해 주는 등 의료원의 악랄한 탄압에 꿋꿋하게 대처하고 있다. 

직권중재제도를 악용하고 교섭과 대화를 거부한 채 노조를 탄압하는 의료원에 맞서 대화로 원만하게 해결하려 해도 '노동조합을 파괴하겠다', '파업은 용서 안 하겠다'는 사측의 태도로 인해 노사관계는 파행을 겪은 지 오래다. 이러한 사측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해 전면투쟁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이미 보건의료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불사한 총력투쟁을 결의하였고 희생자 구제기금까지 결의되었다. 

지금 투쟁 방향은 직권중재 철폐, 노조탄압 분쇄, 노조 사수로 모아지고 있으며, 이를 이뤄내기 위해 완강한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다. 지부장 세 명의 삭발, 매일 밤 사제관 앞 촛불시위, 의료원 앞 집회, 조합원 릴레이 단식 투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측은 어떤 대화 자리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원에 대한 조합원의 분노는 이제 분노를 넘어 적개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조합원이 굶어야 하고, 얼마나 더 많은 조합원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 

가톨릭중앙의료원의 9백여 조합원들은 '직권중재 철폐', '민주노조 사수', '사학연금 쟁취'를 위해 오늘도 차가운 바닥에서 새우잠을 잔다.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국민적 흥분 속에서 어두운 로비에서 '대∼한민국'을 연호하면서 우리는 투쟁의 끝이 어디인지 묻곤 한다. 6월달 임금이 한푼 나오지 않았지만, 조합원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장마로 접어들면서 몸은 지치고 마음은 힘들지만, 우리의 굳은 의지를 다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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