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통지서와 눈 내리던 날”

부 제목: 
윤용신 대우인천자동차 노조원

글쓴이 :

lee@klsi.org
 

이 달의 독자인 윤용신 회원이 ‘근로계약해지 통보서’를 받은 해는 2001년. 그것도 병원에서였다. 당시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그에게 그 순간은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충격까지 감내해야 하는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해고통지서 받던 날을 잊을 수 없어요. 2월16일이죠. 그 날 눈이 엄청 내렸어요”

설마 눈이 많이 와서 잊을 수 없을까. 과거의 일이라 이젠 쉽게 얘기하는 듯 하지만 당시 그의 속마음이야 숯검댕이 저리가라였을 게다.

펜 팔로 알게된 조선족 여성과 결혼해 여섯 살 난 딸을 둔 윤용신 회원은 대우자동차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니, 이젠 대우자동차가 아니라 인천대우자동차에서 근무한다. 대우자동차는 이제 5개의 법인으로 쪼개져서 그가 근무하는 부평공장도 GM-대우와 인천대우 직원으로 나누어져 있다. 옛날 한솥밥 먹던 동료들의 작업복 좌측 상단에는 이제 서로 다른 회사 로고가 그려져 있다. 그림만 틀리면 오죽 좋겠냐마는 그들의 앞날도 이놈의 회사로고에 따라 덩달아 울고 웃는다.

복직은 했지만

윤용신 회원은 작년 대우자동차 조합원의 복직과정에서 입사한 300명 중 한 명이다. 『노동사회』2003년 2월호에 그는 복직과정을 술회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올 해에도 인천대우자동차는 조립1부 칼로스 공장에서 1,100여명의 인원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노사가 인력수급을 놓고 협상을 벌였고 6월11일 합의를 통해 올해 안에 400명, 내년 3/4분기에 200명의 정리해고자들을 재입사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머지 인원도 인력이 필요할 경우 희망자에 한해 입사할 수 있도록 했다.

“엊그저께는 식당에서 해고자들 면접본다고 시끌벅적했어요.”
900명에 달하는 해고자들이 재입사를 위해 면접을 보았다. 뽑는 인원은 400명.
“작년엔 그래도 노조가 복직자를 뽑을 권리가 어느 정도 있었는데, 올해에는 회사 마음대로 결정하게 됐어요.”

이 번 인력수급 합의서를 두고 노조원들 사이에 여러 반응이 있단다. 노조집행부는 전원 복직이 안되어 조합원들이 불만일 수 있지만, 2002년 특별단체교섭에서는 복직문제를 2004년까지로 한정시켰지만, 이번에는 2004년 이후에도 복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을 성과로 삼는다. 하지만, 해고자 입장에서야 필요 인력이 천여 명이 넘는데 왜 한꺼번에 복직이 안 되는지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회사는 4백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도급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지금 공장은 어디에 도급이 들어올 지를 두고 불안하다. 또한 합의문에 표현된 ‘노사화합, 노사평화’란 문구를 두고도 말이 많다. 합의서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단체행동권을 막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패배한 투쟁에 대한 기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마음 한켠에서 아직도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다.

“노동일기나 수필을 넣어보세요”

“대우차 노조 상황을 얘기하자면 하루 밤낮을 가지곤 모자라요”
정말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지면의 한계도 있고 해서 나중에 한 번 깊이 다루기로 마음먹고 화제를 돌렸다. 『노동사회』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어느 독자 얘기처럼 좀 딱딱한 편이죠. 그래서 말인데, 노동일기나 수필 같은 형식의 글을 넣어 보는 건 어때요?”
“그리고 현장 통신원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구요. 무엇보다도 노동사회는 조합원들이 글을 읽고 자신들의 사업과 투쟁에 참고가 될 수 있는 걸 제시해야 해요”

그는 두산중공업 얘기를 꺼내면서 그로 인해 손배·가압류가 사회쟁점화 되었던 것처럼 『노동사회』는 화제가 되는 사건에 반응만 하는 잡지가 아니라 사건을 화제가 되도록 만들어내는 노동 전문잡지가 되길 바랬다.

인터뷰가 끝나고 윤용신 회원과 헤어지며 나중에 술 한 잔 하기로 약속을 했다. 빈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지면에서 한 마디 해야겠다.

“윤용신 회원님, 꼭 술 한 잔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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