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토대는 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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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순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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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중앙위원회와 한 번의 대의원대회 무산을 거쳐 4월24일 백순환 금속산업연맹위원장을 중심으로 민주노총 비상대책위가 출범했다. 이로써 4월2일 발전노조 노정합의에 따른 지도부 사퇴로 야기된 민주노총 지도부의 공백이 해소되었다. 비대위 출범 한 달을 맞아 백순환 위원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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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 2002. 5. 24(금)
- 곳: 민주노총 위원장실
- 만난이: 윤효원 『노동사회』편집실장

비대위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대로, 4·2 사태를 수습하고 상반기 투쟁을 힘있게 전개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도부에 대한 조합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예요. 이를 위해서는 상반기 임단투를 힘있게 치르고, 성과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4월2일 이후 한달 동안 지도부 공백이 있었고, 이 때문에 민주노총 조직에 혼란이 왔습니다. 회의 체계를 정상화하고, 정식 조직구조의 계통을 밟아 의견수렴을 해가고 있습니다. 7월까지 임단투를 잘 마무리하고, 여름휴가가 끝나는 8월쯤 지도부 보궐선거 공고를 낼 예정입니다. 이후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까지가 비대위의 임무입니다. 

비대위 구성이 지체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이전의 경험을 보면, 비대위라는 게 잘해야 본전인데(웃음) 조합원 대중의 요구는 크고 다양합니다. 산별연맹들이 임단투를 앞둔 상황이고, 금속산업연맹의 경우도 지도부가 선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였어요. 이점을 고려할 때 산별에서 선뜻 나서기 어려웠던 점이 있습니다. 논의를 하면서 최대 산별인 금속에서 맡아야 힘있게 움직이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고, 산별연맹이 어렵더라도 우선 민주노총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바램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대위는 조직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출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상처를 입게 되면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조직 내부의 단결된 분위기를 모으는 시간도 필요했죠. 

비대위를 이끈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생각보다 더 큰 희망을 가지게 됐습니다. 우선 민주노총의 기본 토대가 건재함을 확인했습니다. 민주노총 성원으로서 간부와 조합원들이 가진 자부심과 긍지가 여전하고, 열심히 잘 해야 한다는 각오가 큽니다. 비대위의 임무는 이것을 잘 추스르고 키워 가는 것인데,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투쟁인데, 처음에는 투쟁이 잘 되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지만, 임단투 시기집중투쟁을 통해 현장 동력이 살아있음을 확인했다고 봅니다. 조합원들의 분위기, 현장동력, 투쟁력이 여전히 역동적입니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입니다. 

비대위의 향후 과제는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비대위 활동 기간이 3개월 정도 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현장을 열심히 방문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간부들의 생각을 최대한 모아낼 생각입니다. 다양한 의견 그룹이 있는데 이들을 현재의 운동 과제와 대의 속에 묶어내고, 의견을 집약해 가는 사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그네틱스, 발전노조, 사회보험노조 등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민주노총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사업을 집중력 있게 만들어 가는 풍토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제까지 일은 벌리고, 수습은 안 되는 모습이었죠. 사업을 신중하게 결정하고, 결정된 것은 책임 있게 마무리하는 풍토를 만들고 싶어요. 
월드컵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노동계의 자제를 촉구하기도 합니다. 

월드컵은 중요한 국가 행사입니다. 그러기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노동자 자신이 살기 어렵고, 삶의 터전이 죽어 나간다면 월드컵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이점을 정권과 자본이 고민해야 합니다. 남을 고통스럽게 하면서 자기가 즐겁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노동기본권은 보장돼야 합니다. 갇힌 노동자를 풀고, 수배를 해제하고, 징계와 가압류를 취소해야 합니다. 노동자를 대화상대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럴 경우,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은 노정·노사관계를 개선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민주노총의 임단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잘 안될 거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힘있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산하 사업장 가운데 1/3이 타결되었고, 남은 조직들은 파괴력이 더 큽니다. 정부와 자본이 성의 있게 나오지 않는다면, 남은 조직들의 시기집중투쟁을 강도 높게 조직할 예정입니다. 6월 상순과 하순에 집중투쟁을 계획 중입니다. 

민주노총의 주요 요구는 ▲ 노동시간 단축, ▲ 국가기간산업 매각반대, ▲ 노동운동 탄압 중단, ▲부패정권 규탄입니다.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법 개악 문제는 서로 바꿀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을 쟁점화 하는 게 중요하고, 사유화 문제는 당장 정부 기조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 걸로 봅니다. 노동운동 탄압 중단이 핵심인데, 이 문제는 부패척결 요구와도 맞물려 있어요. 누군 뇌물 받고 도둑질을 해도 되고, 누군 노동기본권을 행사했을 뿐인데 잡혀가고, 법의 공평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투쟁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서울 집중 농성투쟁이 예정되어 있고, 비정규직 문제와 1년에 2천5백 명씩 죽는 산재문제도 월드컵 기간에 국제적으로 알려나가고, 6·15 선언 2주년을 맞아 통일운동도 적극 진행할 겁니다. 6월21일과 22일은 한국 노동자 구속수배 해제와 공무원노조 인정을 촉구하는 국제행동의 날입니다. 국제자유노련(ICFTU)를 중심으로 세계 노동자들의 집회와 시위가 있을 예정입니다. 

6·13 지자체선거에 민주노총은 어떻게 대응할 계획입니까?

정치 활동의 기본은 일상 생활 속에 파고드는 것이라 봅니다. 이점에서 가야할 길이 멉니다. 후보들을 노동조합의 행사나 집회에 초대해 소개하고, 지역본부별로 후보자 공탁금, 선거기금 모금 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차원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지자체선거의 중요성을 알리는 작업과 더불어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기반을 넓히기 위한 선전·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도부도 조합원 순회, 현장 방문, 간담회 등을 통해 힘을 보탤 예정입니다. 아직 미약한 수준이지만,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수시로 선거대책 회의를 열고 선거전략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2002년을 권력 재편기라고 합니다. 현 정세 속에서 노동운동의 진로를 어떻게 보십니까?

노동운동이 위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특정 순간, 특정 사안에서 패배할 수는 있지만, 큰 흐름 속에서 노동운동은 양과 질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올해 양대 선거와 양대 체육행사(월드컵, 아시안게임)가 있습니다. 쉽지 않은 조건이지만, 노동자들의 절박한 투쟁과 삶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상반기 임단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하반기에는 노동자·민중의 절박한 요구를 모아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갈 생각입니다. 노동운동이 국민들 사이에 신선한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쉽지 않은 조건이지만, 전망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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