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배운 노조 일 밤새는 줄 몰라요”

부 제목: 
농협중앙회 노조 교육문화부장 송명규 회원

글쓴이 :

jupiter@klsi.org

 

 

이 달의 ‘독자와함께’ 인터뷰를 위해 서대문에 있는 농협중앙회 건물을 찾았다. 우리 연구소에서 10분 내외 거리에 있어서 가기 전부터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농협중앙회 건물로 들어서려 하는데 심상치 않은 차림을 한 경비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어디를 가냐고 묻는다. 그러고는 다소 위압적으로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문증을 받아서 들어가라고 말한다. 가벼웠던 첫 마음은 어느새 날아가 버렸고, 막상 노조 사무실을 찾아 들어갔을 때는 조금 기가 죽어 있는 상태였다.

한 지붕 다섯 개 노조

송명규 회원을 만나자마자 신분증 확인을 왜 하는지부터 따지듯 물었다. 대답하기를, 최근 농협 내 ‘다른 노조’가 농협중앙회 건물에서 점거농성을 한 뒤로 건물 출입절차가 이렇게 까다로워졌단다. 그런데 연구소 회원들이 소속된 곳 중에도 농협이라는 이름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긴 하지만 서로 다른 노조인 경우가 몇 있다. 그래서 농협 내부의 노조들은 도대체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평소부터 궁금하게 여기던 차였다. 흥분해서 딴 데로 샐 뻔하던 이야기가 다시 노동조합 쪽으로 돌아왔다.  

농협에 관련된 노조는 다섯 개나 된다고 한다. 복수노조도 허용되고 곧 허용될 마당에 한 사업장에 노조가 꼭 하나만 있으라는 법은 없지만 노조 수가 다섯이라니 무슨 곡절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설명을 들어보니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그 다섯 개의 구성을 살펴보면, 원래부터 나뉘어 있던 단위농협과 중앙회농협에 각각 따로 노조가 있었고, 거기에 농협에 합병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예전 축협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노조, 농협에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노조 등이 있다고 한다. 물론 조직이 나뉘어 있다고 ‘따로 플레이’만 하는 것은 아니다. 농협 내 노조들은 ‘협동조합공동투쟁위원회’를 결성해서 농협법 개정을 위해 함께 운동하고 있다고 한다. 

농협중앙회 노조의 경우 전국적으로 900여개 분회가 있다. 그러다 보니 전국에 있는 조합원들이 한데 모이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전국에 있는 5개 기수 1000여명의 조합원들을 상대로 2박3일간 교육을 진행했는데 교육문화부장인 송명규 회원에게는 그것이 정말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한 기수에 보통 250명 내외로 교육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거 같다니까, “그 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라며 우리 연구소 교육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구소 회원관리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내 귀에는 다른 얘기는 다 흘러가 버리고 ‘900여개의 분회’라는 ‘황금어장’ 이야기만 확 들어왔다. “분회에서 『노동사회』 하나 정도는 보아야 하지 않아요?”하니까, “사실 노조 사무실에 『노동사회』같은 잡지 3~4개는 있어야죠”라며 송명규 회원이 맞장구를 쳐준다. 그리고 “이번에 진행한 교육 때 조합원들에게 관련 잡지를 나눠주었더니 다들 좋아하더라구요. 다음 교육에는 『노동사회』를 들고 방문하겠습니다”는 약속까지 했다.

“너무 재미있어요”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는 말 있잖아요. 제 처지가 딱 그래요. 저는 노조 활동 전에 학생운동, 사회운동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었거든요. 이번에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노조 일을 하게 된 건데, 너무 재미있어요”

그는 현재 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비록 2주에 한번 가는 거지만 공부도 재미있고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뒷풀이도 너무 좋단다. 뒤풀이가 끝나고 학교가 있는 온수동에서 집인 상계동까지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생활이 너무 즐겁다는 것이다.

짧지만 긴 이야기를 나누고 사무실을 나오려는데, 송명규 회원이 예쁜 여자아이 사진을 보여준다. 다섯 살 난 딸이 단결투쟁이라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어 ‘얼짱사이트’에 등록한 거라고 했다. 그렇게 딸 이야기를 할 때 느껴지는 자상한 마음씀씀이가 뒤늦게 시작한 노동조합 활동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하며, ‘기가 죽어’ 들어갔던 건물을 기분 좋게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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