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교섭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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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이수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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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전교조 사업방향을 말해달라

정부 주도의 교육 개혁이 시작된 이후,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국민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 증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교육문제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게 있지만, 전교조 조합원도 교육을 담당하는 일선 교사로서 우리가 전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 개혁의 핵심 키워드는 '학교혁신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의원대회에서 아직 결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교육희망21 학교혁신운동'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즉 허물어진 교육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21세기 새로운 학교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교사가 학교운영과 교육의 실질적 주체가 되기 위해서, 교사회와 학부모회의 법제화, 승진제도개선(교장선출보직제), 학부모와 함께 하는 참교육 실천운동을 벌일 것이다. 

학교 혁신과 또 다른 한축으로 조직 확대 강화 사업도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 우선 대중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정립하고자 한다. 단체교섭을 비롯한 사업과 투쟁에서 좀더 대중성을 확대하여 조직 활동의 기풍을 혁신할 것이다. 

'참교육 운동'을 강조하는 걸로 안다. 참교육 운동이 교사의 수업방식과 같은 '기술적 부분'에 치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노동조합이 하려는 '참교육 운동'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전교조는 창립 초기부터 참교육 실현을 강령적 목표로 했다. 노동조합의 일차적 활동이 교사근무여건 개선이나 지위 향상이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노조가 하는 낮은 수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교사'로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노조운동의 최고 수준의 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 즉 교육노동자로서 교육활동, 교육노동은 자기 자아를 실현하는 고도의 활동이다. 교육노동자로서 본원적인 활동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 주5일근무제 시대를 맞이해서 교육 과정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참교육 과정'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매년 참교육실천보고대회를 전국 단위로 한다. 금년에도 제주도에서 3천명이 모여 대회를 열었다. 참교육 과정 완성을 목표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교육 과정을 준비하는 목표로 잡고 있다.

교육운동의 맥락에서 볼 때도 올바른 방향의 교육 개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육외적 조건, 환경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교육 내용에 접근해가는 것, 이것이 보다 발전된 운동의 과제이고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이것은 교육운동의 맥락이나 노동운동의 맥락에서나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일반 사업장에서 임금교섭보다는 경영권문제가 더 높은 수준의 활동인 것처럼 학교혁신, 교사회법제화나 학교운영의 민주화는 경영권 문제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집행부 시절에는 이런 준비가 없었는가

아니다. 지난 집행부 시절에도 같이 했었다. 다만 현장실천으로 이것을 더욱 대중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제도개선문제에 치중하는데 그치지 않고, 비록 여러 제도적 모순과 한계가 있다하더라도 (참교육) 실천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강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제도개선과 실천운동은 '병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차이점은 '정책기조'의 문제다.

"투쟁과 협상을 병행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협상, 교섭은 합법화 시대의 '대명사'다. 전교조가 합법화 되었다는 것은 단체교섭권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합법 시대에는 어쩔 수 없는 지위로 인해 문제제기와 비판을 주로 했다. 그러나 이제는 책임있는 대안, 보다 설득력있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관철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의 교육 정책이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시장화 정책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정책적 반대와 비판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를 하더라도 반드시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적 비교우위를 점하여, 보다 새로운 발전모델을 만드는데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 주요 현안에 대해서 지금껏 노력해왔지만 국민적 지지와 동의를 얻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조직력이 뒷받침되어야 협상이 힘을 받는 것 아닌가

과거의 노동운동은 너무 파업을 통한 힘의 논리에 많이 의존해왔다. 물론 필요하다면 그럴 경우가 있을 것이다. 당선 기자회견에서도 얘기했지만, 국민적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교섭을 하겠다. 힘의 논리 이전에 내용이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조합원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교섭을 만들고, 조합원뿐만 아니라 전체 교원의 대표성을 갖는 역할을 하겠다. 이 둘은 모순되는 게 아니다. 사회적으로는 여론의 지지를 받는 합리적 정책을 가지고 교섭을 하고, 노동조합으로서 현장에 바탕을 둔 조직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투쟁을 하더라도 활동가에 의한 선도적인 투쟁이 아니라 대중적인 투쟁을 하겠다는 의미다.

어떤 방식으로 대중투쟁을 벌이겠다는 것인가

예를 들어 교섭안을 만들더라도 조합원의 요구에 바탕하면서도 핵심적 요구를 선정해야 한다. 조합원이 소외된 단체교섭은 아무리해도 힘을 못 받는다. 지난 집행부도 결과적으로 2년동안 단체교섭을 한 번도 체결하지 못하고 끝났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전교조가 합법화 된 지 6년이 지났다. 지난 기간에는 교섭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많은 힘을 소진했다. 다른 한편으로 합법화된 전교조의 교섭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다가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정말 대중의 절실한 요구를 엄선해서 성과를 내는, 그리고 조합원과 함께 하는 대중적 교섭운동을 만들어야 할 시기이다.

전교조의 경우 법적 제약을 차치하더라도 교섭과 관련해 미흡한 점이 많은 것 같다.

본부와 시도지부에 교섭권이 있다. 특히 사립학교의 조건을 보면 사실상 가장 노동조합이 필요한 곳이지만 아직 실질적인 교섭권을 행사하고 있지 못하다. 법적 문제도 있지만, 사립은 재단이라 학교단위 교섭이 필요한데, 사용자인 재단이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 교원노조법이 미비한 게 많다. 또한 전교조는 애초부터 복수노조라 교섭창구 단일화의 문제가 있다. 아직도 법률적으로 교섭구조를 개선해야 할 점들이 산재해 있다. 아직 전교조는 노동조합적인 사업방식의 정착이 필요한 단계다.

정부도 그동안 관료적 행정만 해와서, 단체교섭에 익숙하지 못하다. 정서적 거부감도 크고. 지금도 여전히 교육정책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란 생각이 강하다. 단체교섭에는 교육정책 문제가 많이 배제되어 있어 정책협의 수준에서 얘기되는데, 지금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노동조합으로서 활동방식은 법률이 있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지금은 그걸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조직을 운영하고 권리를 행사하는데 있어서도 정부를 끌어들여서 그 룰을 지키게 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리라 본다.

전교조는 지회 활동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본부나 지부는 교섭 단위이라서 힘의 집중이 이루어진다. 체계화된 집행력이 있고, 상근 전임자가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지회는 상근 전임이 없어 활동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학교 현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회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올해는 분회 활동에 대한 지원 체계를 갖추려고 한다. 또한 지역 사회에 교사와 학교의 역할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앞으로는 자주적인 대중사업을 위주로 지회가 중심이 되어서 단위 학교의 활동을 활성화 시키는데 무게 중심을 둘 것이다.

공약사항이기도 한데, 분회 활동 지원비를 총예산의 5%를 할당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 그리고 지회와 시군구 단위의 교육청이 법률적 교섭단위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교섭력을 갖도록 할 것이다. 재정상 지회에는 상근 전임자를 배치하지 못하지만, 반상근 활동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교섭을 추진할 생각이다. 

노동시장의 비정규직 규모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교조의 상황은 어떤가.

교직에도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립학교의 경우 15%까지 늘었다. 국공립은 높은 비율은 아니지만, 증가하는 경향은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문제는 전체 노동운동 지형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가 최대 과제가 되었다. 전교조도 이제 시작이라고 보고, 정책 단위의 분석 작업이 진행중이다. 

학교 안의 영양사나 사서 등 비정규직들은 따로 노동조합을 구성하고 있다. 앞으로 산별로 가면 비정규직노조들과의 조직적 관계설정의 문제도 과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교직원노동조합이지만, 교원노조법상 '교원'만 조직 대상으로 하는 문제점이 있다. 앞으로 상호간의 연대가 요구되어질 것이라 본다. 

"전교조의 낡은 관행을 타파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전교조는 십여년의 비합법 시대를 거쳤고, 정부와 교육개혁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생긴 관행이나 문제가 있다. 이제 전교조는 합법노조의 교섭력, 문제해결력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그러나 질적 양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음에도 전교조의 선진 활동가 중심 사업방식, 과거의 조합원 1만명 이하의 비합법시대의 조직 운영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장중심의 대중운동을 만들기 위한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체 노동운동도 이런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군사정권 시기의 '전투적 노동운동'의 관성이 여전히 강하다. 지금 노정교섭이나 사회적 교섭이 노동운동 내부에서 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데, 노동운동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 겪고 있는 갈등이라고 본다.

'교원구조조정' 과 관련해 올해 정부와의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이 되리라고 보는가

정부는 대학개혁 쪽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초중등 문제가 거의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대선 공약, 열린우리당의 총선 공약의 책임있는 이행이 필요하다. 지난 노무현 정부 2년을 보면, 정부가 초중등 교육 개혁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적어도 공교육 정상화, 학교 운영의 민주화, 승진구조 개편과 같은 핵심적인 공약사항들을 이행하도록 요구할 생각이다.

그리고, '구조조정'이란 용어는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부가 그런 의도를 품고 있으면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지금 '교원평가'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교육의 질 문제, 경쟁력을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이다. 즉 교사의 전문성, 책무성을 묻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진정한 '교육의 질'과 '교사의 전문성'이 무엇이냐를 두고 다툴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우리의 논리와 대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다. 문제제기 자체를 바로 구조조정으로 표현하기에는 논리의 비약이 있다고 본다. 교원평가의 문제는 우리가 너무 수세적으로 갈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도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면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갈등의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고, 민주노조운동의 최대 위기 상황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어려운 국면을 맞이한 것인데, 하지만 그 배경에 있는 두 가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다. 50%를 넘어서는 비정규직 고용구조는 지금 노동운동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과거엔 정규직, 대기업, 남성 중심의 노동운동 형태였다면, 지금은 비정규직, 중소기업, 여성노동자들의 문제, 이쪽의 노동운동이 가장 열악하고 모순이 심하기 때문에 그 쪽으로 노동운동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것을 예고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방금 얘기한 민주노총의 구조적 성격으로 봐서,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의 문제를 모두 끌어안고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노동운동 전체의 큰 과제다.

다른 하나는 민주노조운동이 기업별체계에서 산별체계로 재편되면서 노정교섭, 사회적 교섭이란 새로운 교섭구조에 적응하고 대응해야할 과제가 있다. 군사정부 시절에서는 장외투쟁, 정치투쟁, 단위사업장에서는 파업을 통한 투쟁이나 개별사업장 중심의 교섭구조였다면, 이제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산별체계, 노정교섭·사회적 교섭이라는 새로운 차원에서의 교섭력,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것을 '사회개혁적 노동운동'이라고 한다면, 전체 사회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하여 사회적 국민적 지지를 얻고, 우리의 요구를 정부정책이나 국가제도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민주노총의 과제이자 임무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성숙한 민주노조운동의 역할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아직까지 과거의 노동운동 관행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갈등이 현상적으로는 정파적 대립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방금 얘기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 산별노조로서의 새로운 위상과 역할을 정립하는 문제가 실체적인 것이라 본다. 이런 의미에서 몸살을 겪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을 잘 극복하고 지금껏 사회적, 정치적으로 민주노총이 쌓아올린 신뢰를 토대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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