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복지협의체’ 통한 노조의 지역사회 개입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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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운동의 다양한 부문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지역사회는 노동자를 포함한 사회구성원들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인식 속에서 노동운동은 지역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단위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역 차원의 연대가 중요했던 뉴코아-이랜드 투쟁, 연세대학교 청소용역 비정규직 투쟁 등의 경험들은,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대한 높은 관심 수준에 비해 실제 지역 내 활동은 크지 못한 것이 현재 노동조합운동의 모습이다. 즉 노동조합의 쟁점을 지역사회에서 해결하려는 노력들은 많이 있었으나, 지역의 문제를 노동조합의 주요한 과제로 설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와 연계를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영역 중 ‘지역사회복지’에 관한 노동조합의 활동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향후 노동조합이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참여를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통로로 고려될 수 있는, ‘지역사회복지체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역사회의 사회적 기능에 주목한 ‘지역사회복지’의 재조명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회복지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통로로서 최근 지역사회복지가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복지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정부 행정조직 역시 주민들의 복지욕구를 충족시킨다는 목적 아래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차원의 복지에 대한 관심은 지역사회가 갖는 사회적 기능에서 출발한다. 2004년 12월 대구광역시에서 4세의 남자 아이가 장롱 속에서 사체로 발견된 사건은 지역사회에서 구성원들 간의 단절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부모의 불안정한 소득과 자녀의 선천성 질환으로 생활고를 겪었던 이 가정은 7개의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포착될 수 있었지만 공식적 제도를 통해서 지원되지는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급자에게 밀착한 지역복지가 더욱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가 수행하는 사회적 기능과 함께 사회복지 전달체계에서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다.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대상자를 ‘시설’이 아닌 자신이 속한 ‘지역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이렇게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한층 강화되는 가운데, 지방자치제도의 실시는 이러한 체계의 형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과거 중앙에서 기획된 정책을 집행하는 단위로 머물지 않고 지역에 적합한 복지정책을 기획하고 운영하도록 책임을 부여받으면서,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역사회복지는 지역성과 사회적 동질성을 동시에 갖는 집단, 즉 지역사회 내지 지역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증진시키는 데 있어 핵심적인 영역이다.

한편 사회복지와 관련한 노동조합의 지역사업은 체계적이지 못하고 개별적인 특징을 보인다. 노동조합의 지역사회 복지활동은 △지역사회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자원활동, △지역사회복지 관련 조례 제·개정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역사회 복지활동의 참여유형은 크게 ‘사회공헌 차원’과 ‘사회운동적 차원’으로 양분해 볼 수 있다. 

내부적 유대감과 외부적 인식 제고에 효과적

현재 많은 노동조합에서는 ‘이웃사랑 쌀 나누기’, ‘사랑의 김장 나누기’, ‘불우이웃돕기’ 등 다양한 명칭으로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사회공헌’이란 개념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사회공헌이란 “사회문제를 일시적으로 위안하는 데 머물지 않고, 민간차원에서 사회문제의 해결,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행하는 비영리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노동조합의 사회공헌 활동은 현금·현물 기부와 인적자원 제공이 주를 이룬다.

노동조합의 지역사회공헌 활동은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을 주된 대상으로 활동한다. 이는 특별한 대가를 바라며 조직의 전략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자선적 성격을 갖는다. 둘째, 노동조합 단독적으로 이루어진다. 김장 나누기, 쌀 전달, 연탄배달 등은 지역 단체와 연계하여 함께 하는 경우도 존재하나, 대체로 개별 노동조합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셋째, 비공식적인 성격을 갖는다. 노동조합의 지역사회공헌은 사회복지의 제도적 수혜를 받지 못하거나 국가차원에서 실시되는 사회복지의 공급량이 부족한 것을 보충하는 성격을 갖는다. 이는 사회제도를 개정하거나 제정하는 활동이 아닌 현재의 제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차원에서 비공식적인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지역사회공헌 활동은 노동조합 내부적으로 조합원들 간의 유대감을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 단체로 사회복지시설에 방문하여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함께 함으로써,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동질감과 정체성이 커지는 것이다. 또한 사회공헌 활동은 조합원들이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를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고, 이후 노동조합이 지역사업을 계획하는 데 있어 적극적인 주체로 훈련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노동조합의 지역사회공헌 활동은 외부적으로도 변화를 야기한다. 즉, 노동조합에 대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인식과 태도에 점증적인 변화가 수반된다. 노동조합의 지역사회공헌 활동은 자선적 성격을 가지며 누군가에게 대가를 바라지는 않지만, 지역사회에서 노동조합의 위상과 책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안별 연대에서 체계적인 개입으로

‘사회운동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조합의 지역사회 복지활동은 사회공헌과 달리 사회복지 정책 및 제도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지자체에 대한 지역사회복지 확대 요구, 사회복지 관련 조례 제·개정 활동, 지자체 및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감시 및 견제 등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사회운동적 차원의 지역사회 복지활동은 노동조합이 재원이나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일체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노동조합의 사회운동적 차원에서의 지역사회 복지활동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첫째, 활동의 목적이 특정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둘째,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긴밀한 연계를 갖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사안의 특성상 개별 단체가 단독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점이 주요한 요인이지만,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에 중요한 현안이라는 인식이 공유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셋째, 사회운동적 차원의 노동조합 지역사회 복지활동은 활동의 결과가 공식적이고 제도적으로 귀결되는 방향을 갖는다. 앞에서 살펴본 노동조합의 사회공헌적 지역사회 복지활동이 현 제도에서 부족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보충하는 성격을 갖는 것에 반해, 사회운동적 차원의 지역사회 복지활동은 정책의 변경이나 제도의 구축을 통해서 사각지대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넷째, 사회운동적 차원의 노동조합 지역사회 복지활동은 사회복지에 대한 지자체 및 지방의회 견제기능을 갖는다. 

이렇게 노동조합의 지역사회 복지활동은 복지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지역 차원의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까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으나, 이러한 활동들이 체계적으로 기획되어 운영되고 있지는 못하다. 그 원인은 노동조합의 지역사회 복지활동의 참여 경로에서 일정 부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노동조합의 지역사회 복지활동은 지역 내 특정 사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 등과 노동조합이 연대체를 구성하여 활동하는 방식이 있다. 이 경우 노동조합이 초기에 쟁점을 부각시키거나 중심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고, 지역사회의 주체로서 요구를 받게 된다. 

다음으로 지역사회 내 노동조합이 있는 사회복지시설에서 비리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이럴 경우 주변 노동조합들은 노동쟁점이자 시설 민주화투쟁의 일환으로 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두 가지 경로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사안이 발생할 때 노동조합이 ‘산발적’으로 결합을 한다는 점이다. 즉 노동조합이 지역차원의 복지에 대한 방향과 상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지속성’을 가지고 추진하는 사업이 부재한 것이다. 따라서 지역사회 복지체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의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개입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복지 개입 창구로 주목할 만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지역사회 복지체계는 지역사회복지를 둘러싼 주체들 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구조 내지 기구로 볼 수 있다. 지역사회복지를 중심으로 공식적 및 비공식적으로 구조화된 기구 및 단체들이 존재하는데, 공공 부문에서는 대표적으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사회복지시설운영위원회, 주민자체위원회, 지속가능 발전위원회 등이 존재한다. 이 중에서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기능과 구성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의 지역사회 복지체계의 참여의의를 다뤄보자.  

정부는 지역사회 내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 확립, △수요자 중심의 통합적 복지서비스 제공 기반 마련, △지역사회 복지자원의 효율적 활용체제 조성 등을 목적으로 2005년부터 7월부터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하여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설치하였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심의 또는 건의하고, 사회복지/보건의료 관련 기관이나 단체가 제공하는 사회복지서비스 및 보건의료서비스의 연계와 협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기능을 담당한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취급 영역 중 “관할지역 안의 사회복지사업의 중요사항”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 지역 안의 지역복지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항을 의미하는데, 이는 중앙정부로부터 하달되는 정책 이외에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대부분의 시책들이다. 즉 지방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의 대부분 사안을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서 다룬다고 볼 수 있다.

높은 대표성 수준 요구하지 않고 사회복지노동 개입 가능

최근 사회복지의 지배적인 담론 중 하나인 ‘수요자 중심’은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의 욕구와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권리가 외면될 소지가 높은 것이 현실인데, 이를 제어할 수 있는 통로 중 하나로도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주목할 수 있다. 각 지자체에서 4년마다 수립하도록 되어 있는 지역사회복지계획은 사회복지의 수요, 공급, 전달체계, 시설 종사자의 처우 등 사회복지의 주요한 사항을 담고 있고,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이를 심의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심의하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사회복지 수요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노동자에 관한 사항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는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구성을 살펴보면 사회복지부문의 중요 사항을 심의하고 서비스 간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대표협의체’와 ‘실무협의체’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사회복지의 분야별 대표는 △사회복지 또는 보건의료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사회복지사업을 행하는 기관·단체의 대표자, △보건의료사업을 행하는 기관·단체의 대표자, △공익단체에서 추천한 자, △사회복지업무 또는 보건의료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구성된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 참여하는 이들은 각 분야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지만, “사회복지의 민간 참여와 협력을 높인다”는 취지에 비춰볼 때 높은 수준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공익단체에서 추천하는 자”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2조에서 규정한 비영리 민간단체가 추천하도록 되어 있는데, 보건복지부는 주민조직과 공익단체를 “부녀회, 노인회, 자원봉사회, 복지·환경·경제·고용 관련 단체 등”으로 폭넓게 예시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노동조합도 문을 두드려 볼 수 있는 것이다. 

산발적 활동 말고 직접 개입을 시도하자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와 연계를 가질 수 있는 고용, 복지, 환경, 지역발전 등 다양한 영역이 존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지역사회에 대한 전략은 노동 중심적인 활동으로 제한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또한 현재 노동조합의 조직체계에 있어 지역조직은 총연맹의 집행기구로서 중앙의 사업을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노동조합의 인식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으며, 지역조직 내지 단위노동조합에서 수행되는 지역사회 복지활동은 개별화되어 있었다. 

이제는 지역사회의 주체이자 지역복지의 이용자로서 노동조합은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개입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복지체계에 대한 접근을 시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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