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빵’하지 말자, 분산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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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처음 알았다. ‘몰빵’.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이르기를 집중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란다. 몰빵 펀드, 몰빵 투자….   

저임금 노동자들의 눈에 비친 금융 거품과 위기

여기 사무실 건물 아줌마노동자는 지난 3년 동안 남편 월급 40만 원씩을 펀드에 넣었다고 한다. 지금 30%도 안 남았다고 한다. 남편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놔둬야 하는 건지, 해지해야 하는 건지 갈피를 못 잡겠다고 한숨이다. 인터넷이건 신문이건, 어디서는 바닥을 쳤으니 장기투자 관점에서 두라 하고, 어디서는 더 떨어지기 전에 정리하는 게 상책이라 한다. 막막해하는 사람한테 도움을 주고 싶어 잠깐 경제뉴스 몇 개를 열어봤지만, 나도 도통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후배 하나는 국민은행에 100만 원 넣어놓은 펀드가 30만 원 날아갔다고 울상이더니, 지금은 20만 원이 더 날아갔다고 한다. 수익률이 ‘마이너스 30’일 때까지는 문자라도 날아오더니 이제는 그 소식도 없다나. 후배에게 예전에 물었었다. 

“니 돈 100만 원이 어느 나라 가서 무슨 짓을 하는 줄이나 알고 넣었냐?”
“뭐 중국이나 인도나 브라질 가서 나쁜 짓 하고 있겠지.” 

국내 우량주에 50만 원을 투자하고, 브릭스 펀드에 50만 원을 투자했다고 했다. 작년 겨울 국민은행에 잔액조회 하러 갔다가 은행 직원이 “100만 원 놀리지 말고 투자하시라”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넣은 게 이 모양이 됐다는 거다. 

오늘 아침 회의 자리에서 들으니 인쇄노조 한 조합원은 월급에서 조금씩 부었던 CMA가 300만 원가량 되는데 그 중에 70%가 날아갔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은행에 가면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는 대신 서민들의 호주머니에 있던 쌈짓돈을 펀드에, 주식에 ‘투자’하라고 권하는 직원들을 만나게 되었다. 여기 성수동 공장 노동자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조금씩이라도 펀드에 주식들을 하고 있겠지. 아니면 제화노동자들이 하듯이 경마나 로또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며칠 전 TV 시사프로에서 보니, 경제위기에 들어서면서 로또복권과 ‘바다이야기’가 다시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한다. 일을 해도 형편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없으니, 혹시나 하는 기대로 복권과 도박에 돈을 털어 넣는 것이라고 그 프로그램에서 심리학과 교수가 말한다. 굳이 전문가의 해석을 빌지 않더라도 능히 짐작이 가는 사태다. 

성수동 노동자들의 펀드투자 실태조사라도 해볼까, 속이 어수선하다. 

우리는 등골 빼먹은 저들에게 왜 이리 관대한가! 

그런데 돈 있고, 정보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은 진작부터 펀드를 정리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렸더랬다. 금 사놓고, 달러 사놓고, 그린벨트에 땅 보러 다니고 있었다는 거다. 서울에 있는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고 ‘에콰도르 영주권’을 사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영주권 값이 2천만 원이라고 한다. 맞벌이 부모와 저소득층 아이들을 모아 돌보는 방과 후 공부방에 주는 정부보조금이 한 달 220만 원이다. 교사들 월급, 아이들 교재비 다 포함된 돈이다. 이마저도 받으려고 신청한 곳들이 줄을 섰다. 더구나 지금, 더 힘들어지고 더 가난해지는 시절, 공부방으로 아이들이 밀려들고 있는데 내년 예산은 그대로다. 

“부자들 가슴에 대못 박을까봐” 종합부동산세금을 깎아주고 싶다는 강만수 얼굴에 침이라도 뱉어줬어야 한다. 건설회사들한테 세금 퍼주고, 운하 파서 경기 살린다고 할 때 이명박의 뺨이라도 때렸어야 한다. 

노동자들 호주머니 털어서, 빚 얻어서, 펀드하라고, “돈은 아름다운 꽃”이라고 유혹했던 금융자본과, 언론과, 정부관료들과, 강만수와, 이명박에게 지금 노동운동은, 노동조합은, 어찌 이리 관대한가? 저들은 저리도 뻔뻔한데, 우리는 어찌 이리 어눌하기만 한지!   

지역운동의 생기 죽이는 ‘노조운동의 암 덩어리’

그런데 정작 근심스런 징후는 우리 몸에서 더 크게 자라고 있으니…, 그러니까 ‘노동운동의 암 덩어리’들이 도려내기 어려울 만큼 비대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 성수동에서 지난 8월 <구두노동자문화제>라고 해서 지역 영세공장 구두노동자들이 모여 지역주민들과 노래자랑도 하고 구두수선도 해주는 교류의 장을 멋지게 치러냈다. 그런데 정작 노동조합에서는 노동조합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지역활동가들을 밀쳐내는 일이 벌어졌다. 저 위쪽 상급조직에서는 이를 조정할, 수습할 여력이 없다며 방관하고 있다. 노조위원장을 재교육하든지 노조를 정비하든지 방책을 내놓아야 할 시기가 몇 년이 지났건만, 껍데기만 남은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지역 노동운동의 새로운 기운을 화석화해버린 것이다. 힘 빠지는 일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조직통합안을 부결시켰다는 소식도 쌓인 우울함을 더하게 한다. 18대 국회 국정감사가 왁자하게 지나갔건만 해마다 자료분석 요청이라도 해왔던 민주노동당마저 올해는 조용하게 지나갔다. 우리 같은 단체가 없어도 잘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아직 잘 몰라서, 올해는 공부가 덜 돼서 좀 어렵다”고 했다는 얘기가 들려오니, 무지를 자랑삼는 것인가. 

쟁의사업장 뉴스만 보지 말고, 주변 진흙탕을 돌아보자!

크건 작건, 지역이건 전국구건, 노동운동 활동가들아, 동시대를 살자. 쟁의사업장 뉴스만 찾아서 읽으며 분개하지 말고, 펀드에 주식에 눈뜨고 강도당한 채 울고 있는 가난한 노동자들을 돌아보자. 동시대를 살다간 배우 최진실의 비극적 죽음을 보며 내 삶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진흙탕이 보였다. 안락과 안정을 희구하지만 탐욕과 불안의 그림자가 동반되는 게 삶의 진실이다. 

노동운동 활동가들아, 무관심에 이기심에 눈귀 막지 말자, 몰빵하지 말자! 돌아보고, 연대하고, 관대해지자. 몰빵보다는 분산투자가 위험을 덜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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