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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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는 언론의 노동관련 논의들을 통해 ‘괜찮은 일자리’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 ‘괜찮은 일자리’라는 말은 국제노동기구(ILO)가 내세우고 있는 가치이자 목표이다. 영어로는 ‘decent work’로 표기된다.

영 어하고 상관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work는 대충 알만할 텐데, decent는 우리말로 옮기기가 좀 어렵다. decent work의 번역도 처음에는 사람마다 달라서, '괜찮은 일자리'라고 하기도 했지만, 한국 노동부는 초기에는 '양질의 노동'이라고 번역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를 포함하여 ‘존엄성 있는 일자리’라고 옮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한사전에서는 decent의 뜻이 ‘예절에 맞는, (때·경우에) 합당한, 적당한’으로 또는 ‘(의식주가) 남부끄럽지 않은, 상당한 신분의’라고 알려준다. 용례로는 go to church in decent clothes=(예배자로) 걸맞은 복장으로 교회에 가다, decent people=버젓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 a decent meal=상당히 훌륭한 식사, a decent fortune=상당한 재산, earn decent wages=상당한 급료를 받다, 그리고 get decent marks=부끄럽지 않은 점수를 받다 등을 제시한다.

‘decent work’가 국제적으로 인정되기까지

decent work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내 느낌은 조금 부정적이었다. 그게 1999년 6월 제87차 ILO총회를 준비하는 즈음이다. 그 총회에서 소마비아 사무총장은 'decent work'를 핵심 개념으로 하는 ILO의 장기적인 사업 방침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당시 민주노총에서 국제관련 일을 하던 나는 그래도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원칙에 기초해 있는 ILO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해서 대항하는 개념으로 내놓는 것이 고작 이 정도냐는 반발심이 생겼다. 해서 이에 대한 토론에 나서는 이갑용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의 연설문을 통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무자비한 비인간적인 힘 앞에서 조금이나마 건질 수 있는 것을 건져보자는 미약한 몸부림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는 표현을 썼다.

ILO가 내세우고 있는 decent work는 사람에게 걸맞은 노동을 규정하는 핵심 조건과 원칙 그리고 가치를 다 담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1999년 87차 총회에 제출된 사무총장의 보고서는 decent work를 “자유, 공평성, 안정성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의 조건이 실현되고 존중되는 상태에서 사람이 노동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decent work는 "권리가 보호되고 충분한 소득을 창출하고 충분한 사회적 보호가 보장되는 상태에서 행해지는 생산적인 노동"이다.

따라서 decent work의 실현을 정책 과제로 삼는다는 것은 결사의 자유(freedom of association)와 단체교섭(collective bargaining)의 권리, 강제 노동의  근절(elimination of forced labour), 아동 노동의 폐지(abolition of child labour), 차별 근절(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등의 노동의 기본 권리와 원칙을 촉진하는 것, 고용과 소득의 기회를 창출하는 것, 사회보호 체계를 확립하는 것, 그리고 국가와 산업 그리고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 경제·사회적 사안에 대한 정책과 결정을 이해당사자들 간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루어나가는 것 등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9년 처음 제시된 뒤 이제 decent work는 유엔의 각종 기구와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의 국제기구가 무시할 수 없는 세계적 의제로 확립되었다. 이렇게 ‘decent work’라는 개념이 나오게 된 배경과 그 후 세계적 의제로 확립되어간 과정을 살펴보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괜찮은 일자리’라는 말이 제대로 쓰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찮은 일자리’는 노동자의 손으로 만드는 것

decent work라는 개념은 한편으로는 한 사람의 일자리에 관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 추구되고 실현되어야 하는, ‘일에 대한 원칙과 가치’에 관한 것이다. 어떤 직업이든 못 먹어서, 배운 것이 없어서, 어디 갈 곳이 없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은 인간이기 때문에 하는 행위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떻게 해서든 하루 몇 시간 일해서 입에 풀칠 할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받는다’는 것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

매일매일 하는 일, 나아가 평생 살아가는 동안 하는 그 일을 인간적인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바로 ‘decent work’, ‘괜찮은 일’, ‘버젓한 일’, ‘존엄성이 실현된 일’의 추구일 것이다. 그리고 단결권(right to organize), 단체교섭권(right to bargain collectively), 단체행동권(right to collective action)을 삼위일체로 하는 '결사의 자유(freedom of association)'의 실현체인 노동조합이, 사업장에서, 산업에서, 사회에서 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괜찮은 일(decent work)을 실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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