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참 이상한 나라의 직장갑질과 괴롭힘 대처

* 이 글은 경향신문 <세상 읽기>에 필자가 월 1회 기고하고 있는 칼럼(2020.7.1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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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참 이상한 나라의 직장갑질과 괴롭힘 대처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동료 연예인,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경비원, 체육 선수까지. 직장갑질 문제가 사회적 이슈다. 갑질 유형은 업무와 무관한 지시나 인격모욕이 많다. 하지만 험담, 따돌림, 강요, 폭언·폭행, 성희롱과 부당인사까지 그 유형은 다양하다. 쓰레기 분리배출과 배달 생수통 운반 등 가족의 허드렛일부터, 개인 신발 수선이나 강아지 수발까지 시킨 사례도 확인된다.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 ‘갑질’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직관적 사례다.

괴롭힘 특성상 우월적 지위로부터 발생한다. 이 때문에 부당인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직장인들은 문제제기조차 힘들다. 특히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에서는 선배로부터의 갑질이 심하다. 조직 내에서 ‘찍힌 사람’에겐 일을 주지 않거나 감당하지 못할 업무를 주기도 한다. “말끝마다 토 달지마! 지금 장난하는 거야! 숨만 쉬고 지냈냐? 등의 말을 들을 때면 심장이 떨리고 정신과 감정이 무너져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는 할 말을 잃게 한다.

오는 7월16일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이 된다. 그사이 괴롭힘은 줄었을까. 시행 6개월 동안 고용노동부에 103건이 신고·접수되었다고 하니 연간 200건 남짓이 될 듯하다. 반면 ‘직장갑질119’에는 올해 6개월 동안 1588건이 접수제보되었다. 월평균 265건이다. 주로 모욕·명예훼손(27.3%), 폭언·폭행(16.1%), 따돌림·차별(15.9%), 강요(12.4%), 부당지시(11.4%)가 많았다.

2030세대의 갑질감성지수는 71점인데, 50대 이상은 66.3점에 불과하다. 세대 간 갈등은 이제 사회적 현상으로 인식된다. 남성(66.8점)과 여성(72.4점)의 지수 차이도 크다. 낡은 사고방식은 세대 차이의 시작인 듯하다. 노동감수성은 ‘세대’와 ‘젠더’가 교차한다. 사적인 일은 묻지 않고, 시키지 않아야 하지만 반복된다. 소위 ‘꼰대문화’는 친근함을 이유로 한 반말이나 하대, 위압적인 업무지시, 휴일·휴가 사용 제한 등에서 드러난다.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 하기보다 합리화하는 조직문화가 더욱 문제다. 공식·비공식 회의구조의 경직성부터 비합리적인 조직운영까지 ‘일터 민주주의’는 위험한 수준이다.

조직 내 인권센터나 갑질피해센터들이 있었지만 몇몇 사례들을 보면 소용이 없었다. 부당대우나 피해가 언론을 통해 확인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가혹행위로부터 힘들어했던 고(故) 최숙현 선수는 협회를 비롯한 국가기구에 4차례 이상 신고·고발을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단순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반복적이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가해자들의 항변(?)을 접한 시민들의 사회적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와 정부부처 움직임을 보면 매년 반복되는 문제에 되풀이되는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참 이상한 나라다!”

갑질에 살아남고 괴롭힘에 대처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현행 법률에서 괴롭힘 피해자는 사용자에게 신고하도록 했다. 이게 정상일까. 어느 직장에서 상급자나 사용자의 괴롭힘을 회사에 보고할 수 있을까. 제도변화가 사회변화를 이끈다. 괴롭힘의 가해 사실을 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제3자에 의한 가해를 포함해야 한다. 특히 가해자 처벌 및 조치의무 미이행 시 처벌조항, 괴롭힘 금지 교육의 법정의무교육 조항은 꼭 들어가야 한다. 4인 이하 사업장 및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에게도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일터에서 기본적 노동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갑질과 괴롭힘 문제가 해결된다. “인권은 모든 억압하는 것에 대한 저항에서부터 출발한다!”는 문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100300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