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노동의 새로운 정의를 꿈꾸며’ [1편] -코로나19와 장애인노동-

※ <똑똑똑>은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는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는 공간입니다.

 

e노동사회 <똑똑똑>
‘노동의 새로운 정의를 꿈꾸며’
-코로나19와 장애인노동-

 

작성: 이상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차장

6월 24일(수) 오후 3시, 사당동에 위치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동조합지부(이하, 장애인노조) 사무실에서 상근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만났다. 노동시장 내 불안정한 장애인 노동과 더불어 코로나19 상황 속 장애인 노동자의 상황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정창조 활동가(정책기획실) / 최진영 부위원장 / 정명호 위원장 / 사진: 이혜정 활동가
 
이상원(이하, 상):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창조(이하, 정): 정책기획실에서 활동하는 정창조라고 합니다.
옆으로는 최진영 부위원장님(이하, 부), 정명호위원장님(이하, 위)입니다.
이혜정(이하, 이): 저는 이혜정 상근활동가입니다. 장애인노조 준비위원회 당시부터 함께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장애인노조의 태동]

: 장애인노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장애인노동조합이 첫걸음을 뗀 날은 2017년 11월입니다. 제가 10여 년 넘게 장애인운동을 하며 가슴 한구석에 무언가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이 사회는 왜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이 노동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주변에 일하지 않는 장애인이 넘쳐나는가, 의문이 들던 찰나 저랑 같은 고민을 하던 동지들과 2018년 초부터 준비모임을 시작했습니다.
 
: 정태수열사(장애해방운동가)추모사업회, 장애해방열사단 등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장애인일반노동조합 준비위원회 구성부터 노조 설립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1~2년 정도 각종 토론,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준비과정을 거치는 와중 다양한 단위들이 참여하며 공공운수노조 장애인일반노동조합지부 설립을 하게 된 거죠.
 
: 2019년 11월 2일에 70명 규모로 창립총회를 진행했습니다. 같은 달 13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출범식이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조합원은 105명입니다.
 
: 조직 구성과 주요 사업을 듣고자 합니다.
 
: 인터뷰에 참여하는 4명이 상근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서는 위원장, 부위원장, 정책기획실, 교육선전국, 조직연대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준비위원회 때부터 같이 하셨던 분들이나 저희 노조의 활동, 취지, 방향에 공감하고 함께하는 후원 조합원분들이 있습니다.
 
: 저희가 하는 일은 정부와 기업에 장애인에 대한 일자리 확대와 각종 제도 강화 요구, 열악한 환경에 처한 장애인 노동자 대변, 최저임금 제7조 폐지, 중증장애인 노동 새롭게 정의 하기 등이 있습니다.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 산재노동자, 이주노동자 등과 적극적으로 연대해나가고자 합니다.
 
 
[열악한 일자리로 몰리는 장애인 노동자]
 
: 최근 활동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 지난 달 22일, 고(故) 김재순 노동자가 광주에서 작업 중 파쇄기로 인해 돌아가신 사고가 있었습니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 오늘도 위원장님이 시위를 진행하고 오셨는데요. 관련하여 말씀드리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서 진행한 ‘故 김재순 장애인 청년노동자 사회적 타살’ 관련 기자회견에 함께 참여했었습니다.  
요구안의 핵심은 장애인고용사업장의 장애인 유형에 따른 장애인 편의제공과 더불어 노동자 안전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유인즉슨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다수 열악한 일자리에 장애인이 배치되고, 최근 코로나 사태로 비장애인들도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장애인 노동자는 더욱 사각지대로 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장애인들은 실업자들이 많습니다. 경쟁 위주의 일자리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특히 중증장애인들이 대부분 실업 상태입니다. 
 
: 故 김재순 노동자 같은 경우에도 퇴사를 했지만 장애인을 받아주는 사업장이 없어서 위험한 걸 알지만 다시 들어갔던 것이거든요. 장애에 맞는 어떤 지원이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그런 위험한 일자리에 계속 내몰리고 있습니다. 최근에 장차연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이 얘기를 하고 저희 노조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 장애인은 주로 어떤 일자리에 취업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 생산성 기준에 따라 노동자를 고용하는 현 자본주의 체제에서 장애인들이 고용될 수 있는 영역은 굉장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단일 업종 중에서는 단순 제조업 노동이 많은 편이나 감소 추세이고 2017년 기준으로 보건·사회복지·공공서비스 등 기타 업종이 가장 많습니다. 용률에서는 장애유형별로 다른데요. 뇌병변장애인이 가장 고용률이 낮고 지체장애인이 높은 편입니다. 지체장애인 중에서도 경증인 경우 그나마 취업이 용이하겠죠. 
중증장애인이 많이 일하는 보호작업장(장애인직업재활시설)1) 의 경우 장애인노동자가 원해서보다는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도 벌어서 생활하고자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보호작업장은 재활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어서 직업재활시설이라고도 불리는데요. 노동시장에 들어가기 전 이 사람을 재활시킨다는 맥락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재활이라는 개념 자체가 자본주의 기준 아래 비정상이라는 낙인을 덧씌우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1)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장애인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업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직업재활과 관련된 서비스(보호고용, 직업적응훈련 등) 제공 및 취업기회 지원으로 자활·자립 도모(출처: 서울복지포털)
한편으로 장애인 내에서도 ‘이중 노동시장’이 존재합니다. 경증 장애로 비장애인들과 비슷하게 노동하는 분들도 소수 있지만, 중증장애인의 경우 일하는 사람이 얼마 없어 비경제활동인구로 치부가 되어버립니다. 그나마 그 중 노동하는 사람들은 직업재활시설에 가서 일하는 수밖에는 없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기회는 거의 마련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 일할 때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중증장애인이 일하려면 활동보조인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본인부담금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 추가적인 문제는 근로지원인을 고용하는 시간에 활동보조인을 못 쓴다는 점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불가합니다. 그러나 활동지원인이 지원하는 일상 업무와 근로지원인이 하는 지원 업무가 다르고 심지어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에 따라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 달라 안타깝습니다.
 
: 그렇다면 임금 수준은 보통 어떻게 됩니까?
 
: 위의 직업재활시설 등 공공일자리가 많이 있으면 좋기는 하지만, 문제는 노동자 수입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1달에 90만 원 정도인데 4대 보험료를 제하면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 부위원장님이 중요한 말씀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장애인 노동자에 임금을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요. 장애인들은 빈민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데 임금이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면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지 못합니다.
따라서 열악한 소득 상황을 개선해야 할 공공일자리조차 저임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공공일자리를 새로 만들 때 기초생활수급비를 유지하면서 임금을 받는 수준이 어느 선인지 계산하는 겁니다. 공공 영역이기 때문에 시간에 따른 최저임금은 다 맞춰 주지만, 노동시간은 각각 다릅니다. 
심각한 것은 최저임금법 제7조에 의하면 노동자가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우 사업주가 고용노동부장관 허가를 얻으면 최저임금 이하를 주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있습니다. 처음 고용 전 장애인고용공단에 가서 ‘작업능력평가’를 받고, 기준에 맞지 않으면 최저임금 미만을 주게 되므로 중증장애인의 경우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입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한 ‘장애인과 거리 두기’]
 
: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지역사회 내 장애인 당사자의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관련 정보 접근, 마스크 공급 등은 문제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마스크 지원을 좀 많이 받았는데 지자체별로 지원이 달라 못 받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 저는 노들장애인야학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교육청에서 마스크 구입비용, 소독제와 체온계를 지원받았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말씀하셨듯이 사실 정보 접근입니다. 예로 발달장애인의 경우 이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코로나의 심각성에 대해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또 호흡기 장애인분들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 어렵습니다. 산소호흡기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분도 있습니다.
제일 심각했던 곳은 대구입니다.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경우 돌봄노동을 해야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사람 간 접촉을 하지 말라는 지침은 적절하지 않은 것이죠. 또한 장애인 당사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경우에도 활동보조인은 필요합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을 보면 장애 중증도, 유형별로 대처방법이 다르지만 비장애인 위주의 대책 속에서 고려되지 않았습니다.2)
-2) 지난 6월 24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처음으로 마련하였다. 취약계층 대응 방안 수립이 점차 진행되고 있다(출처: 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0. 6. 24),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 첫 마련」).
 
: 코로나19 관련 장애인노조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은 근로자가 실직 위기에 놓여있고 관련 피해사례를 수집하고자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씁쓸한 것은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장애인 당사자들이 노동시장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장애인 중 비경제활동인구가 60%가 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례가 아직 많이 발굴되지 않았습니다.3)
-3) ‘2018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만 15세 이상 등록장애인 249만 5,043명 중 비경제활동인구가 63%에 달하는 157만 2,146명로 조사됐다(출처: 「2018년 장애인 경제활동실태조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코로나로 인해 깨달은 것은 장애계에서는 ‘일상이 재난’이었다고 이야기해요. 코로나19로 인해 비장애인들은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사람을 못 만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전과 삶이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원래 일을 하고 싶어도 못했고, 원래 사람을 못 만나고 시설에 격리돼 있었다는 말입니다. 오죽하면 ‘우리는 언제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당해왔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죠. 
 
: 국가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수령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없었습니까?
 
: 정보 접근의 문제인데요. 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준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신청 자체가 힘든 장애인이 많습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영화를 보면 노인 노동자가 실직으로 복지 수급을 받으려고 하는데 신청방법을 모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장애인 중에서 중증장애인들은 인터넷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교육도 잘 못 받았고요. 이런 상황에서 비장애인 위주로 구성된 시스템은 신청이 힘들고 지원금이 있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왜 받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동의 새로운 정의를 꿈꾸며’ [2편] (7/13)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