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더 나은 규범의 시작,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 이 글은 경향신문 <세상읽기>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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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규범의 시작,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용충격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주위에 문을 닫은 식당이 보이고, 가게 직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도 눈에 띈다. 아마도 잠시 쉬거나 휴직한 것 같다. 그런데 지난 4월 취업자 수가 47만6000명이나 줄어 3월보다 더 안 좋아졌다. 일시·휴직자(148만명)와 일자리 찾기를 단념한 사람(240만명)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취약계층에 덮친 ‘코로나19 고용쇼크’로 불릴 만하다. 통계상 실업자가 줄고, ‘그냥 쉬었다’는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한 것은 더 심각한 신호다.

노동시장의 가장 큰 타격은 사회적 취약층에 집중되었다. 해고가 비교적 쉬운 터라 코로나19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는 서비스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코로나19는 여성, 청년, 임시일용직에게 직격탄이었다. 일터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경제적 약자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직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줄고, 혼자 겨우 버티는 자영업자, 이른바 ‘나홀로 사장님’은 1년 전보다 10만7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가 이렇게 줄어든 건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앞으로 고용상황이 더 나빠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접하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한 번의 파도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는 어떠한 대가가 따르더라도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 아니라 지금이 바로 위기 상황이다. 현재는 국민을 보호하고, 향후 경제회복을 도와야 할 시점이다. 그와 동시에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제도적 개혁을 준비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일자리에서 밀린 취약층의 고용보험 개편이다. 현재 고용보험 가입자는 취업자 10명 중 4명(48.4%)에 불과하다. 1995년 제정된 고용보험은 ‘실업·구직급여, 상병수당’ ‘직업능력개발사업’ ‘육아휴직·출산전후급여’를 보장한다. 고용보험은 직업훈련, 고용촉진 그리고 실업 등 노동시장 위험 예방 효과를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특히 실업급여는 실직자의 생활안정 및 재취업 준비에 큰 도움이 된다. 개인이 부담해야 할 몫을, 정부와 사회가 함께 부담하는 취지가 담긴 것이다.

현재의 고용보험은 ‘정규직’을 주요 대상으로 설계되었기에 미취업 청년, 자발적 퇴사자, 아르바이트, 예술인,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은 배제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다수는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헌법적 권리로 규정하고 거의 대부분 적용받도록 보완해왔다. 사실 미국의 뉴딜(New Deal) 정책은 공공근로와 제도개혁이 같이 진행되었다. 대공황 시기 뉴딜 정책은 미국 경제의 황금기를 만든 배경이며,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하고 노동기본권 보장의 토대였다. 우리도 코로나19 시기에 고용유지와 일자리 창출만이 아니라, 고용보험 제도개혁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최근 토마 피케티나 마이클 샌델도 ‘더 공정한 세상 만들 기회’나 ‘정당하게 보상하는 안전한 세상’ 등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미친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 국민 고용보험 기초를 놓겠다”고 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이 복지국가 핵심으로, 21대 국회 1호 법안이 돼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고용보험 미가입자(13.8%)만이 아니라, 적용제외 대상(31.4%)까지 포괄하는 고용보험 필요성이 힘을 받고 있다.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고용보험 모델은 덴마크와 프랑스다. 이들 국가는 조세에 기반한 사회적 보호 차원에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새로운 규범과 표준(New normal)이 아니라, 더 나은 규범과 표준(Better normal)이어야 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514202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