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 2020-07] 노동자 경영참여와 노동이사제 -서울시 사례를 중심으로-

작성자: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노동자 경영참여는 노동운동의 오랜 과제였다. 한국노총은 강령에서 “우리는 자율, 대등, 참여에 입각한 생산민주화와 산업민주화를 실현한다”고 규정하고, 민주노총은 기본과제에서 “우리는 공동결정에 기초한 경영참가를 확대하고 노동현장의 비민주적 요소를 척결한다”고 제시한다. 
 
하지만 한국은 ‘경영전권’이라는 이름 아래 노동의 참여를 배제해 왔다. 산업민주주의의 토대가 취약한 현실에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여 노동자 경영참여의 첫 발을 내딛었으며, 경영협의회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약속하였으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다. 이 글은 서울시 노동이사제 도입 및 운영 사례를 통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의 도입 필요성과 이를 위한 정책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2020년 1월 현재 서울시 산하 17개 공공기관에 22명의 노동이사가 선출되어 활동 중이다. 근로자 수가 300인 이상인 서울교통공사 등 6개 기관에는 2명의 노동이사가, 300인 미만인 서울에너지공사 등 10개 기관에는 1명이 선출되었다. 3년 임기인 1기 노동이사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전체 노동이사들의 평균 재직기간은 약 16년이고, 노조활동 경력은 16명(약 72.7%)이 갖고 있다. 성별을 보면 남성이 12명, 여성이 10명이다.  
 
노동이사제 도입의 성과와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이사들은 이사회의 ‘메기 효과’를 만들어냈다. 노동이사제 도입 이후 이사회의 분위기와 회의 방식이 바뀌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노동이사들이 참석하여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져 이사회가 활기차고, 생동감이 생겼다. 과거 통과의례 내지 만장일치로 결정되어왔던 이사회의 의결방식이 개선되었다. 둘째, 현장 목소리 전달이다. 노동이사들은 기관대표, 비상임이사 등에게 현장의 상황 및 고민 그리고 문제점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였다. 새로운 사업 수행에 따른 인원 및 공간배치 문제, 내부 업무 프로세스 개선, 기관 내 노동환경이 열악한 부서의 인력충원 등이 이사회에서 공론화되어 해결되었다. 물론 이사회의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노동이사의 취약한 권한과 전체 이사회 구성원 중 낮은 비중에 따른 것이다. 현재 노동이사는 일반 비상임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갖는다. 따라서 노동이사는 “①이사회 부의권(附議權) 및 심의보류(연기)권, ②경영사항에 대한 감사의뢰권, ③경영정보 문서 열람권 및 자료제공 요구권, ④임원추천위원회 참여권” 등이 없다. 이사회 전체 인원 중 노동이사는 평균 10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 이후 경영참여운동은 다른 지자체로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와 광주광역시, 인천시 등이 조례 제정을 마쳤고, 노동이사들을 선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이사회 노동조합 참관제는 ‘속 빈 강정’이고 공약 후퇴이다. 노동자 경영참여운동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길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유독 직장 문 앞에서는 침묵하거나 작동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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