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미래를 위한 화두, 일자리 딜레마 뚫기

작성자: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 문제가 최고의 화두가 된 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일자리는 개인의 삶의 수준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다. 거시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의 결과로 발생하는 일자리의 감소를 해결하는 문제까지 연결돼 있다. 일자리 문제는 대부분 당사자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고, 세계 경제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된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숨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다양한 문제들

우리가 현실에서 접하는 일자리 문제는 실로 다양하다. 첫째, 가장 다툼이 많은 것으로서 임금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 여부 문제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임금이 상승하면 당연히 일자리가 감소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인상은 노동자에게 실업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제기한다. 반면, 임금인상으로 인한 다양한 효과를 통해 그것을 극복할 수 있고, 임금인상을 통해 경제 선순환(분수효과)을 유도할 수 있다는 논리가 있다. 최근에는 임금인상의 다양한 효과를 제기하는 측이 좀 더 호응을 받는 듯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신)고전파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일자리 수와 일자리의 질과 관련된 문제다. 일자리 수가 적어 어려운 상황에서 보면, 우선은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고, 부수적으로 일자리의 질이 중요한 것처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흔히 상호 대립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많다. 물론 (신)고전파 논리에 의하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고용을 줄여야 하니까 대립하는 문제로 치부하겠지만, 반대의 논리에서 보면 일자리 수의 확대와 좋은 일자리는 상호 공존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셋째, 고용안정과 생산성의 관계다. 이 문제는 인사관리 분야에서 오래된 논쟁거리였다. 소위 고용이 안정되면 태만해지고(shirking),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논리가 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오히려 고용안정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입장이 더 타당한 듯하다. 상식적으로도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조직에 대한 만족도와 사기가 떨어지고, 생산성이 높아지기는커녕 유지하기도 어려을 것이다. 이 문제는 개인적으로 구조조정 사업장 종사자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자에 대한 여러 차례의 심층면접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넷째,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의 문제다. 이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지속해서 지향해야 할 사회적 목표다. 그것을 통해 일자리 창출(일자리 나누기)을 하거나 최소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 측은 비용절감을 추구하다 보니, 노동자 측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감소에 대한 우려로 인해, 양자가 모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당장은 노사가 어떻게 임금보전을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사회 최고의 목표로서 사회 전체 차원에서의 준비가 필요한 문제다. 반드시 가야 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 간 다양한 논의와 지속적인 보완이 필수적일 것이다.
 
세대·산업·지역 등의 균열  
 
다섯째, 청년 일자리와 고령 일자리의 대체성 문제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청년과 고령자의 일자리는 양자가 숙련과 경력 등이 다르므로, 대체관계가 아니라는 결과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현실에서 보면 고용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상호 대체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전반적인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확대, 그리고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대전제 속에서 점진적으로 해결해 가야 할 문제일 것이다. 세대 간 갈등으로의 확산을 차단하고, 모두가 소중한 인적 자원으로서 능력을 발휘하고 적절한 처우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거시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여섯째, 정년연장 문제다. 앞의 문제와 연관되는 것으로 일자리의 수가 한정된 상황 -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 - 에서 정년연장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평균수명의 상승과 고령화 추세가 진행되고 있고,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법정 정년의 불일치, 불충분한 복지 등으로 중고령자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노년 빈곤층 비율도 최고 수준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에서 이미 여러 국가에서 활용하고 있는 정책들 - 중고령자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직무개발, 다양한 경력경로 개발, 점진적 노동시간 단축, 이직 프로그램 등 - 을 통해 정년연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는 일자리 사업과 관련해, 몇 가지 쟁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먼저, 큰 영역으로 산업연계 일자리와 복지연계 일자리 문제다. 최근 정부는 제조업 기반의 산업과 연계한 일자리에 집중하고 있다. 제조업이 국민경제에 기반이 된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고용잠재력 등과 관련해 한계도 일부 있다. 한편, 최근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복지와 연계한 일자리가 부족하다. 이 분야의 고용잠재력 역시 우수하므로, 제조업과 사회복지서비스 두 영역에서 균형 잡힌 일자리 확장 추진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산업 구조상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열악한 조건에서 근무하는 다양한 유형의 노동자층이 존재하는 서비스업에서의 일자리 문제도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기업이 주도하는 (상생형) 일자리와 지역 주체(노사민정 등)가 주도하는 (상생형) 일자리 문제가 있다.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창출한다고 하지만, 상생형 일자리 등은 임금격차나 노동조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이고, 지역의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지역 맥락에 맞도록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모두를 위한 과제
 
지금까지 우리에게 닥친 몇 가지 일자리 문제를 살펴보았다. 사회 모든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이다. 특히 중요한 사실은 이 문제들을 단순히 대립(대체)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보완관계로 접근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경제학자와 미래학자가 주장한 것처럼, 궁극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가 우리 사회에서도 향후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지향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생활을 최대한 보장하고 모두가 혜택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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