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체불임금, 특단의 대책 필요하다

추석이 1주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풍성한 한가위는 모든 사람의 소망이지만 세상사 바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맘때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 소식, 체불임금 이야기다. 여름 내내 땀 흘린 노동자들이 노동의 대가는커녕 거리로 내쫓길 상황이다. 지난 4일 고용노동부는 올해 체불임금 실태와 대책을 발표했다. 8월 말까지 체불액은 9471억원으로 이미 1조원에 육박했고, 피해 근로자만 21만4052명이다. 지난해보다 근로자 수는 12%, 체불액은 11% 급증했다. 올 한 해 체불임금 총액은 1조4000억원에 이르러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체불임금의 심각성이 이야기되지만 해결은커녕 더 확대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경기 불황과 조선·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이것이 본질적인 이유는 아니다. 일본은 경기 침체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만성 불황을 겪었지만 체불임금 규모는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체불임금이 해결되지 않고 악화된 데에는 구조적인 원인이 똬리 틀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경영이 어려워지면 노동자의 임금과 퇴직금을 가장 먼저 해결하지만 우리의 경우 후순위로 밀린다.
 
이런 경영문화를 조장한 것은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다. 근로기준법은 체불 업주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제재 사유를 재산 은닉이나 도주 등으로 제한하고 있어 징역형은 예외적이고 대부분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게다가 체불임금의 일부를 주고 근로자와 합의만 하면 처벌도 받지 않는다. 법을 위반해서 얻는 이익이 제재에 따른 불이익보다 크다는 이야기다. 이러다보니 체불임금은 해소되지 않고 일부 악덕 기업주의 행태는 바뀌지 않는다. 체불임금의 주된 피해자가 일용직, 영세업체 종사자, 비정규직, 청년 알바, 외국인 근로자들이라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법질서 회복과 노동개혁은 체불임금 해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체불임금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노사문화를 바꾸고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먼저, 정부의 예방적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추석과 설 명절만 되면 실시되는 특별단속이라는 전시행정에서 벗어나 체불임금을 포함한 노동자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정부의 따뜻한 감독의 손길이 확대되어야 한다. 1000여명의 턱없이 부족한 근로감독관 수만 핑계대지 말고 예방적인 근로감독을 위한 인력과 재정을 확보해 근로감독의 사각지대를 일소해야 한다. 둘째, 원청 대기업의 책임이다. 원하청 거래관계의 말단에 있는 영세 하청업체의 체불임금은 대기업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해결할 수 있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하도급 업체의 임금 체불이 발생하면 원청 대기업이 책임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셋째, 부가금 제도 신설과 체당금 적용 대상 확대다. 경영진이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부가금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 현재는 체불임금보다 벌금이 적다 보니 임금체불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만성화된다. 이를 막기 위해 근로자가 임금 체불액과 동일한 금액의 부가금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제도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퇴직 근로자만 받을 수 있던 20%의 체불임금 지연 이자를 재직 근로자도 받을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물론 체불 업주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는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체불 상황에 놓인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체불임금 해소를 위한 긴급 자금 대출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한국은 유감스럽게도 ‘임금체불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정부의 발 빠른 대처를 기대한다.  
 
 
*이 칼럼은 지난 9월 8일자 국민일보(시사풍향계)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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