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7월 고용대란설'의 허구(한겨레신문 2009.2.3)

“재개발을 한다며 가게를 비우라고 통지를 받기 전까지, … 우리 가족은 비록 가난했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이었습니다. 누가 우리 아버지를 거리로 내몰고 죽음으로 내몬 것입니까? 아버지는 수천 도의 화염 속에서 돌아가시고, 무릎뼈가 다 으스러진 우리 막내가 목발을 짚고 감옥에 갇히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들먹이며 동문서답을 하시더군요. … 서민들 쫓아내고 비싼 아파트 지어서 수백억, 수천억을 벌어들이는 재벌기업들을 위한 법, … 우리 아버지들의 시신을 … 난도질하고도, 검사가 법대로 한일이니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하는 법, 국민 다섯 명을 죽이고도 정부에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법, 그런 법도 법이라고 지키라고 말하는 것입니까?”

지난 토요일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희생자 제2차 범국민추모대회’에서 고 이상림씨의 딸 이현선씨가 유족을 대표해서 한 호소문의 일부다.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함께 울었다. 경찰의 무모한 과잉진압으로 칠순 노인을 태워 죽인 것도 모자라, 상주마저 구속하는 나라. 유가족들 가슴에 맺힐 한을 어찌 갚으려고 이다지도 모진가?

지난해 출범 당시 이명박 정부는 ‘섬기는 정부’를 표방했다. 많은 사람이 ‘국민을 섬기는 정부’이겠거니 어림짐작했다. 그러나 한 해도 안 되어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아닌, ‘건설업자와 투기꾼을 위한 정부’, ‘국민과 전쟁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위기의 한파가 밀어닥치는 속에서도 나라 곳간을 털어 땅부자·집부자에게 수십조원의 세금을 되돌려주지를 않나, 한반도 대운하, 4대강 살리기, 녹색 뉴딜 등 그때그때 말만 바뀔 뿐 건설업자 퍼주기에 여념이 없지를 않나.

올해 초부터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지금이 전시도 아닌데, 갑자기 웬 지하벙커?’ 하던 의문은, 지난달 20일 용산참사 현장을 보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경제 살리기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음에도 집권한 지 1년 만에 경제를 거덜내고, 거덜난 경제를 되살릴 자신감마저 상실한 정부가, 바로 철거민과의 전쟁, 국민과의 전쟁을 벌이기 위해 지하벙커로 찾아든 것 아닐까? 지나친 억측이기만 바랄 뿐이다.

정부·여당은 7월이 되면 비정규직법 때문에 계약이 해지되는 노동자가 97만명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을 보호하려면, 2월 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을 개정해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전혀 사실이 아니다.

비정규직법 부칙에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 제한은) 2007년 7월 이후 새로이 근로계약을 체결·갱신하거나 기존의 근로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는 조항이 있다. 따라서 2007년 7월 이후 기간제로 2년 이상 일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7월에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게 아니다. 2008년 8월 현재 근속연수가 1년1개월 된 기간제 노동자는 5만명이다. 비정규직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체와 55살 이상 고령자를 제외하면 3만8천명이다. 이들이 모두 오는 7월까지 기간제로 계속 근무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예년의 예를 따르면 1만8천명만 계속 근무할 것이다. 2만명과 100만명, 거짓말을 해도 너무 심하지 않은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린다고 이들의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고용사정이 악화되면 기업은 사용기간이 2년이든 4년이든 비정규직부터 줄이려 들 것이다. 오히려 정규직 전환을 촉진할 때 이들의 일자리는 보호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7월 고용 대란설’을 퍼뜨리며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려 드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