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최저임금 인상, 무엇을 망설이나/김유선

임금불평등이 커지고 저임금계층이 늘면서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2년말 대통령선거 때 박근혜 후보는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소득분배 조정치'만큼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후보 또한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인상을 공약했다. 그리고 올 3월엔 최경환 부총리가 '내수 진작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어느 때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노사 간 견해 차이는 여전히 크다. 올해 최저임금이 5580원인데 노동계는 1만원을 요구하고, 재계는 1.6% 인상을 얘기한다. 최저임금 논의에 불을 지핀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처럼 '7% 인상'을 말하고 있어, 자칫 최저임금 인상이 '말잔치'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얼마나 올려야 하나

최저임금이 저임금 일소, 임금격차 해소, 분배구조 개선 등 원래 목표에 충실하려면, 저임금 경계선인 '중위임금의 2/3'를 최저임금으로 정해야 한다. 한데 임금실태 조사 중 가장 대표성을 갖는 사업체노동력조사로는 중위임금은 구할 수 없고 평균임금만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중위임금의 2/3'에는 못 미치더라도 이에 근접하는 '평균임금의 50%'를 최저임금으로 정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평균임금이란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의 시간당 정액급여 평균값을 뜻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매년 9월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조사를 실시한다. 정부는 청소·경비·시설물관리 등 단순노무용역을 대상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의 기본급 단가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시중노임단가(보통인부 노임)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공공부문 최저임금이라 할 수 있는데, 2014년 시중노임단가 8019원은 평균임금의 49.5%다. 이는 '평균임금의 50%' 목표가 현실적임을 말해준다.

생산성임금제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의 임금인상률이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면 분배구조가 악화되고, 이를 넘어서면 분배구조가 개선된다. 이명박정부 5년 동안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은 연평균 6.5%인데,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임금인상률은 3.2%로 매년 3.3%p 덜 올랐다. 이명박정부 때 악화된 분배구조만 개선하려 해도 앞으로 5년 동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은 매년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3.3%' 이상이 되어야 한다. 게다가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체 노동자의 임금인상률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이보다 높아야 함은 물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최저임금제를 저임금 노동자에게 공정한 임금을 보장함으로써 임금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하는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반드시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일자리를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영미권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수십년째 계속되어왔다. 1980년대에는 '최저임금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가 다수를 이루었지만, 90년대부터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고용효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노동자의 생활조건 개선을 위해 결단이 필요한 때

여기서 우리는 채프먼의 "최저임금은 고용증대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조건 개선에 목적이 있다. 실증분석 결과의 차이는 노동경제학자들에겐 흥미로울지 몰라도 정책입안자나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흥미로운 게 없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더라도 저임금 산업에 부정적인 고용효과를 미치지 않는다는 정책적 함의는 동일하기 때문이다"(Jeff Chapman "Employment and the Minimum Wage: Evidence From Recent State Labor Market Trends," Economic Policy Institute Briefing Paper, 2004)라는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자 자영업자들의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전체 자영업자 565만명 가운데 고용원이 없는 경우는 410만명이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155만명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이들 155만명의 부담이 느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골목상권 보호, 적정 하도급 단가 보장 등 경제민주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으로, '사람에게 일을 시키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자영업자의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구성원이 저임금 노동자인 경우도 무수히 많다.

올해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라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다줄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 출신 부총리가 지나가다 던진 한마디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흐지부지되는 일이 있어선 아니될 것이다.

* 이 칼럼은 창비주간비평, 허핑턴포스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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