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 2010-04] 경제위기와 노동조합의 대응

<요약>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발견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균등하게 감소했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주로 취약계층 일자리가 감소했다. 1998년에는 ‘제조업 생산직 상용직’이 집중적인 타격을 받았다면, 2009년에는 ‘서비스업 판매서비스직 자영업자’와 ‘제조업 생산직 일용직’이 집중적인 타격을 받았다.
둘째, 두 차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근로빈곤(working poor)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상위 10%와 하위 10% 임금격차는 5.3배로 OECD 국가 중 가장 심하고, 노동자 4명 중 1명은 저임금계층이며, 8명 중 1명은 법정 최저임금조차 못 받고 있다.
셋째, 외환위기 때는 노조 조합원이 19만 7천 명 감소한 데 비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4만 9천 명 감소했다. 정규직 조합원은 3만 6천 명 증가하고 비정규직 조합원은 8만 5천 명 감소했다. 이는 기간제보호법에 따른 정규직 전환효과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피해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 집중된 데서 비롯되었다.
넷째, 파업이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같은 집단적 갈등보다,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같은 개별적 갈등이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1997년 1,928건에서 1998년 3,670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07년 6,292건에서 2008년 8,343건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현행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으로는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과 요구를 수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한계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상의 분석결과가 노동조합운동에 주는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노동운동의 주력인 ‘제조업 생산직 정규직’이 주요 타격 대상이었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노동조합에 가입조차 못 한 ‘서비스업 판매서비스직 자영업자’와 ‘제조업 생산직 비정규직’이 집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둘째, 조직노동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 타격 대상에서 얼마간 빗겨나 있다. 조직노동이 ‘일자리-복지’를 축으로 취약계층 보호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노동운동의 사회적 고립은 심화될 것이며, 조직노동과 취약계층 간에 벌어진 간극은 다시 부메랑이 되어 노동운동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노동조합운동의 대응을 영역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사회협약 정치가 활발했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사회협약 정치가 실종되었다. 노동의 사회적 영향력이 훨씬 강화되고, MB정부 스스로 노동의 협력 없이는 원만한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릴 때까지 사회협약 정치의 복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노조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 등 초기업노조로 조직형태를 전환한 것은 대단한 성과이며, 한국의 노동운동이 그만큼 역동적임을 말해준다. 산별노조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산별교섭이 진전되어야 한다. 그러나 MB정부에서 산별교섭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앙교섭에 집착하기보다는 부문(업종)이나 대각선 교섭 등 교섭형태를 다양화하고, 교섭형태보다는 산별노조 본부와 지부(분회) 사이에 유기적 연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더 중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외환위기 이후 교원노조와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되지 않았다면 노조 조직률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을 것이다. 제도적 뒷받침이나 신규노조 결성운동과 같은 큰 흐름을 타지 않는 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는 쉽지 않다. 내년 7월부터 복수노조 허용은 노동조합 설립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청년층 조직화에 새로운 모범을 창출하고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피해는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실업자 등 취약계층에 전가되고 있다. 조직노동은 일자리와 복지를 축으로 시민사회단체 및 제 정당과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취약계층 보호에 나서야 한다. 사회협약 정치가 실종된 만큼 사회연대전략을 더 중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