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동 2016

I. 진단

한국의 노동시장은 고용불안정, 소득불평등, 노사관계 파편화로 특징지을 수 있다. 첫째, 한국은 고용이 매우 불안정한 초단기근속의 나라다. 근속년수가 1년 미만인 단기근속자가 전체 노동자의 32%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고, 근속년수 1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는 20%로 가장 적다. 고용보험 가입자 1,157만명 중 2013년 한 해 직장을 그만 둔 사람이 562만명(48.5%)이고,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직장을 그만 둔 사람이 114만명(35.4%)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2015년 8월)에서 비정규직은 868만명(45.0%)이다. 기간제는 286만명(14.8%)이고, 시간제는 224만명(11.6%), 파견근로(용역포함)는 87만명(4.5%)이다. 노동부 고용형태공시제(2015년 3월)에서 10대 재벌 비정규직은 49만명(37.7%)이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사내하청)은 40만명(30.7%)이다.
둘째, 소득분배가 매우 불평등하다. 외환위기 이후 임금인상은 성장에 못 미쳤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임금 없는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0~14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4%인데, 실질임금인상률은 1.4%(한은)~2.6%(노동부)다. 성장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했고,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불평등이 심하고 저임금계층이 많은 나라가 되었다.
10대 재벌 사내유보금(잉여금)은 2009년 288조원에서 2013년 522조원으로 4년만에 234조원(81%) 증가했다. 이것은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의 저임금과 고용불안, 성장에 못 미치는 정규직 임금인상, 골목상권 붕괴와 자영업자 몰락, 하도급단가 후려치기, 재벌 감세 등으로 거둬들인 초과이윤을 몇몇 거대 재벌이 빨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문제는 정규직 과보호가 아니라 재벌 과보호에서 비롯되고 있다.
셋째, World Bank(2002), OECD(2004), ILO(2004)에 따르면, 노조 조직률이 높거나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을수록, 임금교섭이 전국이나 산업으로 집중되고 상하 조직 간에 조정이 원활할수록 임금불평등이 낮다. 한국은 노조 조직률이 11%로 OECD 34개국 중 31위고, 단체협약 적용률은 가장 낮다. 단체교섭은 기업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상하 조직 간에 조정은 원활하지 않다. 한국에서 임금불평등이 극심한 것은 경제정책, 산업정책, 노동시장정책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지만, 노사관계 파편화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다.

II. 과제

일자리 정책, 임금정책, 3대 불법 일소 순으로 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 환경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일자리를 늘리려면 실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의료·복지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현행법대로 주52시간 상한제만 지켜도 일자리를 33.4~57.9만개 늘릴 수 있다.
상시·지속적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 사내하청은 대부분 상시·지속적 일자리이자 불법파견이다. 법대로 10대 재벌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좋은 일자리를 40만개 늘릴 수 있다. 실직자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고령자 연금을 확대하고, 청년 구직촉진수당을 도입하고, 실업급여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임금불평등과 저임금계층을 축소하려면, 최저임금 수준을 현실화하고 최저임금과 연동해서 최고임금제를 실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정하거나 기업별로 교섭을 한다면, 임금불평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산업이든 지역이든 그룹이든 초기업 수준에서 교섭을 확대하고,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프랑스는 한국보다 노조 조직률은 낮아도 단체협약 적용률은 90%가 넘는다.
셋째, 법정 최저임금 미달 자가 222만명(전체 노동자의 11.5%)이고, 법정 초과근로 한도인 주52시간을 초과해서 탈법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357만명(19.0%)이고, 10대 재벌 불법 파견근로자가 40만명(30.7%)이다. 3대 불법만 일소해도 노동자들의 삶은 개선될 수 있다. 최저임금 미달 자들이 못 받은 돈만 받아내도 연간 5조원이 넘는다.
정부와 여당은 ①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②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관리전문직, 뿌리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③ 주52시간 상한제를 주60시간 상한제로 연장하고, ④ 저성과자 일반해고 제도를 도입하고, 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를 추진했다. 이건 노동시장 개혁(改革)이 아니다.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늘리고, 노동조건을 쉽게 깎는’ 노동시장 개악(改惡)일 뿐이다.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이란 슬로건으로 집약되는 또 하나의 ‘재벌 퍼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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