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얽힌 매듭은 여기서 풀고 가자(공무원U신문, 2012.08.23)

전국공무원노조에서 발간하는 공무원U신문에 실린 칼럼입니다. 10월 20일 전국공무원노조가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총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총회를 계기로 전국공무원노조가 법외노조를 탈피하고, 해직자의 복직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얽힌 매듭은 여기서 풀고 가자

노광표(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공무원노조가 설립된 지 벌써 10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공무원노사관계에는 이 말도 통용되지 않는다.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전국공무원노조는 아직도 법외노조 신분이고, 노사관계를 가름하는 단체교섭은 불구화된 채 임금교섭 한번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법 제정 목표가 노사관계의 제도화라 할 때, 공무원노사관계를 주도한 정부 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무원노사관계를 옭아매고 있는 낡은 관습과 제도적인 틀을 바꾸어야 한다. 무엇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 것인가? 복잡한 처방전이 제시되고 있지만 길은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공무원노사관계 정상화의 길은 노정간의 신뢰회복을 위한 과거 청산과 국제기준에 맞는 공무원노조법의 개정에 있다.
첫째, 해직자의 원직복직이다. 지난 10년간 공무원노조활동 중 해직된 공무원은 138명, 징계자는 약 4,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징계 및 해고는 대부분 공무원노조법 제정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며, 공직사회 개혁과 공무원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형식적인 법의 잣대가 아닌 특별법 제정을 통해 ‘해직공무원의 원직복직과 징계자의 원상회복’이 필요하다. 10년이라는 강요된 해직의 아픔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도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해직자 원직복직에 나서야 하며,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치권의 역할도 필요하다. 해직자의 원직복직을 통한 노사간 신뢰 회복은 공무원노사관계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둘째, 노사간 경기 규칙인 공무원노조법의 개정이다. 공무원노사관계가 민간부문노사관계와 구분되는 특징 중 하나는 사용자가 정부라는 점이다. 정부는 모범사용자(model employer)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공무원노사관계에서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손과 발을 묶어 놓고, 심판도 보고 경기도 한다. 규칙이 공정해야 경기 결과에 모두가 수긍한다. 공무원노조법은 사용자인 정부가 언제든지 자신의 책임을 벗어날 수 있도록 만든 불공정성이 가장 큰 문제이다. 공무원노조법은 단체행동권 보장은 별도로 하더라도,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장에 있어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직장협의회 조직과도 차별성이 크지 않다. 공무원노조법의 문제점으로 누누이 지적되어 왔던 ‘노조 가입 범위’,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 ‘교섭의제’의 과도한 규제 그리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처벌, 분쟁 조정 방식 등은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물론, 공무원노조법 개정이전에 선행할 조치는 전국공무원노조의 인정이다.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한 설립신고반려 조치는 ILO 등 국제기구의 권고조차 무시하는 국제적인 망신이다.
셋째, 단체교섭를 정상화하여 공무원노사관계의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공무원노조 합법화의 취지는 공무원사회의 갈등 요인을 단체교섭을 통해 노사간 자주적으로 해결하라는 취지이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들은 2007년 중앙단체협약을 한번 체결한 이후 어떤 교섭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갈등 요인의 제도적 해결 방안인 단체교섭이 작동하지 않으면, 길거리의 집회와 투쟁은 노조의 대항수단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법으로 보장된 단체교섭이 추진되지 않음으로써 공무원노사관계는 사실상 절름발이 상태에 놓여 있다. 단체교섭으로 결정할 공무원의 임금도, 각종 수당의 현실화도, 5,6급 근속승진도, 공무원직종개편 방안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2012년 공무원노사관계는 공무원노조 없는 2000년 초반으로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단체교섭의 정상화야말로 공무원노동자의 노동기본권 획득의 징표가 될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가 10월 20일, 공직사회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한 총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노조의 주된 요구사항은 ‘노조 설립신고 쟁취, 해직자 원직복직, 정치 표현의 자유 쟁취, 단체교섭을 통한 임금 결정” 등으로 집약된다. 공무원노조가 허용되면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 쟁취를 위해 공무원노조가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공무원노조 지부를 방문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총회인데 조합원의 과반수인 6만 명이 참여할 수 있나?, 서울에서 집회 한번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어!” 현장의 우려가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첫 걸음도 내 딛지 않고, 공무노동자의 염원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이것이 지난 세월 노동운동이 주는 냉정한 교훈이다. 권력교체기, 공무원노조의 요구가 사회적 의제로 부상할 수 있는 힘의 결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공무원노조는 한국사회의 희망으로 거듭나야 한다. 공무원노조는 국가부문의 비민주성을 타파하고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행정의 호응성을 높이고, 무너져 내리는 공공성의 담지자가 되어야 한다. 10.20일 총회가 공무노동자의 권리 회복과 한국 사회 개혁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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