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분수효과와 최저임금 인상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조선·해운·건설·철강 등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인력감축이 다반사로 진행되어 일자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는 경남지역은 실업률이 지난해 4월 2.5%에서 올해 4월 3.2%로 2000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불황은 내수침체로 연결되어 자영업은 몰락하고, 일자리 수와 함께 질도 떨어뜨린다. 노동자의 소득은 줄어들고, 고용 안정성은 파괴되고 있다.
 
고단한 국민들의 삶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5일 발표된 OECD의 ‘2016년 더 나은 삶의 질 지수(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38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직업·공동체·교육·환경·시민참여·건강·삶의 만족·안전·일과 삶의 균형 등 전체 11개 항목 중 9개에서 지난해보다 순위가 떨어졌다.
 
경제 어려움이 경기순환 탓이라면 1∼2년 후를 기약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은 경기순환 요인과 경제구조의 문제가 중첩되어 있어 대책 마련 시 과거와는 사뭇 다른 접근이 요구된다. 과거의 경제성장 및 산업전략은 그 수명을 다하였다. 과거 한국 경제 발전의 이면에는 압축성장을 이루기 위한 불균형 성장전략과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자리하고 있었다. 불균형 성장전략은 그 과실이 경제 전체에 파급되는 낙수효과를 전제로 한다. 대기업 및 부유층의 소득이 증대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경기가 부양되고, 전체 GDP가 증가하면서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소득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서 효과적이었으나, 이제는 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소득 불균형의 원인 및 결과’라는 보고서에서 낙수효과를 부인하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1980년부터 2012년 사이 159개 국가를 분석한 결과, 상위 20% 계층의 소득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이후 5년간 전체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0.08%포인트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 20% 계층의 소득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같은 기간 경제는 연평균 0.38%포인트씩 성장한다. 상위 계층의 소득 증가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그들만의 잔치로 끝난다. 낙수효과를 전제로 한 경제성장 전략은 거꾸로 불평등의 심화로 나타났다. 2016년 OECD가 발표한 ‘일자리의 질’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소득 불평등도는 0.32로, 조사 대상 33개국 중 이스라엘(0.41), 미국(0.35), 터키(0.34)에 이어 4번째로 높았다.
 
이제 낙수효과를 폐기하고 분수효과(fountain effect)를 꾀해야 한다. 분수효과는 낙수효과와는 반대로, 부유층의 세금은 늘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면 소비 증가를 가져올 것이고, 소비가 증가되면 생산투자로 이어져 이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는 전략이다. IMF도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저소득층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사회 전반에 걸쳐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한다. 또한 하위 계층의 소득을 늘리고 중산층을 유지하는 게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면서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수효과에 집중하라고 권고한다.
 
분수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저임금을 해소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2015년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저임금근로자 비중은 23.5%이다. 미국에 이어 OECD 국가 중 2위로 높은데, OECD 평균은 16.3% 수준이다. 통계청의 ‘2015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 1952만9000명 가운데 월급이 200만원 미만인 사람은 47.4%에 달한다.
 
저임금 해소의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법정 최저임금의 인상이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향상하고 노동시장 내 격차를 해소하여 소득분배 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법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채 2016년 최저임금은 시급 6030원에 머물러 있다. 4·13 총선에서 여야 모두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약속했다. 야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새누리당은 8000~9000원 인상을 말했다. 정치권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올해는 최저임금 현실화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 청년과 비정규직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돈 아닌 인권의 요구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6월 14일자 뉴스토마토(시론)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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