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노동과 함께하는 서울'

* 이 글은 한겨레신문(2015.5.12) '왜냐면' 오피니언란에 필자가 기고한 글입니다.
서울시 노동정책 기본계획과 관련된 의미와 시사점을 중심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첫발 뗀 ‘노동과 함께하는 서울'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서울시가 지방정부 최초로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노동정책과 신설 3년 만의 결실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노동시장과 노동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한 드문 사례로 의미가 적지 않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노동정책은 경제정책과나 일자리정책과에 속해 있는 한 개 팀 수준에서 다루어졌다. 노동문제가 경제정책의 하위 영역 혹은 고용의 한 파트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서울시 노동정책 기본계획은 조례제정, 조직(14명), 정책사업(61개 과제), 예산(연간 517억원), 모니터링(이행평가 체계) 등 노동행정의 기본 골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 또한 고용안정(비정규직 정규직화), 소득향상(생활임금제 시행), 노동시간 단축(시간관리센터 설치), 노동안전(산업재해, 감정노동)과 같은 주요 정책이 모두 망라되어 있다. 중앙정부 및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거버넌스를 통해 노동정책을 펼치겠다는 구상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제도 설계와 집행 그리고 이행 등 정책적 연계성을 높이는 의미 있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노동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중고등학생은 물론 공무원의 ‘노동교육’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동교육을 단순히 노동3권 소개에 그치지 않고 대화와 토론의 참여형 교육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노동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키진 못하더라도 주요 선진국의 시민교육 커리큘럼처럼 노동인권의 감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노동이 시민들의 삶 속에 깊이 녹아들도록 하려는 구상이다.

서울시 노동정책은 중앙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법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취약계층 문제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방정부의 노동정책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고용노동국 신설까지 검토중이다. 포괄적이고 독립적인 노동 전담조직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지자체 사례처럼 노동시간 단축이나 감정노동 가이드라인과 같은 우리 사회의 노동 의제를 선도하길 기대해본다. 지속가능한 노동정책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공론의 장 형성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논의구조 속에서 가능하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정책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모델’을 보여줌으로써 시민들이 스스로 동의하고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노동과 함께 걷는 서울은 이제 그 첫발을 내디뎠다. 시민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목소리들이 만날 때 이 길은 더 탄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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