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명박 정부에는 노동정책이 없다(한겨레신문 2008.2.26)

지난주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이 마무리되었다. 어제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가 있은 지 두어 달밖에 안 되었음에도, 이명박 정부에 걸었던 국민의 기대와 희망은 빠른 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혹시나 하던 기대는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바뀌고,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되고 있다.

인수위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 통일부 폐지, 고교 영어 몰입교육 등 메가톤급 이슈를 잇달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이슈는 외환위기 이후 갈수록 어려워지는 서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부작용만 초래했다. 그러면서도 인수위는 정작 서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문제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고속철도, 이랜드, 코스콤 등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해를 넘겨도 이들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5일 인수위는 이명박 정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대통령 선거 때 일자리 공약 가운데 ‘7% 성장과 300만개 일자리 창출’은 192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청년실업을 절반으로 줄이고,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준수, 사회보험 적용대상 확대 등)하겠다던 공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새로운 노사문화 창조, 무파업 실적에 따른 지방교부세 차등 지원 같은 허구적인 노사협조주의 강화 방안이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7% 성장과 300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空約)으로 판명난 지 오래다. 설령 7% 성장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자원배분의 왜곡으로 물가상승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일자리가 300만개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늘어나는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가 될 것이다. 설령 한반도 대운하 건설로 일자리가 잠시 늘어난다 하더라도 그것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이주노동자들의 일자리이지, 이 땅의 대졸 청년층 일자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이 나라 국민으로서 똑같이 희망을 나눌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인권을 신장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사회통합적 노동정책을 마련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법정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190만명이나 되는데도,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탈법 행위를 근절할 방안을 마련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노동정책에는 철저한 무관심과 무시, 모르쇠와 배제로 일관해 온 것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는 ‘성장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말고는 노동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성장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는 경제정책일 뿐 노동정책이라 할 수 없다. 사회통합적 노동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은 노동자의 이익과 권리를 배제한 채 기업가와 땅부자를 위한 정책으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한 가닥 희망은 갖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서민경제 살리기도 이 땅의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생활상태가 개선될 때 가능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인 ‘국가는 간접 사용자로서 노동인권을 신장할 책무가 있다’는 사실부터 자각해야 할 것이며, 지금부터라도 실사구시하는 자세로 사회 통합적 노동정책과 일자리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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