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랜드사태를보며(한겨레신문 2007.8.28)

요즈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많은 기업이 소비자 만족을 넘어서서 고객감동을 이야기하고,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7월 기간제 보호법이 시행되자,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는 기간제 보호법을 넘어서서, 비정규직 5천명을 전원 정규직화하기로 결정했다. 윤리경영과 사원만족 경영에 역점을 두고 내린 결정으로, 연간 150억원이 든다고 한다.

이에 비해 같은 유통업체인 이랜드는 기간제 계약을 해지하고 업무를 외주화했다. 이것은 외주·용역에 무방비 상태인 기간제 보호법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어서, 이랜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원인으로 작용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이랜드 매장 봉쇄와 불매운동, 생계비 지원을 결의했고,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들은 ‘나쁜 기업’ 이랜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노총도 “이랜드 노조 투쟁은 비정규 보호법의 악용사례를 막아내는 상징적인 싸움이자 법의 연착륙과 입법 취지를 재확인하는 싸움”이라며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게 된다. 신세계와 이랜드 둘 중 어느 쪽이, 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합리적 선택을 한 것일까? 신세계는 정규직화 비용의 몇 배에 이르는 기업이미지 제고 효과가 난 데 비해, 이랜드는 수십, 수백 배의 기업이미지 실추 효과가 발생한 것은 아닐까? 자산총계 5조4천억원, 매출액 2조7천억원, 당기순이익 1천억원의 이랜드가, 신세계처럼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화할 수는 없었을까? 작은 것에 눈이 어두워 큰 것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노사관계 이론 가운데 전략적 선택 이론은 환경요인보다는 행위주체 특히 최고 경영자의 전략적 선택과 대응을 중시한다. 지금까지 경과로 볼 때 앞으로 이랜드 경영진이 취할 전략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손해 볼 만큼 봤다. 노조와 타협은 없다. 갈 데까지 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만약 이런 전략을 고수한다면, 추석 대목을 앞둔 매장에서 영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 대립적 노사관계를 극복할 가능성은 사라질 것이며, 기업 이미지를 회복할 기회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노조의 요구를 넘어서서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화하고, 노사가 함께 손잡고 종업원 만족과 소비자 만족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전략을 선택할 수는 없을까? 종업원 만족과 감동은 아니더라도, 종업원들이 더는 피눈물 흘리는 일은 없어야, 이랜드의 윤리경영, 나눔경영, 기독경영도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랜드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정작 노동행정의 주무부서인 노동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노사간에 대리전이 되고 있다며, 이랜드 노사의 자율교섭에 맡겨야 한다는 주문이나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외주화를 추진해 온 다른 기업들이 사태 추이를 주목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노사간에 대리전이라는 지적은 옳다. 그러나 바로 그러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 노사에 모든 것을 맡길 것이 아니라 상급단체가 직접 나서야 하고, 노동부도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채 기간제 보호법마저 회피하려 드는 대기업을 위해 공권력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근로기준법 위반부터 척결해야 할 것이며, 외주·용역에 속수무책인 기간제 보호법의 허점을 보완하려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가는 노동인권을 신장할 책무가 있고, 활용 가능한 정책수단과 행정조처는 여전히 많다. 부족한 것은 정책의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