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타임오프 시행, 보완 없인 안 된다(경향신문, 2010.06.26)

[시론] 타임오프 시행, 보완 없인 안 된다(경향신문, 2010.06.26)

노광표(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한국의 16강 진출로 월드컵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러한 열기의 한편에서는 노동자의 1년 농사를 결정짓는 임금·단체교섭이 한창이다. 올 노사교섭은 임금인상 수준을 둘러싼 갈등이 크지 않은 게 특징이다. 경제위기 여파로 지난 2년 동안 대다수 사업장에서 임금이 동결·삭감된 사실에 비추어볼 때 이례적이다. 이는 임금 인상보다 훨씬 절박한 노동조합의 요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 노동조합은 1년 농사의 풍성한 수확보다는, 농사를 계속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기본권과 관련해 노사간 현안으로 떠 오른 ‘타임오프제도’가 그것이다.

노조 옭아매기용 왜곡 법안

새해 벽두 날치기 논란 속에서 통과된 노조법에 따라 7월1일부터는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이 금지되고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도)가 적용된다. 하지만 개정 노조법에 반대하는 노동계는 노사간 협상을 통해 전임자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한다. 반면 정부와 경영계는 “법대로 시행”을 주장하며 이를 노사관계 ‘선진화’(?)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2010년 500인 이상 주요 사업장의 단체교섭은 타임오프제도 시행을 둘러싸고 완전히 꼬여 있는 상태다. 물론 갈등 없이 노사교섭을 마무리한 사업장들도 적잖이 확인된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타결 사업장 그 어느 곳도 투명하지 않다. 일부 기업들은 노동부의 눈치를 보며 노사협상 결과를 감추고 있고, 어떤 사업장은 ‘따로국밥’처럼 이중의 단체협약서를 만드는 편법을 선택한다. 이들 사업장은 그나마 노사관계가 원만한 경우다. 노조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사업장들, 특히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사용자들은 이번 기회를 노조 길들이기, 노사관계 주도권 확보의 계기로 활용한다. 사용자의 공세에 막힌 노동조합들은 더 이상의 교섭은 의미가 없다며 파업을 결의하고 거리 투쟁에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의 7월 총파업은 ‘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 저지 및 타임오프 반대’에 있다.
노동계의 주장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개정 노동법이 절차의 정당성뿐 아니라 내용상 균형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법에 의한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는 국제기준이 아니다. 정부의 주장과는 거꾸로 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 법안은 국제노동기구(ILO)도 반대를 할 정도로 국제기준에 역행하는 법이다.

예정대로 강행땐 갈등만

다음으로, 타임오프제도의 도입 목적이 변질되었다. 원래 타임오프제도의 취지는 노조활동 가운데 회사업무에 관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유급노동시간으로 정당하게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 제도가 노조에 특혜를 주는 것인 양 오도되고 있다. 타임오프제도를 도입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그 최소치를 법으로 정하고 개별 사업장 노사합의를 통해 추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타임오프 최대치를 정해 놓고 그 이상의 노조 활동을 허용하면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또한 노동부의 ‘타임오프 매뉴얼’은 “전임자가 아닌 조합원이 유급 활동을 하려면 계획서를 미리 회사에 통보하고 실제로 시간을 쓸 때 다시 회사 쪽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노조활동의 자율성을 옭아매는 겹겹의 규제 장치다.
노동부가 노사의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면, 기업들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산업현장을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고 간다. 최근 기아차의 노사협상 결렬에서는 일곱 차례나 대화의 문을 닫은 사용자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7월1일, 법 시행 일자가 며칠 남지 않았다. 마주 보고 달리는 노사의 대치 상황을 풀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체없이 산업현장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예견되는 갈등 상황을 외면하는 지금의 노동부는 책임있는 정부의 모습이 아니다. 현 상황의 해법은 설익은 정책의 강행이 아니라 타임오프제도의 ‘선 보완, 후 시행’에 있다. 노·사·정 모두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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