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역주행하는 공공부문 노사관계(경향신문, 2010.02.03)

[시론] 역주행하는 공공부문 노사관계

노광표(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공공부문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심상치 않다. 시국선언 교사와 공무원에 대한 대량 징계, 철도노조의 단체행동 불법화,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일방 해지, 전국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 거부, 민주노동당 가입 및 후원금 제공 교사·공무원의 엄단 방침 등이 그 예다.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은 ‘작은 정부’를 목표로 한 신 공공관리론에 기반해 있다. 이에 따르면 공공부문 노조는 공공부문 비대화의 주범이며, 경쟁과 효율을 거부하는 ‘악의 무리’다.

교사 단결권 부정 선진국 없어

현 정부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공공부문 노조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공공부문이 국민을 위한 공공성의 지킴이가 아닌 권력자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고, 이는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행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닐 테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짚어보자. 우선 교원노조와 공무원노조는 허용되어야 하는가, 아니, 필요한가? 그동안 사회적 합의로 이뤄낸 교사과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이 뿌리째 흔들리는 현 시점에서 솔직한 고백이 사회적 토론을 촉진할 것이다. 공무원·교사의 단결권 보장과 허용은 ‘좌파정부’의 그릇된 정책이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라.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반대로 공공부문 노조에 대한 국민의 차가운 시각도 변화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노동기본권 보장 압력은 거세지고 있다. 참교육과 공직사회 개혁, 그리고 사회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투쟁하는 공공노조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촛불시위’에서 표출됐고, 광폭한 민영화정책의 물줄기를 되돌린 것도 국민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교사와 공무원의 단결권을 부정하는 국가는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소방공무원의 단결권을 보장하라는 국제기구의 권고를 받고 있다.

다음으로,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 및 정당 가입은 ‘국기 문란’ 행위인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우리 사회의 불문율이며 헌법적 규정이다. 그러므로 이를 위반하는 공무원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공식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공무원의 정당 가입 및 정치활동 금지와 동일시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일본도 교사의 개인적 정당 가입이나 후원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존 에번스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 사무총장은 “공무원과 교사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것과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 공무원은 정말 누구인가? 정치적 풍향에 따라 갈지자 걸음을 걷는 고위직 공무원인가, 아니면 정책 결정 권한이 없는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들인가?

하위직 공무원이 정치바람 타나

더 이상 낭비하고 지체할 시간이 없다. 잘못된 법과 원칙의 칼날은 강요된 침묵을 가져올 뿐 노사관계의 발전과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정부는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모범사용자(good employer)의 역할로 돌아가라. 정부가 주장하는 국격이 높은 나라로 나아가자. 대한민국의 국격 향상은 민주주의가 진척되고 경제적으로 성장한, 국민의 인권과 노동자의 노동권이 보장된 사회에서 온다. 올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인 한국이 결사의 자유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87호와 98호도 비준하지 않고 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국기문란 행위자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장하는 공공노조인가, 아니면 ‘한국식 민주주의’라는 지나간 레퍼토리를 되뇌는 정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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