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사·공무원의 정당 가입은 불온한가(경향신문, 2010.05.26)

[시론] 교사·공무원의 정당 가입은 불온한가(경향신문, 2010.05.26)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말살 정책이 최고점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 2년간 정부는 일제고사 거부 교사 파면, 단체협약 무효화와 단체교섭 거부, 노조 규약 불법화, 교원노조 조합원 명단 공개 등 전교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사용 가능한 모든 방법을 쏟아부었다. 그런 공세는 가시적 효과를 거뒀다. 전교조의 조합원 수가 감소했고, 조직의 역량과 활동 역시 과거에 견주어 현저하게 약화된 것처럼 보인다. 공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전교조에 대한 적개심으로 바꾸어놓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다.

검사 기소 근거 중징계 처분 부당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는 전교조를 한방에 보낼 비장의 ‘빨간 카드’를 꺼내들었다. 천안함 사건으로 온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는 시국을 틈타, 전교조 소속 교사 183명을 민주노동당 등의 정당 가입과 후원금 지원 혐의로 파면·해임 등 중징계 처리키로 한 것이다. 이번 대량징계 방침에 대해 전교조는 ‘피의 대학살’이라며 부당성을 지적하고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했고, 정진후 위원장은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번 정당 가입과 후원금 제공 의혹에 대한 교사와 공무원의 대량징계 방침은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힘들다. 먼저, 법원 1심 판결 이전에 검사의 기소만을 근거로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징계의 입증 책임에 배치되는 부당한 조치다. 물론 ‘4대 교원 비리’인 성적조작, 금품수수, 성추행, 폭력 등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 이전에 교단에서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정당에 후원금을 제공한 교사가 성추행 교사보다도 더 위중한 범법자들이란 말인가? 이번 사안은 첨예한 법리적 다툼이 있으며,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그에 합당한 징계 수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징계는 형평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현직 교장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했음에도 형사처벌이나 징계대상이 되지 않았고, 심지어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교원 역시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집권당은 괜찮고 야당은 안된다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법 적용은 인정받을 수 없다. 더군다나 이번 조치는 교원 징계권을 갖고 있는 교육감을 배제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일괄적으로 내린 것으로, 교육자치와 지방자치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중대한 월권행위다. 특히 교육감 선거를 코앞에 둔 상태에서 신임 교육감 임기가 시작되기 전인 6월까지 징계를 마무리하라는 교과부의 지침은 교육자치의 현 주소와 수준을 가늠케 한다.

정치활동 금지하는 나라 없어

하지만 오도된 법치주의와 형평성에 대한 비판을 넘어, 우리가 이번 사태를 통해 곱씹어볼 문제는 무엇이 진정으로 교원 및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가능케 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에 기소된 교사들이 ‘당원 및 후원회원 가입, 당비 및 후원회비 납부’ 등을 금지하는 헌법 제7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기본법 제6조 교육의 중립성을 위반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협소한 실정법 해석은 오히려 실질적인 교원 및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가능성을 옥죈다.

교사 및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곧 정당 가입 및 정치활동 금지라는 등식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낡은 것이다.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 현 정부가 열심히 따라 배우려는 미국도 공무원과 교원이 개인적으로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후원금을 내는 것 등을 제약하지 않는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란 직무수행에 있어서의 정치에 대한 불편부당성과 공정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정당 가입이나 당비 납부 등은 개인의 정치적 자유 영역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를 부정하는 낡고 후진적인 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교원 및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실현하는 길은 오히려 요원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