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용의 질 떨어뜨리는 노동부 일자리 대책

[시론] 고용의 질 떨어뜨리는 노동부 일자리 대책

노광표(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이명박 정부의 업무추진은 속도전이다. 늦장 행정보다야 칭찬받을 일이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국민들의 반대는 아랑곳하지 않은 일방통행 정치가 우선한다. 과거 같으면 연초에 진행되던 부처 업무보고가 세밑까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반환점을 돌아선 집권 후반기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올해 업무보고의 키워드는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라고 한다. 여기에 ‘공정한 사회 실천과제’와 ‘G20 정상회의의 후속과제’가 포함된다. 그래도 ‘공정사회’ 구호가 일회용이 아니라 핵심정책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만 각 부처의 정책이 공정사회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고용 창출을 역설하며 간판까지 바꾼 ‘고용노동부’의 새해 업무보고가 눈에 띈다.

고용노동부의 2011년 업무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이 일하고 일을 통해 함께 잘사는 공정사회 구현”이다. 이를 위해 근무형태를 다양화하여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장시간 근로관행과 제도를 개선하고 “안심일터, 공정일터, 신바람일터” 조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밝혔다. 또한 내년 7월 시행되는 복수노조제도에 대비하여 엄격한 법 집행으로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한다. 노동부의 사업목표는 일자리 창출, 노동시간 단축, 산업재해 감소 등 노동현장의 오랜 요구를 수렴한 것으로, 핵심 정책을 잘 짚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의 진단과는 달리 엉뚱한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방안은 ‘시간제 노동’의 확대다. 그렇지만 결국 시간제 노동의 확대는 비정규직 노동의 확산을 가져올 뿐이다.
우리나라 단시간 노동은 서구와 달리 노동자 스스로 선택한 노동이 아니라 강요된 노동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단시간 노동의 확대는 일자리의 양은 늘릴 수 있지만 일자리의 질을 파괴하여 사회적 갈등을 키울 뿐이다.

또한 정부는 2012년까지 연간 근로시간을 1950시간으로 단축할 것이라 발표했다.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할 정도로 우리의 노동시간은 살인적이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25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766시간)보다 31.7%나 길다. 정부는 장시간 노동의 해결방안으로 근로시간저축휴가제 도입, 재량근로시간제 적용대상과 탄력적 근로시간의 단위기간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추진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노동시간 단축의 지름길은 주 40시간제의 전면 도입, 구조화된 잔업 및 특근 축소에 집중되어야 한다. 생활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한 생산현장의 장시간 노동체제 극복은 헛구호다.

이명박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의 마무리 발언에서 노사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통령의 언급처럼 대립적 노사관계는 참여협력적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기업 편향적 노동정책을 펼치며 신뢰를 잃어왔다. 정부는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중 5개의 추가 비준을 말하지만, 핵심 협약인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장에 관한 협약)와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에 대한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는 언급하지 않는다.
비정규직의 차별 및 처우 개선을 말하면서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의 피맺힌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다. 기업 편향적 노동정책의 전환, 그것이야말로 노사관계 선진화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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