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60세 정년’ 법제화 시급 (경향신문, 2012.09.24)

[시론] ‘60세 정년’ 법제화 시급

노광표(한국 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대선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후보 검증과 공약 토론이 뜨겁다. 최대 이슈로 부상한 양극화 해소와 경제민주화를 위한 여야 유력 후보들의 공약은 장밋빛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도와 재정 확충 방안이 두루뭉술해 속빈 강정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어려운 숙제이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생활수준 향상과 의학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출산율은 급감해 인구 전체의 노령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2000년 340만명이던 노인 인구는 2010년 540만명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773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하면 고령화는 극복할 문제가 아니라 적응해야 할 환경 변화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고령화는 노동시장의 노동인구 총규모 감소와 생산활동 가능 인구 비중 감소를 야기한다. 피할 수 없는 고령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국가경제와 우리네 삶에 시나브로 드리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지난 9월11일 ‘2060년 미래 한국을 위한 중장기 적정인구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 이하로 정년을 설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업에는 정년 연장과 은퇴 후 재고용, 정년 폐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정년제를 연령 차별로 간주해 폐지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의 정년 연장 방침은 공적연금으로 노후소득을 보장받지 못한 채 직장을 떠나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대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년 연장 방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제도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정년 연장을 미래가 아닌 현실의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공무원도 정년이 60세로 연장됐다. 민간부문 정년은 보통 58세이나 실제 평균 퇴직 연령은 이보다 5년 빠른 53세다. 그런데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현재 60세에서 2033년 65세로 높아진다. 이렇듯 점점 벌어지는 정년과 연금 수령 시기의 간극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한편에선 정년 연장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대 간 일자리 대체 관계 주장은 일자리 총량이 고정되어 있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고령자 고용 확대가 갖고 있는 경쟁력 제고 및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도외시한 주장이다.
다음으로, 정년제를 적용받는 근로자 수가 제한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정년제를 적용받는 근로자 수는 300만명 정도이며, 이직이나 강제퇴직 등을 고려하면 정년까지 근무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정년 연장 방침은 이른바 핵심 노동자들에게 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그렇지만 정년제도의 변화 자체가 정년에 대한 전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년제도는 유용한 노동력을 사장시키고,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를 차별하므로 폐지가 정답이다. 그러나 당장 정년을 폐지하면 고용불안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선 정년 연장을 하고 그 다음 폐지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는 60세 정년을 법제화해야 한다. 헌법 32조는 다음과 같이 명령한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노후생활의 보장은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시혜가 아닌 의무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좋은 일자리’의 유지와 창출은 최대 쟁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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