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시간제 일자리 취재요청에 대한 답변

월간지 인턴기자 취재요청과 관련해 작성한 답변지

0.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기본 입장

- 원래 취지대로 일-가정 양립, 경력 개발 등을 위해 기존 전일제 근로자의 '노동시간 단축 청구권'을 보장하는 것은 근로자의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진전된 조치라 할 수 있음. 그리고 육아기에 있는 경력단절자나 은퇴 전후의 고령자들에게 적합한 새로운 직무를 개발하고, 이들을 시간제로 채용하는 것 역시 노동 수요자(기업)에게 요구되는 일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일 것임.

- 그러나 지금 박근혜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은 문제가 있음. 첫째, 정책 목표에 있어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양적인 측면에만 초점이 두어져 있고, 둘째, 추진 과정에 있어 공무원, 교사, 공공기관 신규 채용 시 일정비율을 의무적으로 시간제로 채용토록 하는 방향에만 중점이 두어져 있음.

: 첫째, 양적인 목표 충족만 우선시하여 시간선택제 채용 시 대상(경력단절자, 고령자 등)을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심각해진 청년실업률 문제로 인해-) 청년층이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거 유입되어 시간선택제가 "질 낮은 비정규 일자리"로 귀결될 위험이 있음. 경력단절자나 고령자 등은 생계보조자일 경우가 많은 반면, 청년층은 장기적으로 생계부양자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기대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고 있기 때문임. 생계부양자로서 책임이 있는 이에게 (우리나라처럼 사회보장이 뒤받침되지 않는 조건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없음. 생계부양과 장기근속이 가능하지 않음.

: 둘째, 공공부문 의무채용 강행 방침의 경우, 엄밀한 수요조사나 직무재설계 등을 거치지 않은 채 할당량부터 세워놓고 추진되고 있음. 1998년 경제위기 이후 공공부문에서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보조 업무는 대부분 외주화된 상태이며, 핵심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은 시간외근로를 전제로 하는 장시간 노동과정에 적응한 상태임. 이런 조건에서는 시간선택제에 적합한 직무를 찾아내기 쉽지 않으며, 때문에 조직 내에 힘이 약한(=종사자 숫자가 적은) 전일제 직무를 쪼개는 방식으로 할당량을 채우려 할 수 있음(실제 몇몇 공공기관에서 그런 사례가 발생했음.) 또한 현재 박근혜정부는 기획재정부가 예산편성지침을 통해 정하는 공공부문의 정원과 총액인건비를 증대하지 않고 시간선택제를 늘리려고 하고 있음. 이는 정책 변화에 따르는 유무형적인 비용을 기관과 근로자에게만 전가하는 방식임.

: 때문에 공공부문 의무채용 정책이 몇 년간 지속돼 시간선택제 근로자가 공공부문에서 일정 비율을 차지하게 되면, 이들 중 일부는 복수노조를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전일제 전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할 것임(현재 정부 방침으로는 시간선택제로 채용된 이가 전일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경쟁적 신규 채용 과정을 거쳐야 함.). 이는 과거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라 대거 양산된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이 노조를 만들어 무기계약직화된 전례에 따르는 것이며, 사회적 비용과 당사자의 희생을 상대적으로 크게 야기할 수 있는 방식임.

- 시간선택제 정책이 원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양적인 목표보다는 질적인 목표(일-가정 양립, 근로자의 경력개발 등)를 우선시해야 하며, 이를 위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유관 정책들이 입체적으로 구성되어야 함(예컨대 장시간근로 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 그렇지 못할 경우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됐던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정책'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음. 현재 박근혜정부는 시간선택제 정책과 거의 비슷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대한 평가를 제시하지 않은 채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5월30일 맺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협약"의 정신을 무시하고 당사자 간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음.

- 시간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첫째, 기존 전일제 근로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청구권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둘째, 기존 시간제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함. 현재 시간제 근로자 중 약 30%가 최저임금 미달자임.

1. 시간제 일자리가 전일제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의견에 대한 설명?

- 그보다는 2017년까지 93만 개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가 허황하다는 것임. 첫째, 통계청 경활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시간제 일자리가 약 100만 개 늘어났음. 간접인건비 조금 지원해준다고 그에 절반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거의 비슷한 시간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 목표를 세우는 것은 노동시장 논리에도 어긋남. 둘째, 11월13일 발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계획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 2017년까지 강제할당을 통해 창출할 시간선택제 일자리 숫자는 채 2만 개가 되지 못함. 나머지는 민간에서 창출되어야 한다는 건데, 올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람회로 채용된 규모도(정확히는 모르겠지만) 10만 명이 안 될 것임. 정부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 연간 20만 개는 창출되어야 하는데, 노동시장에서 정책적 개입 없이 만들어지는 시간제일자리의 규모까지 고려하더라도, 정부의 양적인 목표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미지수임.

: 이런 조건에서 정부가 양적인 목표 달성을 강행할 경우, 최소한 정부 영향력을 받는 기관에서는 멀쩡한 전일제 일자리를 쪼개서 숫자를 채우려 할 수 있음. 실제 몇몇 공공기관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음.

2. 삼성은 2년 계약직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냉소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현실적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상용직(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 일자리에 가까운 것이라는 점을 잘 고려한 조치라고 생각함.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2년 안에 그만두는 이들이 꽤 많을 것임. 처음부터 상용직으로 채용할 경우 상당수가 추후 전일제 전환을 바라게 될 텐데, 기업 측에서는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는 정책에 호응해서 벌인 '전시행정' 때문에 너무 큰 부담을 지기는 싫을 것임.

3. 대기업 시간선택제 일자리 어떤 식으로 시행해야 할지?

우리나라 기업들의 노동과정과 인사관행은 시간외근로를 당연시하는 장시간근로에 기반해 있음. 시간선택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가기 위한 정책적 입장이 전제되어야 하고, 근로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과 입체적으로 연결되어야 함. 또한 출산, 육아, 양육 비용을 사회화하고 국가가 책임지려고 하는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시간선택제가 제기되어야 함. 역설적으로 육아나 양육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당장 내 월급에서 나가는 상황에서는 근로시간을 줄이고 싶어도 줄이기가 어려울 수 있음. 오히려 시간외수당이라도 더 받아 와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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