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정규직 해법에 웬 동문서답?(한겨레신문 2007.12.6)

비정규직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한 지도 벌써 10여년이 흘렀다. 외환위기의 칼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경기가 회복되자 하나둘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아니,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전인 1990년대 중반부터 비정규직은 늘어났다. 김영삼 정부의 노동정책 제1과제였던 ‘노동시장 유연화’가 그 시발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건, 99년 3월 임시 일용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있고 나서다.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 당시, 대선 후보 모두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선 노동현실을 앞다퉈 얘기했다. ‘비정규직 남용규제와 차별금지’는 노동부문 최대 공약으로 떠올랐고,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던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2003년 2월 참여정부가 출범하자 비정규직들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더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될 미래’를 꿈꾸었다. 이에 부응하듯 참여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비정규직 법안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기대는 얼마 안 가 실망으로 되돌아왔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 증가는 오히려 공공부문이 주도했고, 노동부에서 마련한 비정규직 법안은 “없느니만 못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 7월부터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랜드 사태가 보여주듯 우려했던 일들은 현실이 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02년에는 772만명이던 비정규직이 올해는 861만명으로, 5년 새 90만명 늘어났다. 정규직 월급은 182만원에서 239만원으로 57만원 증가했지만, 비정규직 월급은 96만원에서 120만원으로 24만원밖에 오르지 않아,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는 100 대 50으로 확대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법정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사람이 189만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179만명이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다. 비정규직 5명 중 1명은 최저임금도 못받고 있다.

이처럼 참여정부 성적표가 참담한 것은, 성장 제일주의와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잘못된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을 바로잡지 못한 채, 이에 휩쓸려 갔기 때문이다. 이용 가능한 정책수단을 최대한 동원해서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는 길을 택하지 않고, 그나마 추진하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비정규직 법안마저 있으나마나 한 대책과 법률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금년 대선은 정책선거가 실종되었다고들 한다. 권영길·문국현 후보를 제외하면 유력 후보들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하는 후보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이른바 ‘빅3’ 후보들은 비정규직 해법을 묻는 질문에 “성장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가 최고의 복지”라고 주장한다든지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얘기나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한 해를 빼면 우리 경제는 계속 성장해 왔고, 98년과 2003년 두 해를 빼면 일자리는 계속 늘어났다. 2000년 이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5.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서른 나라 중에서 아일랜드 다음으로 높다. 일본은 1.7%이고 미국은 2.6%인데, 우리는 두 배, 세 배 높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2000년 이후 취업자는 매년 1.9%씩 증가했음에도 늘어난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였고, 노동시장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5년 전 비정규직들은 “눈물을 닦아 주겠다”는 공약에 가슴이라도 설렜다. 그렇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아예 희망조차 품을 수 없다. 이제 “잃어버린 10년”을 넘어서서 “잃어버린 15년”을 살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