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이 실업대책?(한겨레신문 2008.11.18)

경제 살리기를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 1년이 가까워져 온다. 그의 경제 성적표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747 비행기는 이륙도 못한 채 ‘주가지수 하한선’이냐는 비아냥거림 대상이 된 지 오래고, 한 해 일자리 60만개 공약은 참여정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만개로 뚝 떨어졌다. 경기침체로 민간부문 일자리가 줄어들면 공공부문이라도 일자리를 늘려야 할 터인데, 허구한 날 공공부문 구조조정 타령이니 일자리가 늘어날 턱이 없다.

올봄부터 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일자리가 줄었다는 얘기가 기획재정부에서 솔솔 나오더니, 요즘엔 실업대책 일환으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겠단다. 비정규직 사용이 자유로워야 일자리가 늘고 실업자가 줄어든단다. 평소 재계 이익을 대변하던 경제지와 조·중·동은 일제히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든가 아예 없애라고 편들고 나섰다.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해 일자리를 잃게 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서란다.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꼴이다.

정책 평가와 대책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최근 비정규직 추이를 보면 과거와 다른 특징이 발견된다. 꾸준히 늘던 비정규직이 지난해 3월 879만명을 정점으로 올 8월에는 840만명으로 1년 반 사이 39만명 줄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비정규직 일자리가 줄었다는 주장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것은 동전의 한쪽 면만 본 것이다. 같은 기간 정규직은 695만명에서 771만명으로 76만명 늘었다. 이는 줄어든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부분 정규직 일자리로 전환했고,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리면 그만큼 정규직 전환 효과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노동부는 지난 5월 1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고용실태 및 대응계획을 조사했다. 9월에는 10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했다. 두 조사 모두 기업의 3분의 2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 응답했고, 기업주와 비정규직 모두 과반수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단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조사 따로, 정책 따로’인지, 비정규직보호법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던 노동부가 요즘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기획재정부 주장을 따라 하기 바쁘다.

많은 전문가가 앞으로 고용사정의 악화를 전망한다. 대량실업이 불가피하고 그 기간도 오래갈 것으로 본다. 고용사정이 악화되면 기업은 사용기간이 2년이든 4년이든 비정규직부터 줄이려 들 것이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린다고 일자리가 늘거나 실업자가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은 정규직 전환 효과를 없앨 것이고, 언젠가 경기가 회복될 때는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덴마크에서 실업자는 4년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생산직은 실직 전 임금의 70%를 실업급여로 받고, 저소득층은 순소득 대체율이 90%에 이른다. 이쯤 되면 노동자들이 실직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2400만 취업자, 1600만 노동자 가운데, 900만명만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3~8개월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실직 전 임금의 50%를 실업급여로 받고, 실제임금 대체율은 30%가 안 된다. 이래서는 다가오는 대량실업 사태에 대처할 수 없다. 실업급여 지급 대상을 넓히고, 지급 기간을 늘리고, 지급 금액을 높여야 한다. 부자들에겐 매년 수조원씩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기간이나 늘리고 실업대책 예산으로 고작 1조원을 추가 책정하겠다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