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벼룩의 간을 빼 먹어라(한겨레신문 2008.12.11)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사회통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노동정책은 사회통합은커녕 노동자 배제를 노골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일자리가 모자라는 터에 공기업 인력을 10%씩 줄인다고 하질 않나, 비정규직 남용을 막고 정규직 전환을 장려해도 시원찮을 터에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겠다고 하지를 않나.

엊그제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서 예순 살 이상 고령자 최저임금을 10% 깎고, 복리후생비인 숙박비와 식대를 임금에서 공제하고, 수습기간을 석 달에서 여섯 달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가히 엽기적이다. 지역차별을 심화시킨다며 여론의 집중타를 받은 ‘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이 빠진 것을 빼면 지난달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용과 다를 게 없다.

올 8월 현재 예순 살 이상 고령자는 711만명이고 취업자는 272만명이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인 고령 노동자는 101만명이고,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게을리해서 최저임금을 못 받는 사람이 43만이다. 정부·여당의 개정안대로 고령자 최저임금을 10% 깎는다면 9만명 가량 임금이 줄어든다. 적게는 100원에서 많게는 8만원까지 깎일 터이니, 평균 4만원씩 깎인다고 가정하더라도, 한 달에 36억원, 한 해 432억원의 임금이 줄어든다. 부자들을 위해서라면 수십조원의 감세도 마다지 않는 이명박 정부가, 이제는 예순 살 이상 노인들 호주머니마저 털겠다니, 어찌 이리 쫀쫀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로, 우리나라 노인가구 빈곤율은 45%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노인복지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가족 중심의 부양문화가 빠른 속도로 해체되고 혼자 사는 노인 가구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 터에 최저임금마저 깎겠다니, 노인 가구 빈곤율은 더 악화될 터이다.

노동부는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고용안정을 위한 조처이지 최저임금을 깎자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만약 그렇다면 최저임금법을 개정할 이유가 없다. 노동부는 작년 한 해 고용보험기금 11조원 가운데, 고용안정·직업능력 개발사업에 2조원, 실업급여에 2조7천억원을 지출하고, 6조1천억원을 여유자금으로 운용했다. 고령자 고용촉진 장려금으로는 409억원을 지출한 게 전부다. 노동부 주장대로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고용 안정이 취지라면, 고용촉진 장려금 제도를 손질해서 고령자 채용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된다. 게다가 예순 살 이상 고령자에게 최저임금 감액 적용은 명백한 나이 차별이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노동자의 기본권을 신장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공공부문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엔 5.15달러, 올해엔 6.55달러, 내년에는 7.25달러인 최저임금을 2011년까지 9.5달러로 인상하겠단다. 지난해에는 31%밖에 되지 않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2011년에는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푼이라도 더 지원해서 소비를 촉진해야 내수가 증진되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임금마저 깎겠다니”라는 항변을 들으면서, 정부와 여당이 굳이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더는 노인들 가슴에 못박지 말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쓰레기통에 내버리기 바란다. 그런 뒤에 앞으로 경제위기 국면에서, 그리고 이명박 정부 남은 4년 동안 해야 할 노동정책이 과연 무엇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