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고용노동정책

박근혜정부의 고용노동정책  

 

노광표(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박근혜정부가 2월 25일 출범하였다.

무릇 정부 출범 초에는 기대감도 높고, 반대자들도 비판을 자제하는 허니문 기간이 있지만, 이번은 영 딴판이다. 기대가 너무 큰 탓인가 아니면 박근혜정부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인가? 인수위 운영이나 장관 인선의 파행을 보면서 준비된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MB정부와 단절하고 합리적 보수 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작은 기대는 어느 곳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대선의 핵심 공약들은 손바닥 뒤집듯 변경되었다. 65살 이상 어르신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급여화 등은 잘못 알려진 정책이라고 국민을 탓한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충이라는 시대정신은 다시 후순위 정책으로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토사구팽된 ‘경제민주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월 21일 41일간의 인수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박근혜정부 5년의 국정비전과 국정목표를 담은 14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대통령 선거에서 첫번째 국정목표로 제시되었던 “경제민주화”는 222쪽에 달하는 자료집 전체에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개혁 정책들은 두루뭉술하게 언급되거나 그 비중이 약화되었고, 일부 정책들은 설명도 없이 폐기되었다.

선거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것은 이번 정부만은 아니나, 이번에는 정책의 핵심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시도되었던 보수 개혁정책들이 원 상태로 되돌아감을 의미한다. 경제민주화로 표상되었던 재벌정책, 이와 연계된 노동개혁 그리고 빈부격차와 노동양극화를 해소할 경제, 노동정책은 희미한 윤곽만 남은 양상이다. ‘고용’에 방점 둔 노동정책 2010년 노동부의 명칭이 ‘고용노동부’로 변경되면서 부서 정책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로 바뀌었다. 이 흐름은 박근혜정부에서도 그대로 계승된다.

박근혜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의 핵심은 ‘70%의 고용율’ 달성이고, 그 내용은 ‘늘지오’ 정책이다.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일자리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구조화된 청년실업과 일자리 축소에 직면한 우리의 고용환경에서 ‘고용율’을 높이기는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고용친화적 정부정책을 위한 고용영향평가제 강화’, ‘청년 창업과 벤처 활성화, 고령친화산업 육성, 서비스산업의 전략적 육성기반 구축’ 등 세부 방안은 MB정부와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2002년 이후 64%에 머물고 있는 고용율을 70%로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창조경제’, ‘융합경제’의 실현 등 추상적 단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중소기업과 청년, 여성의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용율 70%는 MB정부의 ‘747’ 정책처럼 헛 공약이 될 것이다.

고용율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임기 5년 동안 240만개의 일자리를, 매년 4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MB정부처럼 단기 일자리 창출에만 집중하면 고용율은 높일 수 있지만 그 일자리는 계약직, 용역, 사내하청 등 나쁜 일자리로 연계된다.

노동 ‘배제’에서 노동 ‘지우기’ MB정부 노동정책이 노동 배제였다면 박근혜정부에서 ‘노동’은 실체없는 그림자와 같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노동’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복지는 강조하지만, 노동과 복지가 수레바퀴처럼 함께 굴러가야 할 관계임을 부정한다. 박정부의 노동정책 골간은 노사협조주의의 강요, 집단적노사관계의 불인정으로 요약된다. 이는 예단이 아닌 대통령의 발언이다.

첫째, 노사자율 원칙이다. 노사자율은 노사관계의 지향점이지만, 균형추가 사용자에게 심하게 기운 우리 노사관계의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 노사관계의 균형추를 바로 잡기 위한 정부 역할를 부정한다. 10%의 낮은 조직율, 노조 배제적 경영관, 친기업적 노동관계법 등은 노사자율을 가로 막는 요인이다.

둘째, 불법투쟁 근절과 법질서 존중이다. 법치를 통해 사회 안정과 질서를 확립한다는 주장은 노사관계뿐 아니라 사회갈등에 대한 박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노동자의 단체행동이 불법파업이 되고, 불법파업은 다시 손해배상소송, 해고 및 구속으로 연결되는 현실을 외면한 처사이다.

셋째, 민주노총 배제와 한국형 노사관계의 정립이다. 박대통령은 한국형 노사관계 모델을 언급하면서 “정부는 고용·복지를 책임지고 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노동조합은 생산성 향상과 임금 안정을 위해 협력하는 대타협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노동조합을 사회적 대화를 위한 파트너가 아닌 경제성장의 하위 파트너십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 대상 중 ‘민주노총’은 배제되어 있다. 

 

축소된 노동 ‘공약’

박정부의 노동 무시 정책은 인수위의 국정과제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국정과제 140개 중 일자리 관련 사항은 20개 안팎에 달하지만, 노사관계를 직접 언급한 부분은 단 하나에 불과하다. 대선기간에 박후보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60세 정년 법제화, 사회적 대화 촉진’ 등 그 동안 노사관계의 주요 쟁점 사안들의 전향적 해결을 약속하였다. 하지만 인수위를 거치면서 박정부의 노동정책은 상당 부문 후퇴하였다.

먼저, 비정규직 차별해소 및 근로자 생활보장이다. 공공기관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사내하도급법) 제정, 최저임금 최저인상률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들 공약들은 ‘앙꼬 빠진 진빵’이 되었다. 대선공약에는 정규직 전환 시점을 2015년으로 명시하였으나 국정과제에는 그 시한이 빠져있고, 월 130만원 미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험·국민연금 보험료 100% 정부 지원은 1/2 지원으로 축소되었다. 또한 최저임금인상 기준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기본적으로 반영하고, 여기에 노동시장 상황을 감안하여 소득분배 조정분을 더한다”고 하였으나, 국정과제에는 “합리적인 최저임금 최저인상률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후퇴하였고, 최저임금제 위반시 징벌적 배상제도는 사라졌다.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법은 도급과 파견의 기준을 모호하게 하고, 불법파견으로 간주되는 고용형태를 합법화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다음으로 노동관계법 개정이다. 박후보는 복수노조 및 근로시간면제제도의 합리적 보완, 60세 정년 법제화,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을 약속하였다. 하지만 60세 정년 법제화는 2017년부터 임금피크제와 연동하는 것으로, 복수노조 및 근로시간면제제도는 노사정의 합의를 전제로 부분 개선할 수 있다로 변경되었다. 노동시간 단축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하도록 근로기준법을 변경하되, 연착륙 방안을 병행 추진하면서 2020년까지 노동시간을 OECD 평균수준으로 단축할 것을 약속하였다. 하지만, 박대통령 임기 말인 2018년 2월의 목표 노동시간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대화이다. 정부는 참여주체 확대, 논의 의제 다양화 등 노사정위원회 개편을 통해 사회적 대화의 국민기구의 추진 및 확대를 제시한다. 하지만 노사정위원회가 확대된 제도 틀을 갖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MB정부의 독선적이고 파행적 운영은 노사정위원회를 껍데기만 남은 식물위원회로 만들었다. 사회적 대화를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노사정위원회는 노사협조주의를 강요하는 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 무엇을 할 것인가?

박정부의 노동공약은 MB정부와 견주어 볼 때 상대적인 개혁성을 갖고 있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실현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회적 대화의 촉진, 정년연장,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등을 약속하였다. 하지만 이들 공약들은 대선이 끝난 후 그 내용이 누락되거나 실현 방도가 분명하지 않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보수정부인 박정부의 구조적 특성을 인식한다면 이들 공약의 이행도 쉽지 않은 상태이다.

 

노동조합운동은 박정부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박정부 스스로 약속한 노동공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그 한계를 뛰어 넘는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그 기본 방향은 노동기본권의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노동 양극화의 해소에 있다 할 것이다. 열려진 정치 공간 속에서 노동의 목소리와 입장을 최대한 관철하면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가로막는 기득권 세력을 포위 고립화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먼저, 국민대통합을 위해 과거 노동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해고자 구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부문노사관계에서 발생한 해직자 문제를 풀어야 한다. 공공부문의 문제 해결은 장기분쟁 사업장 문제 해결의 시그널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둘째, 노동 양극화 해소를 위한 법제도 개선과 근로감독 강화이다. 노동양극화 해소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 해소에서 시작한다. 특히 노동공약에 언급되지 않은 간접고용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불법파견 해소와 비정규직의 차별해소를 위한 근로감독이 대폭 강화되어야한다. 이마트 사태는 정부의 근로감독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반면교사이다.

셋째, 노동관계법 개정이다. 복수노조 단체교섭,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제도, 산별교섭의 촉진 방안 등의 그 내용이다. 노동관계법은 국제기준에 맞게 개정되어야 하며, 국제노동기준의 비준도 이루어져야 한다. ILO협약 제 87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과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의 비준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넷째, 최저임금의 현실화이다. 임금근로자의 과반수가 비정규직이며, 임금은 월평균 150만원에도 못 미친다. 저임금근로자 비중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 노동자 간 임금 격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와 내수 부진 악순환의 주된 요인이다. 최저임금 현실화야말로 양극화 해소의 출발점이며, 임금주도 성장(wage-led growth)으로 가는 디딤돌이다.

다섯째, 사회적 대화 기구의 재구성 및 내실화이다. 노사정위원회 활성 방안으로 많은 처방이 있었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관건은 정부의 노동개혁을 위한 확고한 비전과 의지이다. 현재 노사정위원회는 어떻게 개편하더라도 그 목표를 실현하기 어려운 식물 위원회이다. MB정부 5년, 노사정위원회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반성과 신뢰 회복은 사회적 대화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노동은 정부의 일방적 시혜에 의해 움직이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정부가 협력해야 할 상대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대화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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