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졸초임깎으면일자리가늘어나나?(동아일보 토론마당 2009.3.11)

올해도 어김없이 50만 젊은이가 대학 문을 나선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좋은 꿈도 꿀 만한데 대부분 백수다. 그나마 일자리도 인턴이나 비정규직이기 십상이다. 운 좋게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해도 1년 선배보다 많게는 30%까지 월급이 깎인다. 지독히도 운이 나쁜 세대다.

요즈음 일자리 나누기는 유행어가 되고 있다. 본래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자는 것으로 줄어든 임금을 어떻게 분담할지가 고통 분담의 핵심이다. 그렇지만 노동시간 단축은 온데간데없고 임금 삭감이 빈자리를 대신한다. 임금 삭감으로 일자리를 나누자에서 이번 기회에 임금을 깎자로 본말이 뒤바뀐다. 노사정 3자의 고통 분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노동자가 모든 부담을 짊어진다.

기업이 어려울 땐 임금 삭감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획재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지침에 따라 경영여건이 좋은 공기업과 재벌그룹 대기업이 임금 삭감에 앞장선다. 민간 중소기업은 경영여건 따질 것 없이 임금 삭감부터 따라해야 할 판이다. 임금 삭감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고위직부터 깎는 게 상식이다. 억대 연봉이나 고액 배당자는 절반을 뚝 떼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 그렇지만 사회지도층인 장차관과 국회의원, 대학교수, 공기업과 대기업 임원이 연봉이나 배당금을 절반 뚝 떼어냈다는 얘기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사람들에겐 30%까지 깎으라면서 말이다.

임금을 삭감해서 확보한 재원으로 어떻게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상식대로라면 임금을 삭감한 공기업이나 대기업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게 맞다. 그렇지만 공기업은 있던 일자리마저 줄이면서 인턴만 늘린다. 하위직 중심으로 임금을 삭감하고 그나마도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로 대체한다면 저소득층 가계수지는 더 악화될 것이다. 내수기반이 잠식되면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은 더 어려워진다. 미국과 브라질이 내수 진작책의 하나로 최저임금을 대폭 끌어올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전경련은 대졸 초임 삭감 방침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대졸 초임이 일본보다 높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니다. 한국은 상여금을 포함한 월 임금총액 자료를 사용하면서 일본은 상여금을 뺀 정액급여 자료를 사용했다. 오죽 명분이 없으면 이런 자료마저 동원했을까 연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제 전경련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대졸 초임을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1.3배로 일본 0.6배보다 두 배 높단다. 그러나 같은 자료에서 중국은 2.1배고 미국은 1.2배다. 국민총소득 대비 대졸 초임이 임금수준을 비교하는 지표가 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 다른 나라에선 사용하지도 않는 출처 불명의 수치를 들먹이며 쓸데없이 논란을 벌이는 일은 한국 노사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