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제 해법 어디에 있는가?

노사문제 해법 어디에 있는가?

노사분규 감소에도 불안감은 높아지고

올 임금 단체협약교섭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정부는 노사분쟁이 작년 이래 계속 감소함으로써 노사관계가 안정추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듯 하다. 실제 노사분쟁은 올 9월 현재 115건으로 작년 동기의 247건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근로손실일수가 다소 늘기는 했지만 일부 대기업의 파업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 물론 노사갈등 또는 노정관계 악화의 소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경제가 혼란에 빠질 정도의 노사상황을 예상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분쟁의 심각성이나 노사관계 불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아마 연말 연초의  정세전망에서는 십중팔구 노사관계 안정이 경제회복의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제시될 것이다.

왜 그런가? 노사관계 불안을 우려하고 노사관계 개혁을 외친 것이 어제 오늘이 아닌데도 왜 연례행사 처럼 노사불안이 얘기되고 노사문제 해법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는 것인가?

노사문제 인식에서 나타난 문제들

어느 사회이든 노사문제를 푸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노사 각주체의 이데올로기는 평행선을 긋기 십상인데다가 행동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바꾸기가 그지없이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황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해법은 노사정 모두가 찾지 않을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노사관계 개혁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모순된 논리나 행동들이 발생함으로써 노사관계를 꼬이게 하는 경우를 자주 볼수가 있다. 특히 자본 쪽이나 정부 쪽 주장이 그렇다. 대체로 노사관계 불안정의 원인은 노조에 있으므로 노조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로 치장되어 있다. 물론 노동조합 가운데는 무리한 요구를 내놓은 곳도 있고 투쟁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저지른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를 일반화하여 접근하는 경우 그것은 노동자쪽의 반발을 불러와 문제해법에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사관계 개선을 가로막거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첫째, 개혁의 당위성만을 앞세워 노조를 몰아붙이는 조급함이 매우 심하다. 분명히 경쟁은 국경을 넘어 날로 심해지고 있고 그에 따라 노사관계도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노조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사관계는 오랜동안의 역사적 산물이며 따라서 그 개혁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정부수립후 정부와 자본의 일방적인 억압이 노사관계를 왜곡시켜 왔고 노사간 힘의 균형을 갖춘 것은 겨우 20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노조의 자제를 요구하는 것은 노조에게는 과거 굴종의 시대로 회귀하라는 소리로 들리기 쉽다.

둘째, 노사문제 해결의 명제가 노사안정 만이 살길이고 노동쟁의나 노사분쟁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야말로 자본주의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논리일 수 있다. 모든 자본주의 나라들은 노사대립 갈등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정하고 이를 조정 해결하여 최소화하는데 힘을 들이고 있을 뿐 우리 처럼 노동쟁의를 집단이기주의나 경제파탄의 주범으로 몰아붙이는 예는 앞서간 나라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인식은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는 인식으로 발전하여 공연한 노동자의 불만을 야기하게 된다.

셋째, 경제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노동기본권의 중요성이 무시되는 경향이다. 자본주의체제는 정치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절차민주주의를 전제로 한다. 노동기본권은 국민 일반의 자유로운 인권보장과 함께 자본주의 체제를 성립시키고 유지시키는 명제이다. 따라서 노동기본권 보장은 경제 또는 기업의 성장에 못지 않은 중요한 기준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경제회복 또는 기업살리기를 위해 노동기본권은 양보하거나 희생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널리 유포되어있다. 이러한 편파적 인식과 접근방식으로는 노동조합의 참여와 그에 기초한 노사관계 개혁에 접근할 수가 없다.

넷째, 논리의 비약과 모순이 노동자들의 불신감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쪽과 정부는 노사관계 개혁의 이유로 세계화시대의 경쟁력 강화를 들고 그 필요충분조건으로 노사협력을 제시한다. 그러나 실제는 노조의 자제와 양보를 요구하고 그를 통해 기업을 살리고자 한다. 숱하게 겪었던 구조조정과정에서 정리해고를 경영합리화로 밀고 갔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논리의 모순은 경기회복을 위해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하면서 임금인상 억제를 요구한다든가, 대기업노조의 고용경직성 때문에 비정규직이 늘어난다든가 하는 주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다섯째, 노동정책의 편파성과 모순이다. 노동정책은 노동력의 보존 보호와 힘의 균형을 통한 노사관계의 자율성 구축, 노사간 분쟁의 조정 중재가 그 본령이다. 그러나 역대 노동정책은 자본의 효율성에 집중됨으로써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고 1990년대 이후부터는 사회복지를 확충하는 한편에 노동의 유연화에 기울어지는 모순에 빠져 왔다. 두차례에 걸친 민주정부의 노동정책은 초기 기대와 달리 경제회생에 매달린 나머지 노동의 빈곤화를 핵심 내용으로 한 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 결과는 노동쪽의 정책불신으로 누적되었고 노동개혁에 대한 참여의 의지를 저하시키는데 이르고 말았다. 그토록 정부가 목말라하던 사회적 교섭이 번번히 파탄나고 노사정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한 것은 그 구체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노사문제 해법에 접근하기 위한 조건 

노사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경제상황의 호전, 노동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당사자의 행동 변화 등도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노사관계 또는 노사분쟁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벗어나서는 노사관계 발전을 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전제로 실제 노사문제 해법에 접근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상호 불신인 듯 하다. 특히 노동조합의 사용자 불신은 훨씬 강하고 깊다. 그 뿌리에는 기업의 소유 지배관계에 대한 도덕적 불신과 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의심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기업주가 노동자의 피땀을 기초로 쌓아올린 자산을 대대로 이어받아 소유주 중심의 가족주의적이고 배타적인 기업지배구조하에서 자본을 축적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 점은 국민일반의 높은 기업불신도와 유사하다. 이러한 인식은 특히 재벌기업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거기다가 매년 수천건을 넘는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는 노동자의 불신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노사문제 해법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경영의 분리, 기업의 투명성 제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충실하고 아울러 부당노동행위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부당해고를 막는 제도적 장치가 강구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노동의 유연화정책에서 사회통합적 노동시장정책으로 전환하는것이 요청된다. 노동시장이 안정되지 않고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통합적 노동시장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노동의 확대를 막고 정규직, 비정규직간의 차별을 완화 시정하며 법정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또한 산업별 교섭체제를 촉진하여 임금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고 단체협약 적용을 확대할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들이 필요하다.

이 밖에 노동조합운동진영의 산업별노조체계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기업안에서의 단체교섭과 노동조합운영을 토대로 하여 형성된 기업별노조체계가 퇴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노사관계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별노조체계를 전제로 짜여진 법률과 제도 정책 행정이 전반적으로 재정비되어야 하며 기업의 노무관리체계도 새로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말로만 참여와 협력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경영참가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며 노사분쟁을 공정하고 신속하며 능율적으로 조정 해결하는 노력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노동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 발전시키는 일은 노사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사회발전시민협의회, 개혁시대 2006년 겨울호 VOL 32, 노사문제 해법 어디에 있는가?  「노사분규 감소에도 불안감은 높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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