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동부 왜 이러나?(한겨레신문 2008.10.23)

지난주 국제노동기구(ILO)는 ‘금융세계화 시대의 소득불평등’이란 제목으로 2008년 세계노동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2007년까지 지속된 경기 확장기에 부유층과 빈곤층의 소득 격차가 크게 늘어났다. 최근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로 발생하는 비용은 서민층에 전가될 것이며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소득불평등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 사회 갈등을 야기하고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더 이상 소득불평등을 확대하지 않으려면 국제노동기구가 제안한 좋은 일자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 7일은 국제노동조합총연맹(ICTU)이 정한 ‘좋은 일자리를 위한 세계행동의 날’이었다. 이날 민주노총은 ‘좋은 일자리 지표 OECD 국제비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임금 노동자 비율, 노동시간, 산재사망률, 성별 임금격차, 임시직 비율 등 나쁜 것은 대부분 1등이고, 국제노동협약 비준, 노조조직률, 단체협약 적용률 등 좋은 것은 대부분 꼴등이다. 오이시디 평균보다 나은 것은 실업률뿐인데, 구직활동마저 포기한 실망실업자까지 고려하면 이것도 양호하다 할 수 없다.

같은 날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영희 장관은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 수준에 비해 가파르게 올라갔다”며 최저임금제를 손질할 뜻을 내비쳤다. 도대체 최저임금이 얼마기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일까?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3770원이다. 매주 44시간 만근하고 주휴수당 받으면 한 달 85만원이다. 남들처럼 주 40시간 근무하면 월 79만원이고 주휴수당을 못 받으면 월 66만원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는 한국에서 한 달 월급 85만원에 연봉 천만원이 경제수준에 비해 지나친가?

국제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할 때는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을 사용한다. 유럽연합이 조사한 25개국 평균은 40%로, 아일랜드가 51%로 가장 높고 루마니아가 29%로 가장 낮다. 미국은 32%, 일본은 37%, 영국은 40%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평균은 1만5323원이므로, 한국의 최저임금 비율은 24.6%다. 상용직의 시간당 정액 급여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27.8%로 국제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갔다고 했지 높다고 얘기한 것은 아니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최저임금제가 저임금을 일소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조건을 개선함과 동시에, 임금불평등을 해소하고 소득분배 구조개선에 기여하려면, 최저 임금인상률이 노동자 평균 임금인상률보다 높아야 한다. 1990~2007년 시간당 임금인상률은 평균 10.3%이고 최저 임금인상률도 10.3%다. 최저 임금인상률이 평균 임금인상률을 넘어선 것은 1991년과 1998년, 2001년과 2004년, 2005년과 2007년 여섯 해뿐이다. 나머지 열두 해는 최저 임금인상률이 평균 임금인상률에 못 미친다. 그러다 보니 최저 임금비율은 최저임금제 도입 초기인 1989년 수준에도 못 미친다.

같은 날 언론에서는 노동부가 현재 2년으로 되어 있는 기간제와 파견근로자 사용기간을 3년 또는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업종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재계가 요구하던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며칠 전에는 국정감사가 끝나면 2시간 이내에 곧바로 국정원과 경찰에 국정감사 결과를 보고하라는 내부 문서가 드러나 파행을 겪다가, 노동부 장관이 의원들에게 사과문을 제출한 뒤 국정감사가 정상화되는 웃지 못할 일마저 벌어졌다. 이러다 보니 굳이 노동부가 존재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아냥거림마저 들린다.

중소 영세업체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할 노동부가 이래서는 정말 곤란하다. 이러다가 감사원 꼴 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