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동부 ‘사기극’에 사과는 없다(한겨레신문 시론 2009.9.11)

지난해 가을은 경제위기다 뭐다 해서 온통 세상이 뒤숭숭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지 않으면 올해 7월 100만명이 해고되는 고용대란이 일어난다고 예언했다. 올해가 경제위기라지만 아직 실업자는 100만명이 안 된다. 도대체 법률 조항 하나 때문에 실업자가 100만명 늘어난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얘긴가? 얼마 안 가 ‘7월 한 달’이 ‘7월 이후 1년’으로 바뀌지만 납득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노동부 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100만 고용대란설을 얘기했다. 정부와 여당, 조·중·동과 재계, 관변학자들은 ‘비정규직법을 개정해야 대량해고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강변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비정규직을 생각했는지 눈물이 다 난다.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꼴이다.

노동계에는 비정규직의 아픔을 외면하는 ‘악어의 눈물’이란 비난이 퍼부어졌고, 야당 의원들에겐 ‘실업대란 책임지라’는 협박이 더해졌다.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적반하장이란 고사성어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약속한 7월이 되었다. 그러나 기다리던 고용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가 인원을 관리하는 공공부문에서나 해고 소리가 들릴 뿐, 정작 민간부문에서는 해고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조용한 실업대란’이란 이상야릇한 말이 만들어지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선지 노동부는 계획에도 없던 대규모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조사 결과 발표는 늦춰졌고, 노동부가 혹 떼려다 혹 붙였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장관이 바뀐 다음날인 지난 4일, 노동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7월부터 1년 동안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사람은 38만명이고, 7월 한 달 동안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으로 전환한 사람은 63%이며 계약이 끝난 사람은 37%라는 거다. 계약이 끝난 사람이 모두 해고자는 아니므로, 공공부문을 빼면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해고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조사 결과는 비정규직 보호법의 정규직 전환 효과가 예상보다 크고, 100만 고용대란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가로막기 위한 ‘악어의 눈물’이었음을 입증한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최소한의 사회적 규제장치조차 없기 때문이며, 법률 등 정책수단을 잘 사용하면 비정규직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자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 ‘정규직 전환 37%, 계약 종료 37%, 기타 26%’라 하여 무기계약으로 전환한 사람을 ‘기타’로 분류하고, ‘계약 종료자 및 기타 응답자까지 포함하면 고용불안 규모는 63%에 달하며, 법으로 인한 정규직 전환 효과는 크지 않다’고 강변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결과가 못마땅해선지 노동부는 이번 조사 결과가 신뢰할 수 있는 통계가 아니라고 한다. 노동부는 분기마다 7000여 표본사업체를 대상으로 임금근로시간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이번엔 갑절이나 되는 1만4000여 사업체나 조사해 놓고 신뢰할 수 없다니, 앞으로 뭘 믿으라는 말인가?

100만 고용대란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가로막으려는 대국민 협박이자 사기극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책임지겠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날 노동부 장관이 경질된 것을 책임진 것으로 해석해야 할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 변변한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리는 데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