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에 대한 억측과 진실

한겨레신문(2004/11월 15일)
"왜냐면" 투고 글

공무원노조에 대한 억측과 진실

노광표(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공무원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공무원노조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11. 15일 총파업 방침을 발표하자 정부당국은 파업주동자뿐만 아니라 단순참가자도 공직사회에서 솎아 낼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마치 브레이크 없는 두 열차가 상대방을 향해 돌진하는 양상이다. 정부당국은 말할 것도 없고, 화해할 수 없었던 것처럼 보였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랜만에 한 목소리로 정부 ‘입법안 지지’와 ‘공무원의 집단행동’을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덧붙여 일부언론들은 국민의 불편을 이유로, 공무원노동조합 인정은 시기상조라는 애국적인 충정까지 토로하고 있다. 그야말로 공무원노조는 사면초가, 고립무원의 상태이다.

그렇다면, 파업을 선언하고 투쟁기금 100억원을 모은 14만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왜 국민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철밥통을 박차고 일신의 희생까지 각오하며 싸움에 나서고 있는가? 공무원노조 및 공무원노사관계에 대한 억측과 오해는 합리적 토론을 방해하며 극단론을 부추기고 참여협력적 노사관계를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다.

먼저 공무원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는 일부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합의로 정착된 것이며, 세계화 시대에 다른 나라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꼭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 사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제노동기구(ILO) 가맹 175개 국가 중 공무원노조를 법률로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대만과 한국 두 나라밖에 없다. 한국은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8차례 이상 국제사회의 권고를 받았으며, 2002년 4월 OECD 제100차 ELSAC(고용노동사회문제위원회) 정례회의에서는 공무원노동기본권 문제가 중점 점검사항으로 설정되기도 하였다. 공무원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성격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라는 것은 인권이며 기본권에 관한 문제이다.

정부당국은 이번 ‘공무원노동조합의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안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하나, 단체행동권 보장 문제를 별도로 하더라도 ILO의 권고에 부합하지 않는 법안임을 인정하고 개방적인 토론에 나서야 한다. 정부법안은 조합의 가입대상을 6급이하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는 ‘결사의 자유’ 권리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도 급수로 가입범위를 정하는 경우는 없다. 또한 단체교섭의 대상을 보수, 복지 그 밖의 근무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하여, 정책결정/조직/인사/예산편성 등 관리사항에 대한 공무원노조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역할은 단지 공무원들의 임금, 근로조건 향상에 국한되지 않고,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척결,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더 많은 의미가 부여된다.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민주주의가 더 발전한 국가이다. 일본을 제외하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국가는 그 어디에도 없다.

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 발전과 한국 사회 개혁의 버팀 몫이 될 것이다. 수십년간 동안 해결되지 못한 관료적 시스템과 부정부패의 오명을 깨뜨리고 공무원이 진정한 국민의 봉사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권리가 보장되면 그만큼 책임의식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노조의 외로운 외침에 국민들의 따뜻한 격려와 지지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