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의 장밋빛 꿈과 현실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가 노사관계의 중요 쟁점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4일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그 핵심 방안으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계획을 제시했다. 정부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위해 공공부문에서는 △시간제 공무원의 채용 △시간직제 정원 및 즉시도입가능 직무의 시간제로 전환 등을, 민간부문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보장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한 세제 및 사회보험료의 한시적 지원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의 추가적 활용 등의 추진계획을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가칭)시간제 근로자 보호와 고용촉진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
고용률 70% 달성 열쇠 될까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목표에 대한 노동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고용률 높이기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실행 방안이 ‘시간제 정규직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진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정부는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달성한 높은 고용률의 이면에는 높은 비중의 시간제 노동이 있다며, 우리의 낮은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간제 일자리 확충이 필수적이라 주장한다.

정부가 제시하는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2 고용전망(Employment Outlook)’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중에서 시간제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0.7%로, 네덜란드 37.1%, 영국 24.6%, 독일 21.7%, 일본 20.2% 보다 낮으며, OECD 회원국 평균인 16.6%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러므로 시간제 노동의 비중 확대는 고용률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으며, 현재 149만 명에 머물고 있는 시간제근로자를 2017년까지 242만 명가량으로 늘린다는 계획은 고용률 상승에 꽤 적합한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시간제 일자리, ‘나쁜 일자리’의 표본
고용불안·열악한 근로조건 선결해야

하지만 고용률 상승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새롭게 만들어질 일자리의 질(質)이다. 우리나라에서 시간제 일자리는 비정규 노동을 양산한 주범이며, 열악한 근로조건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통계청의 2013년 3월 기준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자는 175만 7천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1774만 3천 명)의 9.9%이며, 근로조건을 보면 평균근속년수는 1년 6개월로 다른 비정규직의 2년 5개월에 비해 짧으며, 1년 미만이 66.3%를 차지한다. 즉 우리나라의 시간제일자리는 그 대부분이 임시·일용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근로시간이 짧기 때문에 월평균임금도 매우 낮다. 2013년 3월 기준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17만 1천원, 정규직 근로자는 253만 3천원인데, 시간제근로자는 65만 1천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시간제근로자의 근로복지 및 사회보험 가입률도 턱없이 낮다. 퇴직금은 12.0%, 상여금은 17.3%, 시간외수당은 8.6%로 나타났으며, 국민연금 직장가입율은 13.9%, 건강보험은 17.2%, 고용보험은 16.35%였다. 현재의 열악한 시간제근로자들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노동계와 여성계의 비판과 반발을 막을 수 없다.

물론 정부도 노동계의 비판을 일부 수용하여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의 일부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시간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풀타임 근무와 파트타임 근무의 자유로운 이동”이 핵심이라고 설명하면서 시간제 일자리의 소득은 “비용, 시간, 세금, 임금소득세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근무시간이 반으로 줄어도 실질소득은 65% 정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확충 방안은 질(質) 낮은 일자리 확산으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 ‘시간제 일자리=좋은 일자리’라는 표현부터 모순이다. 정부가 모범사례로 이야기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시간제 일자리가 확대된 배경에는 유연한 노동시간제, 고용가족 모델의 변화 등이 배경이었고 정부는 시간제근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전일제근로와 비교하여 임금, 복지, 근로조건 등에 비례성(pro rata)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시간제근로가 더 이상 나쁜 일자리가 아니라고 정부가 말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시간제근로의 현실은 ‘나쁜 일자리’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사용자인 학교에는 약 20만 명의 단시간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은 단기계약으로 고용이 불안하고 월 100만 원도 안 되는 저임금을 받고 있다. 이들의 고용불안과 근로조건을 고려할 때 정부의 반듯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확충하려면 무엇보다도 공공부문부터, 그리고 전일제근로자가 시간제근로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외국의 시간제 노동 사례에 비추어 본 한국의 시간제 노동’ 보고서는 “정규직 시간제로의 전환이 기존 업무상의 지위나 위신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동안 하던 일자리에서 가능한 한 이뤄져야 한다. 시간제 노동으로 전환을 한 근로자에게 일정한 기간이 지나거나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전일제 일자리가 있는 경우 역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고용률 확대 종합 대책 필수
‘반듯한 일자리’ 마련해야

고용률 확대를 위해서는 시간제노동의 확대가 아닌 시간제노동의 불안정성부터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반듯한 정규직 일자리를 공공부문부터 마련하고 이를 민간부문으로 확산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고용률 확대의 출발은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연간 2,090시간(2011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월등히 높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일 뿐 아니라 일자리 나누기를 가로막는 주범이다. 관계법령의 개정을 통해 현재의 주 40시간 근무 제도를 5인 미만 사업장으로까지 확대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초과근로의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 2011년 8월 현재 52시간 초과근로자는 24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의 초과 시간 합계는 2,328만 시간이다. 이들의 초과근로를 일소했을 때 추정되는 추가 고용은 약 45만 명이다.

둘째,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만들기다. OECD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 분야의 고용 비중은 턱없이 낮다. 사회서비스 분야 고용비중은 덴마크 31.3%, 영국 26.9%, 독일 25.0%, 일본 16.0% 인 것에 비해 한국은 12.6%이다. 그런 만큼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2012년 1인 가구 노동자 월 평균 생계비는 151만 원이지만, 2013년의 최저임금인 시간당 4,860원으로는 하루에 8시간 일해도 월급은 100만 원 수준이다.

최저임금의 현실화야말로 시간제노동자들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마지노선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 달 월급으로 120만 원 미만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총 468만 명이다.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일자리의 질을 높여내는 정책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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