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노사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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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노사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

구도희 4,159 2016.08.02 01:06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roh4013@hanmail.net)
 
 
올해 노사갈등 및 노동쟁의의 전개 양상이 심상치 않다. 노동쟁의가 업종이나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전 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업종뿐 아니라 경영실적이 괜찮은 금융보험업에서도 인력 감축을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여름휴가를 앞두고 마무리되거나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올해는 8월 이후 노동쟁의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일 금속노조의 2차 파업, 9월23일 금융 및 공공부문의 총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산업현장의 갈등 심화는 일반 국민들의 현실 인식과 일치한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의 2016년 ‘4차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영자와 노동자 간 갈등 및 노사문제가 가장 심각한 갈등 요인(86.6%)으로 나타났다. 이어 빈부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이 뒤를 잇고 있다. 미래의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기업 입장에서야 선제적인 고용조정과 성과형 임금체계 도입은 불가피한 경영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요구는 더 절박하다. 노동생산성 향상과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외면할 수 있는가. 미래의 기업 성장을 위한 인력 감축에 맞서는 것은 생존권을 지키는 싸움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사 간 태도는 기업의 경영성과에 따라 좌우된다. 경영실적이 좋을 때는 노사가 이익을 나누며 화합하지만, 위기상황에 내몰리면 ‘우리는 한 식구’라는 구호는 간데없고 노사갈등은 극대화한다. 최근 노동쟁의의 확산은 경제의 구조적 위기와 맞닿아 있다. 한국경제는 고(高)성장·저(低)실업에서 저성장·고실업체제로 바뀌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가 짧은 기간의 경제 충격이었다면 현재 위기는 구조적이고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이 0.7%에 그치고,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5년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경기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경제위기의 처방전으로 노사협력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지만, 노사의 양보 등 도덕적인 주문 이상의 대책은 강구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제 구조와 노사관계의 기본 골격을 혁파하지 않는 한 노사갈등은 더 확대되고, 갈등의 순기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불평등 심화와 노동의 양극화라는 두 가지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이의 해결을 위한 성찰적 고민과 사회적 대화가 절실하다. 현재와 같은 재벌체제와 수탈적 원하청관계, 그리고 기업별 교섭의 유지는 모두가 공멸하는 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늦었지만, 과거의 낡은 고용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이다. 노사정 모두 과거의 익숙한 법·제도와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먼저 정부 역할이다. 정부는 더 이상 남 탓 하지 말고 노사관계의 공정한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 경영계의 잘못에 대해서는 한 마디 못하는 정부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귀족노조라 비난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노사정이 대화하자면서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하는 것도, 해직 조합원 몇 명을 꼬투리로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를 법외노조로 내팽개치는 것도 이해 못할 처사이다. 10%도 안 되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및 고용마저 불안정하게 만드는 정책은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개악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노동보호 제도 바깥에 있는 비정규직·간접고용·특수고용노동자들의 처우와 복지를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것이다.
 
경영계에 대한 주문은 간단하다. 노사관계를 선도할 수 있는 미래 전망을 내놓아야 한다. 어버이연합 사태로 불거진 전경련의 추문은 더 이상 입에 담고 싶지도 않다. 재벌대기업의 불법·탈법 및 비도덕적 행위는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부자들이 국민들에게 존경은 받지 못해도 손가락질은 받지 않아야 하지 않는가. 국가권력 뒤에 숨어 법과 원칙만 내세우지 말고, 노동자를 설득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책임이고, 기업가정신의 으뜸 덕목이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노동조합도 시민사회의 따가운 비판의 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노동운동의 우군이었던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적 지식인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약화됐다면 그 답을 찾기 위해 나서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은 기업별 노조와 정규직 노동자의 울타리를 깨고 산별 노조 건설과 사회개혁투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노동조합은 기득권 이해(vested interest)집단이 아닌 ‘정의의 칼(sword of justice)’이 되어야 한다.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보장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노동의 역사적 책무이다.
 
*이 칼럼은 8월 2일자 뉴스토마토(시론)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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