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법외노조' 전교조에 대한 두 가지 제언/이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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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법외노조' 전교조에 대한 두 가지 제언/이명규

구도희 4,450 2013.10.31 10:33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prevolee@gmail.com)

 

68%. 이것은 전교조 조합원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고용노동부가 지시한 사항을 따르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수치다. 고용노동부의 지시를 따라야 할지를 묻는 총투표에서 전교조 조합원 중 80%가 투표를 했고 68%가 거부했다.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었던 투표 결과의 뚜껑을 열고나니 조합원들의 의지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고용노동부는 해고자의 노조 활동을 들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었다. 해직자도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국제기준과 국제사회의 문제제기에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국내법’이 우선이란다. 서남수 교과부장관은 한 술 더 떠 “노동자이기에 앞서 선생님이기 때문에 (현행법을) 준수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이미지싸움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법을 어겨서 되겠느냐는 식으로 도덕적 단죄도 내려 보겠다는 의도다. 노동조합으로서 전교조는 서남수 장관이 잘 지적했듯이 노동자이기에 앞서 선생님이란 사명감에 근로조건뿐만 아니라 일제고사처럼 1등부터 꼴찌를 정하는 서열화와 경쟁만을 앞세우는 교육 현장의 불합리한 정책을 개선하는데 앞장섰다. 필자가 최근 분석한 전교조 경기지부의 단체협약에는 351개 항 중에서 ‘보수’에 대한 협약이 1개항, 기타 근로조건에 관한 협약이 7개항에 불과했다. 부산지부도 마찬가지여서 총 190개 항 중에서 보수 및 근로조건에 관한 항목이 8개항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학교 환경, 학생자치, 노조활동, 교육 공공성 확보, 교육 및 인사제도 관련 항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2008년부터 시작된 전교조 단체협약 해지 파동 이후 최근 다시 맺어지고 있는 단체협약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학교 단위 자율화 조치로 비대해진 학교장의 권력을 감시하는 교육 모니터링 기능도 하고 있다. 학교 급식, 교육 환경, 학생 인권, 참교육을 고민하는 전교조의 활동이야말로 선생님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체협약을 해지 할 때는 학교 정책에 관해 참견한다고 그러더니만 이번에는 선생님으로서 책임감을 가지라고 꾸짖는 정부야말로 자기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 아닌가.

교육부는 고용노동부의 설립 취소 통보를 기다렸단 듯이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에 △노조 전임자 휴직허가 취소와 복귀 △사무실 지원 전교조 지부 퇴거 조치(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회수) △조합비 원천징수 금지 △단체협약 해지, 단체교섭 중지 △각종 위원회 위원자격 상실 등 5가지 행정 조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핵심은 77명에 달하는 ‘노조 전임자의 복귀’ 문제다. 전교조는 3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서 ‘전임자 복귀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다. 강경한 정부 태도를 감안한다면 이번 갈등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교조 입장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중한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 싸움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법적 정당성의 영역이다. 11월초에 있게 될 효력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 결과가 미치는 파장은 크겠지만 그건 정부와 전교조의 대립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정부라면 이 같은 일을 시작도 안 했을 것이란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한 일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훈 전교조위원장은 고용노동부에 노사정위원회 틀 안에서의 대화를 제안했었다고 한다. 그래도 꿈쩍도 안 한 것이다. 이것이 법적 영역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정치 영역에서의 해법이 부재하는 한 대립은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는 까닭이다. 이 정부는 스스로는 거둘 수 없는 낙인을 전교조에 찍었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전교조에 우호적인 지형이 형성되지 않는 이상 백기투항 이외에는 대안을 찾기 어렵다.

다음은 각 학교 단위 현장에서 벌어질 전교조 조합원 탄압이다. 정부는 5개 항에 대한 시도교육청의 조치 사항을 일일이 점검함으로써 노동조합으로서 전교조의 기능을 마비시키고자 할 것이다. 진보교육감 지역에서는 유보적인 입장들을 발표했으나 중앙 부처의 압력은 전교조뿐 아니라 진보교육감에게도 미칠 것이다.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은 전교조를 충동질하고 있다. 그리고 징계와 해고로 전교조를 무력화시키려고 할 것이고 순교자적 투쟁을 유도할 것이다. 문제는 전교조의 자원 동원 능력이다. 현재 전교조 학교 단위 분회의 조합원 수는 매우 미약하다. 특히 신규 교원의 조합원 가입이 미미한 실정이다. 이 상태라면 진보교육감의 우산 속에서조차 조합원을 지킬 수 있단 보장이 없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전교조의 전략은 중앙 및 지방 차원의 정치적 조건 형성과 현장 조직력을 확대하는 전략이어야 한다. 정치적 해법은 전교조에 대한 정치적 우호 세력을 배경으로 할 때만 가능하다. 정부의 부당함을 비판하고 전교조의 활동을 보호해 줄 진보교육감과 정치 세력과의 연대는 필요조건이다. 그리고 위기는 기회라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약화되고 있는 전교조의 조직력을 강화해야 한다. 9명의 해고자를 핑계로 6만 명의 조합원을 가진 조직을 탄압하는 것에 대해 일선 선생님들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 가입하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희망찬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다만 분노는 차가운 이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금방 수그러들기 마련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특히 앞으로 전개될 전교조의 노동조합 인정 투쟁에서 참조할만한 것은 공무원 노동조합의 지난 활동이다. 물론 두 조직간 조직률의 차이가 커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교육 자치 시대에 진보교육감의 등장, 그리고 법외노조로서 받게 되는 여러 압력은 공무원 노조와 정부의 갈등 양상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공무원노조 활동의 성과와 한계는 전교조가 정부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참고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의 교육은 학생들을 공동체적인 삶을 실천하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기르는 것이 아니라 부끄럽게도 이기적이고 순응적인 인간으로 만듦으로써 민족과 역사 앞에서 제 구실을 잃어 버렸다. 가혹한 입시경쟁교육에 찌들은 학생들은 길 잃은 어린 양처럼 헤매고 있으며, 학부모는 출세지향적인 교육으로 인해 자기 자녀만을 생각하는 편협한 가족이기주의를 강요받았다.” 1989년에 써진 전교조 창립선언문 중 일부이다. 24년이 지났건만 최근 역사 교과서 문제에서 보이듯이 우리의 교육 현실은 크게 진전된 것 같지 않다. 전교조가 교육 현실을 개선하는 합법적 노조로서 인정받아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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