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 2019-08] 노동자들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인식: 자동차산업과 IT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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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페이퍼 2019-08] 노동자들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인식: 자동차산업과 IT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작성자: 정경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책을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노동조합은 과거부터 생계비를 확보하고 학력․직종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연공급을 구축하였다. 당시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면서도 서구식의 ‘직무가치 평가가 동일한 노동’으로 동일노동을 개념화하지 않았다. 1970년대 섬유산업 여성 노동자, 1987년 노동자 대투쟁기 생산직 노동자, 최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경우 ‘임금체계 차별’에 더 민감한 편이었다. 
 
자동차산업과 IT서비스산업 노동자들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인식을 저해하는 요인은 대기업이 원가부담을 하청업체에게 전가하는 불공정 거래를 지목할 수 있다. 또한, 자동차산업에서는 1987년 이후 노동조합이 내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생계비와 근속을 중시하는 임금체계를 선호하였다. 반면, 노동조합이 활성화되지 않은 IT서비스산업에서는 2000년대 이후 고과급을 수용하여 인사․성과평가에 따른 임금 격차가 제도화되었다. 
 
노동자들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인식을 보면, 자동차 생산직은 ‘기업 의식’이, IT개발직은 ‘직업 의식’이 중요하나 구체적인 차이는 다음과 같다.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동일한 기업에서 일하면 동일노동’, ‘특정한 제품을 직․간접적으로 생산하는 일이 동일노동’, ‘바로 옆에서 나와 동료들이 하는 노동’으로 사고하였다. IT개발직의 경우에는 비슷한 직업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개인별 능력과 성과가 비슷한 노동’, ‘비슷한 매출액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력과 기술력이 투영된 노동’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동차산업과 IT서비스산업 노동자들은 산업생태계에서 자신이 속한 기업과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는 기업과 임금을 비교함으로써 사실상 기업규모 간 임금 격차가 내면화되어 있다. 자동차산업 생산직과 IT개발직 모두 직무급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기업 내에서 학력간․직종간 임금 격차를 축소한 역사로 인해, 직무급은 직종 간 임금격차 확대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프로젝트별로 계약하는 IT개발직 프리랜서들의 경우 개인별 경력을 반영하여 ‘단가’를 설정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서구의 시각처럼 ‘직무기술서가 동일하거나 직무가치 평가 결과가 동일한 노동’으로 해석할 경우, 기존 노동자들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기업 내로 국한된 동일노동 동일임금 인식을 기업 밖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산별교섭에 나서라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정부와 재계가 응해야 할 것이다. 셋째, IT개발직 프리랜서들처럼 노동시장의 개방성이 있는 직종의 경우, 단가(임금) 표준을 설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는 임금체계로 직무급을 당연시하면서, 동일하지 않은 노동에 대한 임금 격차를 확대하려 한다면 우리 사회의 임금 격차 해소와는 거리가 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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