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직무급제 도입은 노동시장 불평등의 해법이 아니다

제목: 직무급제 도입은 노동시장 불평등의 해법이 아니다 
필자: 신원철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wcshin@pusan.ac.kr
 
 
기획재정부는 2019년 9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공공기관에 직무급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다시 확인했다. 지금까지 한국석유관리원, 새만금개발공사, 한국산림복지진흥원 등 3개 공공기관에 직무급이 도입되었고, 43개 공공기관 자회사에서 직무급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4일 홍남기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신설 공공기관은 직무급제를 채택할 것이며, 직무급 도입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2018년부터 직무급 중심으로 공공기관 보수체계를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고, 이에 대해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을 정부가 강제로 추진하지 말도록 촉구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후에도 직무급 도입을 둘러싸고 공공부문 노사 간에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직무급’의 도입이 적극 추진되어 왔다. 노동부의 ‘2019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사례집’에는 직무급을 도입한 사례가 다수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직종, 직군별로 임금의 등급을 설정하거나 직무별로 등급을 설정하고 근속에 따라 승급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모두 직무급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직무급으로 보기 어려운 사례도 직무급으로 표시하는 데는 직무급 도입이 개혁 방향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직무급 도입이 필요한 것인지를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2018년 12월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는 “연공급 위주의 경직적 임금체계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하고 있다.”며 “임금체계를 직무급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공공기관 보수체계 개편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정부가 직무급이 근대적이고 합리적인 임금체계라는 믿음으로 직무급 도입을 추진해온 역사는 거의 60년에 육박하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를 개선하겠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혹은 분절)는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 기업의 이중적 차별적 고용정책, 기업별 노동조합 조직형태 및 교섭구조, 성차별적 고용관행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얽혀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도 연공급 임금체계가 그 근본 원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성과연봉제의 도입 지침을 철회하면서 기획재정부가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임금체계 또한 임금제도의 일부로서 임금과 관련된 규범을 포함하고 있고, 임금 규범의 변화와 개혁은 신중하게 그리고 노사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서 추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직무급제도는 오히려 기존의 임금격차를 고착시키는 수단이 될 위험성이 크다. 그렇다고 기존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직무급제를 단기간에 만들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노동시장의 차별과 불평등을 제거하는 데 직무급 도입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기업별 노동조합체제의 한계 속에서도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미 기울여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를 축소하는 방안은 임금체계의 통일이 아니라, ‘하후상박’의 원리에 입각해서 임금인상 재원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모색할 수 있다. 즉, 임금 격차의 완화는 임금인상 재원의 배분을 통해서 접근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 기존의 단체교섭에서 배제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 결국 노동시장의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단체교섭과 산업민주주의의 확대가 불가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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