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연브리프 제4호_2018-04_국내노동동향] 노동조합 조직률 변동과 조직화 전략: 양대 노총의 2018년 조직화 계획 평가와 개선 과제

노사연브리프 제호:

글쓴이: 이주환(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1. 들어가며

노동조합의 전성기는 끝난 것일까? 전 세계적으로 노조 조직률의 쇠퇴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핀란드, 벨기에 등 노동조합 주도의 실업보험제도인 겐트시스템을 유지하는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 몇몇을 제외하면, 1980년대 들어서 선진 산업국가에서 조직률 하향 추세는 뚜렷하다. 이러한 추세는 특히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더욱 가속화됐다(Schnabel, 2013). 노동조합이 강한 나라로 꼽히는 대표적인 사례인 스웨덴에서도 조직률이 하락하고 있다. 2000년까지는 80%가량을 유지했던 스웨덴의 노조 조직률은 2010년에는 68.9%로 10%포인트 이상이 감소했다. 2010년 이후에는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조직률의 구조적 변화 추세에 대응하여, 노동조합운동의 ‘조직화 모델’로 수렴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Ibsen & Tapia, 2017). 요컨대 조직화 모델은 더 이상 취약한 노사관계제도에 기초해 있는 영미권 노동조합운동만의 특징이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조직률뿐만 아니라 조합원 수 절대 규모의 급감을 경험하고 있는 독일, 그리고 높은 수준 조직률의 기초인 포괄적인 노사관계제도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공격이 강화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그리고 노동의 불안정성이 급속도로 증가한 남부유럽과 동부 및 중부 유럽 국가들에서도 이러한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서 노동조합총연맹이 조직화 모델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즉, 여성, 청년, 소수민족, 이주민, 비정규직, 서비스직 등 상대적으로 노조 가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대상들에게 노동조합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행동계획을 내놓고 실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조직화 전략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이미 2000년대 초중반부터 이른바 ‘전략조직화’를 사업의 일부로 포함해왔지만, 2018년 들어 나타나는 조직화 사업에 대한 관심 정도는 그 당시와 사뭇 결이 다르다. 이른바 ‘노동운동의 위기’로 대표되는 비관적인 인식에 기초해 있던 2000년대 초·중반과 달리, 오늘날의 조직화 사업은 촛불시민혁명 이후 양대 노총으로 쇄도하는 노조 결성 및 가입 문의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이다. 한국에서 노동조합 상급단체 주도의 노조 서비스 공급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노조 조직률의 구조적 감소 추세를 반등시키고, 단체협약의 영향력을 확대하며, 조직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노동조합의 정치적 평판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를 일이다. 노조총연맹이 조직화모델로의 전환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한 미국과 영국에서도 모범으로 삼을 만한 성공 사례들은 여럿 만들어냈지만, 조직률의 감소 추세는 둔화되긴 했으나 지속되고 있다. 그러하기에 양대 노총이 최근 내놓은 조직화 계획에 대해서 더욱 더 심도 있는 평가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 계획이 그동안 국내·외의 성공과 실패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전략조직화 계획이 조직률의 변화 추세에 어떻게 조응하려 의도하고 있는지, 노동조합 사각지대에 다가가기 위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결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지 등에 답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상의 배경인식에 기초하여,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의 2018년 전략조직화 사업계획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중장기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먼저, 조직률의 거시적인 변화와 관련된 정형화된 사실들과 한국의 현황을 검토하고, 양대 노총의 전략조직화 사업계획이 이에 조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을 취해야 할지 살펴볼 것이다. 다음으로, 양대 노총의 2018년 전략조직화 사업계획을 개괄한 후 비교평가하고,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지와 관련된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

 

2. 노동조합 조직률의 변동: 사실, 현황, 함의

 

1) 노동조합 수요공급 함수와 “정형화된 사실들”

‘어떤 노동자들이 왜 노조에 가입하는가’에 대한 학문적 규명 시도는 1900년대 초반부터 주로 미국의 노동경제학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들은 노동조합이 ‘공급’하는 서비스에 대한 개별 노동자들의 ‘수요’가 어떤 지점에서 균형을 이루는지 해명하려는 연구들을 진행했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개별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가입이라는 선택을 하는 데는 △노조 가입비 △정상재로서 노조 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되는 소득 수준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임금격차에 대한 기대 수준(노조 임금 프리미엄) △고충처리 서비스 등 노조 가입으로 인한 비금전적 혜택 수준 △국가의 사회복지 지급 등 노조 서비스의 대체재 공급 수준 △노조 가입에 대한 개인의 정치적 선호 등이 영향을 준다. 그리고 기존 노동조합이 의도적인 조직 확장, 즉 노조 서비스의 적극적인 공급에 나서는 데는 △신규 조직화에 들어가는 비용 수준 △새롭게 조직된 조합원들에게 들어가는 서비스 비용 수준 △노조의 애초 목적(조합원 수 극대화 등) 달성 수준 등이 영향을 준다(Schnabel, 2002).

한편, 이들이 제시하는 노동조합 수요공급 함수를 구성하는 설명 변인들은 대부분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것이다. 나아가 노조 가입의 비용편익 계산에 기초한 이론의 구성에는, 경험적으로 노조 가입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여겨지는 사회정치적 요인들이나 제도적인 요인들, 그리고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또는 노동자들 사이의 심리적 상호작용 메커니즘 등이 포괄되어 있지 못하다. 때문에 사회학과 심리학, 그리고 노사관계학 등 경제학과는 다른 학문적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독립적으로 때로는 서로 협력하면서 노동조합 수요공급 함수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한 이론적인 시도를 추진해왔다. 그럼에도 ‘어떤 노동자들이 왜 노조에 가입하는가’라는 질문의 이론적 해답은 오늘날에도 불완전하며, “정형화된 사실들(stylized facts)”이라고 인정할 만한, 양적인 자료에 대한 복수의 실증적인 비교분석을 통해 검증된 사실들은 매우 적다(Schnabel, 2013).

이와 관련해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 대학교의 클라우스 슈나벨 교수가 200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 등 선진 산업국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증적 비교연구들을 종합하여, 노동조합 조직률의 변동과 관련된 사회적 인식들의 진위를 검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Schnabel, 2013). 먼저, 사실이라고 확인된 것들이다. 첫째,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민간부문 노동자들보다, 그리고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 일할수록 상대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비정규직의 증가 등 고용구조 불안정성의 증대는 노동조합 조직률을 감소시킨다. 셋째, 오늘날의 청년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는다. 넷째, 경제성장률 증가 등 경기가 활성화되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확률이 더 커진다. 단, 실업률은 상관없다. 다섯째, 겐트시스템 등의 노사관계 관련 제도들은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 여부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된 사회적 인식들이다. 첫째, 이른바 ‘경제체제의 신자유주의화’는 노동조합 조직률과 상관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이를테면 국민경제의 글로벌 개방 수준이 확대된다고 해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았다. 또한 산업구조에서 서비스 부문의 비중이 늘어나도 마찬가지로 노동조합 조직률이 상대적으로 감소하지 않았다. 둘째, 오늘날의 청년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노조에 덜 가입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구구조의 고령화 자체는 노조 조직률 변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다만, 대거 노조에 가입했던 특정 세대의 은퇴 문제는 앞으로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셋째, 표면적으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노조에 상대적으로 덜 가입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용형태나 사업장 규모 등 다른 변수들을 통제하면 여성과 남성의 노조 가입률은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즉,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조직률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넷째, 유럽에서 진행된 단체교섭 구조의 분권화 역시 노조 조직률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가치 변화, 개인화 추세, 사용자의 태도 변화 등이 노동조합 조직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슈나벨이 연구하던 시기까지는 양적 자료들을 통해 검증되지 않았다.

 

2) 한국 노조 조직률의 변동 현황

이상의 거시적인 구조와 관련된 정형화된 사실들의 대부분은 한국의 상황에도 부합한다. 이를테면 한국에서도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조직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다른 부문과의 격차가 견고하며, 고용형태의 불안정성은 노조 가입에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하고, 청년층은 노조 가입에서 배제돼 있거나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반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나 인구구조의 고령화, 산업구조의 서비스화 등은 일반적인 사회적 인식과 달리 노조 조직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또한 노사관계제도의 변화는 정권의 성격과 상관없이 조직률의 구조적 변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해왔다. 단, 민주화 이후의 제도 변화는 집합적 주체의 능동적인 행동에 뒤따른 것이었다. 이상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에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조합 조직률의 구조적 격차는 뚜렷하다. 고용노동부의 「2016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자료에 따르면, 민간부문 노조 조직률은 9.1%인 반면, 공무원의 노조 조직률은 67.6%에 이른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장 0.2% △3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은 3.5%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15.0% △300인 이상 사업장은 55.1%로, 사업장 규모가 커질수록 노조 조직률도 높다. 또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15년 8월)」 분석결과에 따르면, 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은 16.9%인 데 반해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은 2.8%에 불과했다. 즉, 민간부문의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러한 구조적 균열은 지난 10여 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둘째, 청년과 중장년층, 여성과 남성 사이에도 노조 조직률 간 격차가 있다. 그러나 전체 조합원 중에서 2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여성이 조합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2005년 8월 자료와 2015년 8월 자료를 비교하면, 전체 조합원 중 13.9%(24만 4천 명)였던 50대 이상의 비중이 24.0%(57만 2천 명)로 10년간 10.1%p 증가했다. 반면 20대 이하의 비중은 같은 기간 19.9%(35만 명)에서 12.9%(30만 8천 명)로 7.0%p 감소했다. 한편, 같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중 23.9%(42만 1천 명)였던 여성 비중은 28.3%(67만 3천 명)로 4.4%p 증가했다. 요컨대 청년층에 대한 노조의 배제 또는 청년층의 노조 가입 거부가 조직 확장을 위해 극복해야 장애물로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노조의 약화를 야기한다는 주장은 한국 상황에서도 근거가 취약하다.

셋째, 산업구조의 서비스화는 조직률 감소가 아니라 전체 조합원 중 서비스업 종사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2005년 8월 자료와 2015년 8월 자료를 비교분석하면, 전체 조합원 중 제조업 등 ‘2차 생산 부문’ 종사자의 비중은 38.4%(67만 3천 명)에서 32.4%(76만 9천 명)로 줄어든 반면, ‘서비스 부문’ 종사자의 비중은 61.6%(107만 9천 명)에서 67.6%(160만 4천 명)으로 6.0%p가 증가했다. 특히 ‘재화 관련 서비스 부문’보다는 ‘기타 서비스 부문’ 종사자의 노조 가입이 크게 늘었다.1) 교육과 공공행정 등 기타 서비스 부문의 노조 조직률은 2005년 8월 9.6%에서 2015년 8월에는 13.4%로 상승해, 전통적으로 노조가 강세를 보이는 2차 생산 부문의 조직률(13.8%)과 비슷해졌다.

넷째, 노사관계제도의 변화는 이를 추진하는 정권의 성격과 상관없이 수년에 걸친 노조 조직률 또는 조합원 수 변동의 동학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어 왔다. 이를테면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973년 이후 1979년까지 갑작스럽게 증가했는데([그림 1] 참조), 여기에는 박정희 군사정권의 유신체제 아래서 이루어진 노동법제도의 변화가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1973년 노동법 개정으로 기업단위 노사협의회의 설치 등이 의무화되면서 당시 산업별노동조합체제의 사업장별 현장활동이 촉진되었고(유재성 외, 2012), 정치적 억압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서민생활안정화 정책을 일부 포함하고 있던 1974년 대통령긴급조치 제3호에 따라 ‘부당노동행위 엄벌제도’가 도입되면서 사용자들의 노조 가입 방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한국노총, 1975). 노동자들의 능동적인 행동이 우선했지만, 1987년부터 1989년까지의 조직률 급증이나 2010년 이후 조합원 수의 완만한 증가 역시도([그림 1] 참조), 노동법 개정이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 등의 법제도 변화와 결합돼 있었다.

 

3) 조직화 전략에 주는 함의

지금까지 검토한 노조 조직률 변동과 관련된 정형화된 사실들, 그리고 한국의 노조 조직률 변동 상황으로부터 노조 조직화전략 수립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함의를 끌어낼 수 있다. 이를테면 조직화 사업이 조직률의 구조적 변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민간부문의 중소기업 종사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 ‘노동조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에게 노조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접근 방법’의 개발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즉, 양대 노총의 전략조직화 계획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조 조직률의 공간적 균열 구조를 지난 30여 년간 유지해온 요인들에 대한 엄밀한 분석에 기초해야 한다. 노동조합 사각지대에 노조 서비스가 전달되지 못하도록 한 다양한 측면의 요인들, 이를테면 노동조합운동 내부의 요인들까지도 구체적으로 규명된 가운데 계획이 세워져야 보다 효과적으로 집행되고 기대한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전체 노조 조직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거나 미칠 수 있는 대상 집단들, 이를테면 청년 노동자들과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세대의 장년 노동자들에 맞춤한 별도의 계획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오늘날 노동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청년 노동자들은 자의든 타의든 노동조합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노동조합 가입 거부라는 행위를 구성하고 있는 심리적인 배경과 사회경제적 맥락에 대해서 조직활동가들이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정년퇴직을 앞둔 베이비붐세대들, 즉, 그동안 한국 노조운동의 주력을 형성해왔던 이들이 현 직장에서의 퇴직 이후에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노조가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어떠한 조직적 변화를 추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답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셋째, 노동조합 가입을 촉진하거나 장애 요인을 제거하도록 하는 법제도의 변화를 일관되게 요구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제도 개선 요구가 노동현장의 조직화사업과 결합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한국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의 변동의 동학은 제도의 변화와 결합돼 있다. 한편, 1987년 민주화운동과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 관련 제도의 변화는 집합적 행위자들의 선도적인 담론화와 실천에 뒤따르는 것이었다. 오늘날 추진되는 양대 노총의 조직화 사업의 실천은 집중되고 일관된 제도 개선 요구와 결합돼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아래로부터 실천들의 누적이 위로부터 제도 변화를 이끌어내고, 다시 제도 변화가 실천을 활성화하는 ‘제도와 행동의 변증법적 결합’을 실현해야 한다.

넷째, 신규 노조 건설이나 가입 독려를 위한 전통적인 실천 지침을 변화된 상황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요컨대 1980년대 후반 노동자대투쟁 시기 형성된 기존의 노조 조직화를 위한 미시적인 실천 방식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오늘날의 현실에 조응하지 못하는 실천 방식을 고수하면서, 노동자들의 가치관 변화와 개인주의화, 사용자들의 태도 변화 등 외적 요인들을 조직화 사업의 지체와 저성과의 ‘알리바이’로 삼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3. 양대 노총의 조직화 계획 비교평가와 개선 과제

1) 양대 노총의 조직화 계획의 개관

가. 한국노총의 ‘근거리’ 조직화 전략

한국노총의 2018년 조직화 사업계획은 “집토끼는 잘 지키고 산토끼는 다다익선!”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한국노총, 2018). 한국노총의 조직화 사업계획은 기존 노동조합의 조직 역량을 활성화하여(‘조직강화사업’), 신규 노조 건설이나 미조직 노동자의 노조 가입(‘조직확대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조직 확대의 우선적인 대상으로 △한국노총 산하 단위노조가 있는 사업장 내부의 미조직 노동자 △사업장 규모 100인 이상의 ‘중간노조(총연맹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별노조)’ 등 상대적으로 기존 노조 ‘근거리(close range)’에 있는 대상에 우선 집중하고, △청년, 특수고용, 외국인 등 노조 가입률이 낮고 상대적으로 ‘원거리(long range)’에 있는 집단들은 중장기적으로 접근하겠다는 현실주의적인 목표를 밝히고 있다([그림 2] 참조). 한국노총 조직화 사업계획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노총의 2018년 사업계획은 조직화 목표를 대상별로 수치화하고, 노조 서비스 전달 방식을 상대적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명확한 산출 근거를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100만 명 조직화”를 목표 수치로 제시하고, 이를 △한국노총 산하 단위노조가 있는 사업장 내부의 미조직 노동자 20만 명 △사업장 규모 100인 이상의 중간노조 30만 명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 및 비전형 노동자 50만 명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또한 △단위노조 규약의 조합원 범위에 미조직 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도록 개정 △한국노총 사무총국과 지역본부 간부들의 지속적인 중간노조 방문과 설득 활동 △일반노조와 산별노조 등 초기업단위 노조의 건설, 그리고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및 특수고용 노조인정 등 정책적 변화의 주도를 통한 비정규직 조직화 등 각 대상별 접근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둘째, 한국노총의 2018년 사업계획은 ‘하향식 체계’를 전제하고 있다. 노총 중앙에 “200만 조직화사업 추진단”과 “상황실”을 설치하고, 산업별, 지역별로 하위조직을 설치하여 조직화사업을 관장·지원토록 하고 있다([그림 3] 참조). 반면 현장활동은 신규 활동가를 새롭게 육성하여 전담하도록 하기보다는 단위노조와 지역별 노동교육상담소 등 기존의 인적 역량에게 역할을 부여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한국노총 2018년 조직화 사업계획은 “현장 조직역량 강화를 위한 현장간부 양성교육”을 주요 사업방침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상이나 내용 등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기존 연구 결과는 노동조합상급단체 소속 조직활동가와 사업장 내 현장지도자(‘초동 주체’)의 효과적인 협력과 의사소통을 조직화 시도의 가장 명확한 성공 요인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Simms, 2015),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조직화 시도’를 포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보완되어야 한다.

셋째, 한국노총의 조직화 사업계획은 아직까지 노동조합의 사각지대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실천 지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2000년대 이후 한국노총 또는 산하 조직에서 조직화 시도를 전략적으로 주도해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즉, 새로운 대상을 위한 새로운 실천 지침을 구성할 만큼의 ‘경험적 지혜’가 조직 내부에 축적되지 않을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직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근거리’ 대상에 집중하고 있는 점, 현장활동가를 아래로부터 육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부재한 점 등도 이러한 부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노총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산업별·지역별 하위조직을 통해 모범 사례를 발굴하여,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공유하는 조직학습체계를 가동할 것이라 제기하고 있다.

 

나. 민주노총의 ‘원거리’ 조직화 전략

민주노총의 조직화 사업계획의 기본적인 프레임워크는 기본적으로 한국노총의 것과 동일하다. 다만 조직화를 위해 집중하는 자원과 역량을 무노조 중소기업 사업장과 기존 노조로부터 소외된 개별 비정규직 노동자 등 상대적으로 기존 노조운동으로부터 ‘원거리’에 있는 대상들에게 집중한다는 점에서 강조점의 차이가 있다. 민주노총이 노동절을 맞아 발표한 보도자료3)의 기자회견문은 “미조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을 민주노조의 품 안에서 함께 만나는 것”을 전략조직화 사업의 전망으로서 천명했다. 또한 민주노총의 2018년 전략조직화 사업계획은 이를 위해 조직활동가들을 위한 교육이나 공론장에서의 담론화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임하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2018년 전략조직화 사업계획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민주노총의 2018년 사업계획은 전 조직적으로 조직화 사업에 임할 것이며, 아래로부터 노동현장의 조직화 사업과 위로부터 사회적 인식 제고 사업 및 제도 개선 사업을 병행하겠다고 총괄적인 방향을 밝히고 있다(민주노총, 2018). 민주노총의 2018년 전략조직화 사업계획이 제시하는 총괄적인 방향은 △민주노총 위원장이 가맹·산하 조직들의 사업을 총괄 조정 및 지원하는 사업체계(‘전략조직화특별위원회’)의 구축 △총연맹-가맹조직-산하조직을 연결하는 논의 및 집행의 추진 △‘노조 할 권리’ 관련 사회적 인식과 제고 사업과 법제도 개선 활동의 병행 등이다.

둘째, 변화된 노동현장 상황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이에 기초한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조직학습’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민주노총의 사업계획은 지역본부 방문과 <1577-2260> 전화 회선으로 제기되는 노동상담 사례들을 수집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수집된 정보들을 분석하여 현장 변화 및 지역별 특이점 등을 밝히고 이를 사업에 반영할 것이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전략조직화사업 활동가 대회(수련회) 진행 △상황 공유와 지원을 위한 조직별 간담회 수시 진행 △노동상담 활동가 대회 추진 △조직활동가 기본교육 연간 2~3회 실시 등 의사결정구조나 사업집행체계에 국한되지 않는 활동가들의 자율적인 논의 공간을 다채롭게 구성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셋째, 원거리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와 관련된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홍보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2018년 사업계획은 △조직화 대상 지역에 현수막 걸기 등 전통적인 방식 △라디오 및 지하철 광고 등 광역단위 전달 방식 △소셜미디어 등 새롭게 활성화되고 있는 개인 간 미시적인 연결망을 활용한 방식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략조직화 사업의 홍보 및 공론화를 추진할 것을 밝히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관계망의 복합적인 활용을 통해, 전통적인 노조 서비스 전달체계로부터 소외된 ‘원거리’의 노동자들과 민주노총의 의사소통을 위한 접점을 넓히는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넷째, 한국노총의 사업계획과 마찬가지로,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 사업계획도 변화된 상황에 걸맞은 새로운 조직화 실천 방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맥락에서 활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침을 담은 조직화의 매뉴얼의 구성은 양대 노총이 공유하고 있는 숙제라고 할 수 있다.

 

2) 비교 평가

 

이상에서 개괄적으로 살펴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2018년 조직화 사업계획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종합적인 평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양대 노총이 조직화 사업을 통해 노조 조직률의 구조적 균열을 극복하고 증가 추세로의 변동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청년 등 ‘노동조합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대상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다만 노동조합 사각지대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에서 인식 차이를 갖고 있다. 한국노총은 기존의 조직적 연결망을 활용하여 ‘이미 형성돼 있는 노조를 근거리 노동자들로 채우는 사업(infill work)’에 집중한다. 반면, 민주노총은 지역본부 노동상담 등 기존 조직연결망을 활용하는 방안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대중매체 등 일시적이지만 광범위한 연결망을 활용하여, ‘노동조합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에게 즉각적으로 접근하여 조직적 거점을 만드는 작업(greenfield work)’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각 조직이 보유한 자원 및 역량의 특성, 처해 있는 환경 조건과 이념적 배경, 그리고 역사적 맥락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 양대 노총의 조직화 사업계획은 행동과 제도의 변증법적 결합이 중요함을 전제하고 있다. 다만 민주노총의 사업계획은 법제도 개선 과제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는 반면, 한국노총의 사업계획은 상대적으로 조직화사업에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는 법제도적 의제를 명확히 특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2018년 전략조직화 사업계획은 “법제도 개선 과제 대응”과 관련해, △노동법, 근로기준법, 비정규법 등 총 노동 차원의 법제도 개선 투쟁과 조직화 사업의 연계 △가맹조직별, 영역별 법제도 개선 과제 제시 등의 일반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치는 반면, 한국노총의 2018년 사업계획은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을 통한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공공부문 보육·요양 노동자 조직화 △정부의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조건 개선과 결합한 노동조합 법내화 추진 등의 구체적인 과제를 명시하고 있다. 사업계획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실천의 목록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나 법제도 개선 목표는 명료하고 구체적인 형태로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셋째, 양대 노총은 조직화 사업과 같이, 맥락과 조건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는 역동적인 사업과 관련된 지혜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조직학습’의 체계를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요컨대 지역별, 산업별로 모범 사례를 발굴하고, 발굴된 사례들에 대한 집중적인 분석과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함의와 교훈을 밝히며, 이렇게 획득된 경험적 지혜를 교육사업과 의사소통 체계를 통해 전 조직적으로 공유하고 축적하는 순환체계를 갖추기 위한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민주노총의 2018년 전략조직화 사업계획이 보다 구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전략조직화사업 활동가 대회와 기본교육, 노동법규 상담 활동가 대회, 조직별 간담회 등 의사결정이나 집행점검에 국한되지 않는 활동가들의 ‘자율적인 학습과 논의의 공간’을 다양하게 구성할 것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한편, 양대 노총의 2018년 조직화 사업계획은 ‘사업관리(project management)’에 대해서는 둘 다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국제노총(ITUC) 글로벌 아카데미의 <2015년 전략조직 활동가 교육 과정>의 교재는 ‘관리’를 전체 4개 장 중에서 하나로 할애하여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ITUC의 교재는 조직활동가는 사업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완결시키는 ‘관리책임’을 지고 있다고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계획을 스마트(SMART)의 기준에 따라 작성되어야 하며, 관리자로서 조직활동가가 그에 상응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대 노총의 2018년 계획은 이러한 부문에서 구체적인 방침이나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섯째, 앞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했듯, 양대 노총은 변화된 사회경제적 환경과 기술적 조건 등을 고려한 조직화 방침을 집약하여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맥락과 조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직화 방침들을 담은 매뉴얼의 개발은 양대 노총 공동의 숙제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양대 노총의 2018년 사업계획은 모두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례 분석과 그에 기초한 세부적인 전략의 개발을 사업 과제의 하나로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사례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노조 조직화 전략을 현대화하고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례 분석의 대상과 초점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3) 조직화 사업의 발전을 위한 개선 과제

이상의 비교평가에 기초한다면 양대 노총의 조직화 사업의 개선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5)

첫째, 조직화 관련 조직교육과 사업관리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담당할 수 있는 조직활동가를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양대 노총의 조직화 사업계획은 대체적으로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 구조의 변동에 호응하는 방향을 목표로서 제시하고 있고, 다만 각 조직의 특성과 맥락 및 조건에 따라 우선순위를 달리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조직이 추진하는 사업의 성과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험으로부터 제대로 배워서 동료들과 나누고 사업의 전 과정의 진행과 세부사항의 실현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조직활동가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조직화와 관련된 조직교육과 사업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 기술과 현장 기반 숙련을 체화하고 있는 활동가의 육성 여부가 조직화 사업의 중장기적인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라 할 것이다.

둘째, 조직활동가들과 노조 건설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지난 30년간 변화된 정치경제적 조건, 노동자들의 생활방식과 관계망, 그리고 통신수단과 이동수단의 발달, 사용자들의 인사관리 방식 발전 등을 포괄하는 실천 지침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양대 노총은 조직화 사례들의 분석을 통해 이러한 실천 지침을 구성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어떤 사례로부터 무엇을 배울지는 불명확하다. 보다 현대적이고 효과적인 실천 방침들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변화한 상황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최근의 경험들과 그와는 상반되는 전통적인 경험들이 비교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여성과 기타 서비스 부문, 그리고 사무·판매·서비스 직군과 고령층 등 오늘날 전체 조합원 중에서 비중이 증가하는 집단들의 조직화 경험, 그리고 남성, 제조업, 생산직, 중년층 등 과거부터 전통적인 노동조합운동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던 집단들의 조직화 과정을 비교해야 한다. 그로부터 조직화 사업의 수행에 필요한 실천 지침을 보다 풍성하게 구성하고 다양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청년과 여성 노동자들을 조직의 대표자로서 의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양대 노총의 조직화 계획은 노조 조직률의 균열 구조의 극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조직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서조차도 이들이 과소 대표되고 있는 지점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조합원 구성이 변화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청년과 여성 노동자들이 조직적 배려 없이 노동조합 지도부로까지 성장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활동가들을 발굴하고, 간부 및 임원 할당제 등 내부 민주주의제도를 강화하여 노조활동 일선에 배치해야 한다. 또한 언론에도 자주 노출시키고 대외활동과 조직화사업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토록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노조운동이 제조업 남성 중장년층 정규직 노동자 이외에도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노동자들과도 소통을 시도하고 있음을 시민사회와 공론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넷째, 단체교섭의 틀을 넘어서는 조직체계와 활동의제의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노동조합의 골간구조는 사업장 단체교섭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이로 인해 단체교섭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이 사실상 어려운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조직화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한 유럽의 노동조합총연맹들은 이주민과 청년, 은퇴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산하 조직을 만들어서 이들의 고충처리와 관련 제도의 개선, 조직화 사업 등을 추진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양대 노총 역시 이러한 경험을 능동적으로 평가하고 배울 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렇듯 ‘단체교섭의 불능지역’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노동조합 조직은 언론 이슈 파이팅,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수준의 정책 개입, 지역사회 환경 및 생활수준 개선 캠페인과 조직화 캠페인, 조합원의 개별적 고충처리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노동운동의 사회적 대표성과 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4. 맺음말

 

이 글에서는 노동조합 조직률 변동과 관련된 요인들을 검토하여 조직화 전략의 방향에 시사하는 바를 살펴보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2018년 전략조직화 사업계획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 변동과 관련해 확인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조직률은 상대적으로 높고 다른 부문과 격차가 견고하다. 둘째, 고용형태의 불안정성은 노조 가입에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하고, 청년층은 노조 가입에서 배제돼 있거나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셋째,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나 인구구조의 고령화, 산업구조의 서비스화 등은 노조 조직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넷째, 노사관계제도의 변화는 정권의 성격과 상관없이 조직률의 구조적 변화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해왔다.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도출되는 조직화 전략의 방향 관련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조합의 조직화 전략은 중소기업 종사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 ‘노동조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에게 노조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접근 방법’의 개발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노조 조직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거나 미칠 수 있는 대상 집단들, 이를테면 청년 노동자들과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세대의 장년 노동자들에 맞춤한 별도의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셋째, 노동조합 가입을 촉진하거나 장애 요인을 제거하도록 하는 법제도의 개선 요구와 개별적인 노동현장의 조직화 사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넷째, 변화된 상황과 다양한 맥락에 걸맞은 미시적인 실천 지침들을 포함해야 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2018년 조직화 사업계획은 앞에서 언급한 기준들을,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각자가 처한 조건과 맥락에서 충족하고자 의도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조직 민주주의 체계에서 과소 대표 문제, 그리고 조직화 과정의 세부사항과 관련된 사업관리(project management) 방침이나 변화된 사회경제적 환경과 기술적 조건을 고려한 조직화 방침을 구체화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중장기 개선 과제를 실천해야 한다. 첫째, 조직교육과 사업관리를 담당할 수 있는 숙련된 조직활동가를 육성해야 한다. 둘째, 여성과 기타 서비스 부문, 그리고 사무·판매·서비스 직군과 고령층 등 오늘날 전체 조합원 중에서 비중이 증가하는 집단들의 조직화 경험 등을 엄밀히 분석하여 풍부한 실천 지침을 도출해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청년과 여성 등 노조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노조 내부에서도 과소 대표되는 노동자들 중에서 적극적으로 활동가와 대표자를 발굴해야 한다. 넷째, ‘단체교섭 불능지역’에 놓인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의 틀로 포괄하기 위해, 조직체계와 활동의제의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 노조운동이 전략조직화 사업을 천명하고 추진한 이래 15년가량이 흘렀다. 15년은 숙련을 쌓기에 누구에게나 충분한 시간이다. 오늘날의 노조운동은 조직화 활동의 숙련 측면에서 15년 전의 노조운동으로부터 얼마나 나아가 있을까? 15년 전보다 훨씬 좋은 정치경제적 환경에서 추진되는 양대 노총의 조직화 사업은 어떠한 성과를 도출하게 될까? 실천과 결과로 답할 시간이 왔다.

 

 


[참고 문헌]

국제노총, 2015, 「민주노총 ITUC 교안: ITUC/국제노총 2015년 전략조직 활동가 교육 과정 자료집」, 민주노총.

유성재 외, 2012, 『노동법 60년사 연구』, 한국노동법학회.

민주노총, 2018, 「2018년도 정기대의원대회 회의자료」, 민주노총.

한국노총, 1975, 「1974 활동보고」, 한국노총.

한국노총, 2018, 「2018년도 정기대의원대회 회의자료」, 한국노총.

홍석범 외, 2017, 「금속노조 전략조직화의 방향과 과제」,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Ibsen, C. L., & Tapia, M. 2017, "Trade union revitalisation: Where are we now? Where to next?", Journal of Industrial Relations, 59(2), 170-191.

Schnabel, C. 2002, Determinants of trade union membership, No.15, Diskussionspapiere/Friedrich-Alexander-Universität Erlangen-Nürnberg, Lehrstuhl für Arbeitsmarkt-und Regionalpolitik.

Schnabel, C. 2013, "Union membership and density: Some (not so) stylized facts and challenges", European Journal of Industrial Relations, 19(3), 255-272.

Simms, M. 2015, "Accounting for greenfield union organizing outcomes", British Journal of Industrial Relations, 53(3), 397-422.

 


1)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른 각 부문의 분류는 다음과 같다. “1차 생산부문” = 농업 임업 및 어업(A); 광업(B) / “2차 생산부문” = 제조업(C); 전기, 가스 및 수도사업(D); 하수·폐기물 처리, 원료 재생 및 환경 복원업(E); 건설업(F) / “재화 관련 서비스부문” = 도매 및 소매업(G); 운수업(H); 숙박 및 음식점업(I); 출판, 영상, 방송통신, 정보서비스(J); 금융 및 보험업(K); 부동산 및 임대업(L);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M);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N) / “기타 서비스부문” =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O); 교육 서비스업(P);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Q);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R);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S); 가구 내 고용활동, 자가소비 생산활동(T); 국제 및 외국기관(U)

2)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 상 조직대상 근로자수 = 상시고용근로자–공무원–사립학교교원(1987년까지) / 상시고용근로자+일용근로자–공무원-사립학교 교원(1988~1998년까지) / 임금근로자-공무원(철도, 체신 등 현업직공무원과 초·중등교원 제외(1999년 이후).

3) 민주노총,「촛불항쟁 이후 민주노총 조직 확대 현황 발표 기자회견 및 세계노동절 맞이 노동자의 봄봄봄 캠페인」 보도자료, 2018년 4월 30일.

4) ‘스마트(SMART)한 사업계획’이란 구체적이고(Specific), 수치로 측정할 수 있으며(Measurable), 합의에 기초해 있는/함께 성취할 수 있는(Agreed/Achievable), 시간 기한이 분명한(Time-bound) 계획을 의미한다. 

5) 이하 내용 중 일부는 홍석범 외(2017)에 실린 필자의 글 중 일부를 수정·보완한 것이다.